대아의 심정에서 금리인상을 바라볼 때가 됐다

[초이스경제 장경순 경제칼럼] 전임 부총리들이 있을 때는 온갖 빚잔치를 벌이다가 막상 자신이 맡았을 때 금리도 올리고 부실을 청소하자고 들면 누구나 억울하고 화가 나는 법이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심정이 그럴 것이다.

앞서 ‘빚내서 집사라’는 부총리 때 마구 금리를 내리던 한국은행이 막상 자신의 취임과 함께 금리를 올리겠다고 나서면, 원칙이야 어떻든 인간적으로 이것이 곱게 보이기는 매우 힘들다.

김 부총리는 이런 속내를 그대로 드러낸 적이 있다. 지난 8월 김현철 청와대 경제보좌관이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기준금리가 너무 낮다”고 발언하자, 김 부총리는 즉각 “정부 당국자가 금리 문제에 대해 얘기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반박했다. 이 발언을 하는 그의 옆자리에는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무심한 표정으로 앉아있었다.

김 부총리의 발언을 순수하게 한국은행 독립을 지키려는 충정으로 해석하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그보다는 하필 자신이 부총리 되자 금리 올리라는 발언이 나온 것을 대단히 못마땅하게 여기는 것으로 해석됐다. 중앙은행 독립과 관련해 청와대 못지않게 경계해야 될 곳은 기획재정부이기 때문이다.
 

▲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왼쪽)가 지난 8월 은행회관에서 만난 모습. /사진=뉴시스.


원칙이야 어떻든, 일 한번 열심히 해보려는 김 부총리 심정을 인간적으로 전혀 이해 못할 일은 아니다.

이주열 총재는 2014년 4월 취임한 후 다섯 차례에 걸쳐 금리를 인하했다. 2.5%였던 기준금리는 절반인 1.25%로 낮아졌다. 이것은 모두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하기 전, 박근혜 전 대통령 재임 중 이뤄졌다. 김동연 부총리 취임 전이라는 얘기다.

비유하자면, 김 부총리 심정은 이렇다. 프로야구 홈런 타자가 올해는 사상 최고 홈런 기록을 세워보려는데 하필 그때 야구 공인구를 반발력이 훨씬 떨어지는 공으로 바꿔서 ‘투고타저’ 시즌이 됐을 때 비슷할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소아(小我)’의 부질없는 심상에서나 꺼낼 얘기다. 지금 정부 내에서도 신선한 인사로 주목받는 김동연 부총리가 이런 구시대적 개발논리 따위에 얽매일 리가 없다.

한국 경제는 이제 양적인 확장만 시도하는 두 자릿수 고도성장 단계는 한참 지났고, 높은 수준의 부가가치 생산에 주력하는 단계다. 생산성 높은 곳일수록 더 많은 자원이 집중되도록 유도하기 위해서는 일정한 금리 수준이 필요하다.

이런 고담준론보다도 20년 가까이 지적되는 가계부채 문제는 어떻든 이제 근본적 해결을 시도해야 할 때다.

더욱 시급한 것은 선진국 금리와의 역전 우려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게 별로 우려할 일 아니라고 주장하긴 하지만, 금융시장에는 여기서 비롯되는 불안이 가시지 않고 있다. 금리가 크게 오른 날이면 “외국계 펀드 어디가 팔았다더라”는 이야기들이 급속도로 확산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이사회가 연내 금리를 또 올릴 가능성이 93.1%에 달하는 현재, 이런 불안한 심리구조를 진정시킬 별다른 방법은 없어 보인다.

인간적으로 한국은행 총재에 대한 섭섭함이 행여 다소나마 있다하더라도, 이주열 총재는 이제 내년 3월이면 임기를 마칠 사람이다. 이에 비하면 김동연 부총리는 나이도 아직 한참 때일 뿐만 아니라, 역대 경제부총리들의 사례에서 보듯 앞으로 더욱 할 일이 많은 사람이다.

중앙은행이 앞선 정권의 무분별한 간섭에 이리저리 휘둘리다가, 이제야 제정신 차리고 일을 하겠다고 한다면 ‘대아(大我)’의 차원에서 이를 수긍하고, 기획재정부는 이에 따른 극심한 부작용이 없도록 근정(勤政)으로 일관할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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