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바이오주 부진, 미국증시 위험신호?...한국의 투자자도 잘 지켜봐야

[초이스경제 최원석 기자] 20일(현지시각) 미국증시 3대 지수가 다시 동반 사상 최고치를 작성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감세정책 추진이 성공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표면상 거침없는 주가 상승세가 다시 전개됐다. 하지만 여전히 소외된 주식이 있었다. 다름아닌 미국 기술주와 바이오주 부진이다. 이것은 “언젠가는 미국, 한국 등 글로벌 시장에 조정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는 요인”이 될 수도 있어 주목해야 할 흐름으로 간주되고 있다.

뉴욕증권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다우 지수와 S&P500 지수, 그리고 나스닥 지수가 모두 사상 최고치를 작성했다. 로이터는 “미국의 예산안이 통과되고 미국 하원에서 감세정책 또한 공화당 단독 처리가 가능해진 것이 이날 주가 상승에 힘을 보탰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날 뉴욕증시 3대지수 중 기술주 중심인 나스닥 지수의 상승폭이 가장 작았다. 다우는 0.71%, S&P500은 0.51% 각각 상승한 반면 나스닥 지수는 0.36% 오르는 데 그쳤다.

페이팔의 주가가 실적 호전 속에 5.53%나 급등하고 애플의 주가가 그간의 급락을 뒤로하고 0.17% 상승한 것을 제외하고는 다른 기술주와 바이오 섹터의 주가는 신통치 않은 흐름을 보인데 따른 것이다.

우선 이날 미국 기술주를 상징하는 FANG(페이스북, 아마존, 넷플릭스, 구글)의 주가는 혼조세에 머물렀다. 페이스북(+0.24%)과 구글의 모기업인 알파벳(+0.32%)은 소폭 상승한 반면 아마존(-0.38%)과 넷플릭스(-0.50%)는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그 뿐 아니다. 이날 나스닥 바이오인덱스는 3472.32로 1.06%나 급락하면서 시장에 일말의 불안감을 안겼다. 주요 바이오 종목인 바이오젠(-1.26%), 암젠(-0.63%), 길리어드 사이언스(-0.47%) 등의 주가도 모두 하락했다.

그나마 이날 미국 반도체 주가가 반등한 것이 위안이 되긴 했지만 반도체 섹터 역시 상승폭이 크지 않았다.

주요 반도체 종목 중에선 마이크론 테크(+0.46%), 인텔(+0.85%) 등의 주가가 올랐으나 그간 너무 급등한 탓인지 상승폭이 소폭에 머물렀다.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도 1231.34로 0.51% 상승에 그쳤다.

최근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는 “올 들어 미국 나스닥 지수가 23% 이상 급등했다”면서 “최근들어 트레이더들이 기술주에 대해 주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의 금리인상을 앞두고 바이오 섹터의 주가가 이날 나홀로 급락하고 기술주가 혼조를 보인 것은 주목할만한 일이다. 기술주와 바이오주는 금리인상에 취약한 면이 있다. 돈을 차입해 신제품 개발에 올인하는 경향이 큰 특성 때문이다. 지난 2013년 ‘긴축발작’ 때도 바이오 주가가 크게 흔들렸고 기술주들도 불안한 움직임을 보였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최대 현안인 미국의 세제개혁 성공 가능성으로 미국증시 3대 지수가 모두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며 축배를 들었지만 이날에도 미국 나스닥 바이오 섹터와 기술주의 흐름이 부진하게 나온 것은 향후 여전히 주시해야 할 대목이다. 특히 미국 연준이 금리인상을 추진 중인 상황에서 이들 주식의 향배가 더욱 중시되고 있다.

또한 한국증시의 경우도 기술주, 반도체, 바이오 섹터의 비중이 크다는 점에서 미국증시내 기술주 흐름과 바이오주 흐름, 반도체주 흐름 등을 계속 면밀히 주시해야 할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그렇잖아도 하루 전 월스트리트저널은 "최근 미국증시가 뛰고 있지만 거래량이 격감하고 있는 점을 유심히 살필 필요가 있다"고 전했고, 파이낸셜 타임스는 "최근의 미국증시 분위기가 30년 전 블랙먼데이를 연상케 한다"는 진단까지 내놓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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