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이스경제 최원석 경제 칼럼] 한국의 여러 산업 중 가장 낙후된 분야를 꼽는다면 단연 금융부문이 될 것이다. 말로만 금융권의 삼성전자를 키운다고 했지 글로벌 시장에 이렇다 하게 내세울 게 없는 게 한국의 금융산업이다. 세계적인 금융회사 하나 없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첨단 금융노하우를 갖고 있지도 못하다.

금융산업이 예전 그대로인 것은 인적 쇄신이 이뤄지지 못한 탓도 있다. 그간 한국의 금융산업은 모피아(옛 재무부 출신) 들이 장기간 지배하면서 안주에 안주를 거듭해 왔다. 그나마 문재인 정부 들어 금융감독원장 만이라도 모피아 출신을 배제한 것은 놀랄만한 변화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달라진 것은 거의 없다. 금융개혁을 방해하는 세력들이 여전히 판을 치고 있다는 얘기다.

그런데 최근 문재인 정부의 개혁의지에 도전하는 세력이 또 생겼다. 바로 금융협회장 관련 인사에서 모피아 출신 등 전직관료들이 또 등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금 금융업계에서는 손해보험협회장, 생명보험협회장, 은행연합회장, 금융투자협회장 관련 교체 인사가 줄줄이 기다리고 있다. 얼마 전부터 업계출신 인사들이 이들 협회장을 맡아왔다. 더 이상 모피아들이 금융산업을 장악해선 안된다는 취지에서 최근에야 민간 금융회사 출신들에게 협회장을 맡겨왔었다.

그러나 지금 또다시 모피아출신들이 각종 협회장 자리를 넘보고 있다는 소리가 들린다. 그것도 고위 공무원을 그만 두고 이 자리 저 자리 마르고 닳도록 해먹은 사람이 또다시 협회장 자리를 노리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손해보험협회장, 생명보험협회장 등의 교체를 앞두고 이런 움직임이 일고 있다고 한다. 참으로 통탄할 일이다. 문재인 정부는 그간 모피아의 등살에 허우적 거리던 금융권을 수술하기 위해 금융감독원장도 모피아출신에서 배제했는데 모피아들이 또다시 협회장 자리를 기웃거린다고 한다.

안될 말이다.

이제 금융협회장 자리는 민간 금융업계의 상황을 잘 아는 민간 금융회사 출신들이 맡게 해야 한다. 그러면서 금융회사들의 가려운 곳을 제대로 긁어주는 역할을 하도록 해야 한다. 관료 출신들이 낙하산 되도록 그냥 놔둬선 안된다. 관료출신 한사람이 여기저기 철새처럼 옮겨다니며 요직을 독식하도록 놔둬선 안된다. 이제 시대가 바뀌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오늘날 우리의 금융산업을 이토록 낙후되게 한 책임이 어디에 있는가. 그간 모피아출신들이 요직을 독식하면서 경쟁 없이 안주하는 정책을 펴 온 것도 한 요인이다.

문재인 정부는 서둘러 금융협회장 등 금융계 요직에서 모피아 등 관료출신들의 기웃거림을 막아야 한다. 그래야 금융권에 새로운 개혁의 기운이 생길 수 있다. 우리 금융 산업이 그 밥의 그 나물인 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자리만 나면 이곳 저곳 기웃대는 일부 관료 출신들은 더 이상 문재인 정부의 금융개혁 의지를 꺾지 말아야 한다. 이제 민간 금융기관은 민간인들에게 맡겨야 할 때가 됐다.

최근 오갑수 글로벌금융학회장이 필자에게 "한국도 이제는 금융산업 선진화에 박차를 가해야 할 때가 됐다"고 한 말이 생각난다. 이제 더이상 한국의 금융산업도 '과거의 틀'로 회귀해선 안된다는 의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