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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악산 둘레길...그곳에도 역사의 아픔은 서려있었다어느 기업인의 트레킹 이야기<16>...피신한 천주교인의 산속 경제활동은?
박성기 도보여행가  |  wh1463@choic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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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10.22  07:0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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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성기 대표

[외부 기고=박성기 도보여행가, 도서출판 깊은 샘 대표] 2017년 10월1일, 10월6일 이틀에 걸쳐 감악산 둘레길을 걸었다.

파주 감악산(紺岳山)은 개성의 송악산(松岳山), 가평의 화악산(華岳山), 포천의 운악산(雲岳山), 안양의 관악산(冠岳山)과 더불어 경기도 오악(五岳)중의 하나다. 높이가 675미터로 높지 않으나 경치가 빼어나다.

감악산을 처음 만난 건 20여 년 전 연천에 있는 숭의전을 가면서다. 숭의전(崇義殿)은 고려 태조와 7왕, 고려충신 15인을 함께 모신 곳이다. 자주 숭의전에 들렀는데 항상 감악산을 지나갔다. 그때는 감악산을 잘 몰랐고, 예전에는 일대가 전방에 근접한 군사지역이어서 맘대로 산을 오르거나 쉽게 들어설 수도 없었다.

   
▲ 임꺽정봉에서 바라본 감악산 풍경 /사진=박성기 대표

올 초 눈이 채 녹지 않은 2월에 비로소 감악산을 등산하였고, 오늘에야 감악산 둘레길을 걷기 위해서 길을 나서게 되었다.

감악산 둘레길은 손마중길, 천둥바윗길, 하늘동네길, 임꺽정길, 청산계곡길 등 총 5개 코스다. 모든 코스를 합하면 21킬로의 둘레길이다. 이 길을 두 번에 거쳐 걸을 생각이다.

첫째 날이다.

오늘은 손마중길과 천둥바윗길, 하늘동네길 일부 11km를 걷는다. 아침 9시 전철1호선을 타고 양주역에서 내렸다. 버스를 타고 둘레길 입구인 출렁다리로 가야한다. 25번 버스를 타고 50분을 달려 출발지인 힐링파크 주차장에 도달했다. 많은 사람이 출렁다리를 가기위해 주차장으로 모여들고 있다. 사람이 더 많아지기 전에 얼른 행장을 수습하고 출발했다.

   
▲ 출렁다리를 건너는 사람들 /사진=박성기 대표

출렁다리를 가기 위해 10여분 산을 올랐다. 조금 숨이 가빠진다. 조금 지나니 출렁다리 기둥이 앞에 기다린다. 서둘러 계단을 오르니 아찔하다. 긴 출렁다리를 건너는 사람들마다 탄성이다. 다리가 완공되고서 관광객들이 몰려드니 엄청 큰 성공이다.

서둘러 일찍 왔음에도 많은 사람이 줄지어 늘어섰다. 사람들은 저마다 최고의 표정으로 가을 감악산을 수놓고 있다. 현수교인 출렁다리의 길이가 170미터이고 폭이 1.5미터라 하니 아찔하기만 하다.

   
▲ 운계폭포 /사진=박성기 대표

출렁다리를 건너 데크길을 따라 계속 가면 운계폭포다. 계곡은 마른데 폭포가 계속 떨어진다. 비밀을 간직한 폭포다. 비밀을 사람들이 다 아는 것 같다.

법륜사(法輪寺) 앞에 이르렀다. 여기서부터 손마중길이다. 법륜사를 좌로 돌아가는 길이다. 손마중길은 출발은 평탄했다. 데크와 흙길이 섞여있어 편안했다. 객을 반기는 듯 길게 늘어선 소나무의 솔잎이 햇빛에 격자로 웃고 있다. 운계전망대를 지났다. 멀리 보이는 공중에 매달린 출렁다리가 한번 바람에도 흔들릴 것같아 간담이 서늘하다. 길은 따라 걷기 편하게 계속 이어졌다. 법륜사에서 2.4킬로를 진행하니 선고개가 나왔다. 선고개는 옛 적성면 객현리의 마을사람들이 적성현(縣)에서 오는 귀한 손님을 맞이하기 위하여 오갔던 고개 이름에서 손마중길 이름을 붙인 이유다.

   
▲ 잣나무 숲길 /사진=박성기 대표

길은 계속 이어졌다. 줄맞춘 듯 가지런히 이어진 빼곡한 잣나무 숲은 살랑살랑 걷는 이의 마음을 한없이 부드럽게 만들었다. 빗방울은 오다가다를 반복하며 조금씩 마음을 젖게 만들었다. 손마중길의 끝 지점인 산촌마을로 접어들 무렵 소나무 숲길 사이로 밤나무 한 그루가 있고 길에는 밤이 가득 떨어져 있다. 벌써 손 빠른 앞사람이 많이들 까가고 빈 밤송이만 온 길에 가득 널려있다. 산촌마을을 지나 어느새 천둥바윗길로 접어들었다.

천둥바윗길의 이름은 장마철에 계곡 상류의 바윗골을 따라 흘러내리는 물소리가 마치 천둥소리 같다고 해서 만들어진 이름이다. 청운계곡을 지났다. 바싹 말라 계곡에는 물 한 방울 없었다. 물이 바위를 때려 천둥소리를 낸다고 했는데.... 마른 계곡을 건너 봉암사를 향했다.

   
▲ 바위틈 사이의 천남성 /사진=박성기 대표

봉암사를 앞에 두고 우측으로 길은 진행한다. 바싹 마른 고라니 한 마리가 비틀거리며 바위들 사이를 어렵게 지나간다. 다가설 수 없는 지역이라 혹시 나와서 먹으라고 음식을 길에 놔두었다. 바위들 사이로 사라진 녀석은 보이지 않았다. 길을 비켜주고 다시 길을 나섰다. 첩첩이 바위길이다. 바위틈 사이 천남성이 빨간 열매로 걷는 자를 현혹한다.

들락거리던 빗방울은 숲길 나뭇잎에 제 몸을 부딪치며 기분 좋은 소리로 울어댄다. 생명의 기운이 가득한 숲이다. 숲의 정령이 나를 이끄는 것 같은 묘한 환상에 빠져들었다. 아름답다. 길은 생명의 힘으로 가득했다.
 
바위지대를 지났다. 본격 등산이다. 숨이 가쁘게 올랐다. 꼭대기에 도달하면 조금 내려가다가 다시 가파르게 오르기를 몇 번이나 반복했다. 차라리 한 번에 오르는 정상이면 괜찮은데 계속 오르내리는 힘든 길이다. 가쁜 숨을 거칠게 내쉬며 꼭대기에 오르면 땀을 씻겨주는 시원한 바람에 다시 힘을 낸다.

   
▲ 하늘마을길 시작점 /사진=박성기 대표

하늘마을길 시작점이다. 마을에서부터 이어온 시멘트 도로가 감악산 정상방면으로 지난다. 시멘트 도로를 가로 질러 길을 이어갔다.

   
▲ 길이 안 보이는 하늘마을길 초입 /사진=박성기 대표

사람들이 다니지 않아서인지 길 같지가 않다. 거친 가시풀이 키를 훌쩍 넘긴다. 스틱으로 가시덤블을 헤치며 어렵게 진행했다. 희미한 길을 따라 풀을 헤치고 나아가기 시작한다. 다행히 길지 않았다. 숲길이 끝나자 아까 걸었던, 마을에서 이어지는 시멘트 도로를 만났다. 하늘아래 첫 동네다. 군인들의 훈련터인 태풍유격대훈련장을 지나 백련사 입구다.

여기에서 첫째 날을 마감했다.

 

   
▲ 청산계곡길 /사진=박성기 대표

둘째 날

청산계곡길과 임꺽정길을 지나 하늘마을길의 백련사까지 10킬로를 진행한다. 감악산의 동쪽과 서쪽은 산세가 많이 달랐다.

감악산을 왼편으로 도는 서쪽은 바윗길이었는데 동편으로 도는 오늘은 흙길이다. 계곡을 따라 길이 계속 이어져있다. 길을 따라 걷다보니 유격장이 보인다. 곳곳이 군대 유격장인 것을 보면 이곳이 군사지역이었음을 보여준다. 유격장에서 청산계곡길의 종착인 부도골 쉼터까지는 비포장도로다. 걷다가 들리는 차 소리에 길을 비켜주기를 여러 번이다.

부도골 쉼터에 도착했다. 신암사 절의 고승 사리를 담은 부도가 있었다 하여 부도골이다. 지금은 절터만 남아있고 부도는 일제 때 일본에서 가져갔다하니 문화재 수탈의 현장이 여기에도 있다. 안타까운 일이다.

여기서부터는 임꺽정 길이다. 관군의 추격을 피해 숨어 있었다는 임꺽정굴과 임꺽정봉이 부도골 뒤로 있어서 임꺽정길이라고 명명한 모양이다. 여기서 점심을 해결하고 잠시 쉬었다.

   
▲ 독점 가는 길 /사진=박성기 대표

부도골 옆 산자락으로 길을 가야 하는데 큰 길 따라 내려가다 다시 돌아왔다. 다행히 많이 내려가지 않았다. 산길에서는 안내판을 정확히 해독해야만 한다. 자칫 잘못하면 엉뚱한 곳으로  들어가기 쉽다.

독점에 도착했다. 부도골 북쪽에 독을 만들며 생활하던 사람들이 살았던 터라 해서 독점이다. 천주교인들이 박해를 피해 들어와 독을 만들어 살았다고 하니 산이 깊어 피해살기 좋은 곳이었나 보다. 독점 옆에 숮가마 터가 보였다. 감악산 여기저기서 보이던 숮가마 터가 많이 보이는 것으로 보아 감악산에서 숯을 생산해서 외지에다 내다 팔아 입에 풀칠하는 수단이었을 터다. 나름 산속에서도 그들만의 경제활동이 이뤄졌던 셈이다.

   
▲ 동광정사 뒤로 임꺽정봉이 보인다. /사진=박성기 대표

온당쉼터를 지나 동광정사에 도착했다. 동광정사 뒤로 임꺽정봉이 장엄했다. 어느 순간 한달음에 임꺽정이 나타나 호령할 것 같다. 동광정사와 임꺽정봉을 뒤로 두고 사진도 찍으며 잠시 노닥거렸다.

임꺽정은 많은 곳에서 만났다. 불곡산 임꺽정 봉에서 만났고, 철원의 고석정에서도 만났다. 임꺽정이란 이름이 친숙하게 붙은 걸 보면 민초들의 염원을 알 수 있겠다. 대학시절 영인본으로 된 벽초 홍명희의 임꺽정을 읽었던 생각이 나서 잠시 상념에 젖었다.

동광정사를 출발해 하누재 쉼터를 향했다. 하누재 쉼터에 오르는 동안 숨이 찼다. 오늘 길은 힘들지 않아서 편했는데, 하누재를 오르는 동안이 그래도 힘들었다. 등에 땀이 찼는지 배낭을 내리니 등골까지 시원하다. 하누재를 지나 철탑에 도착했다.

   
▲ 철탑, 여기서부터는 하늘마을길이다. /사진=박성기 대표

철탑부터는 하늘마을길로 급한 내리막이다. 길이 미끄러워 조심조심 내려서니 백련사다. 아주 작은 사찰로 사람이 살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백련사를 조금 내려오니 마을길이다. 하늘마을길은 별 특징이 없이 시멘트길을 걷는 길로서 천둥바윗길과 임꺽정길을 연결시켜주는 연결 길의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틀 동안의 감악산 둘레길 일주를 마쳤다.

감악산은 예로부터 주변의 사람들이 깊이 사랑하는 산이다. 서울 근교에 이러한 산을 두고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길이 아름답고 산세가 웅장해서 많은 사람이 더 찾게 될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감악산에 와서 출렁다리만 보고 가는 사람이 참 많았다. 더 들어와 둘레길도 돌고 정상도 오르고 그런다면 참 좋을 거라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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