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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위기... 그때의 산업은행 역할은 막중했었다<외환위기 20주년 앞둔 한국 경제-7> 5천억도 어렵다던 무역금융 3조원 지원
장경순 기자  |  sixyellow@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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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10.23  05: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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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외환위기가 1997년 11월 발생한 후엔 무역에 필요한 금융까지 모두 마비됐다. 한국에는 외화가 일체 들어오지 않았다. 산업은행은 국제통화기금(IMF)이 구조조정 차관으로 제공한 10억 달러 가운데 5억 달러를 받아서 무역금융에 투입했다. 턱없이 부족한 돈이지만 이리저리 아끼고 쓰면서 버티다가 캐나다 은행들이 몇 천만 달러씩 처음으로 막혔던 자금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해가 바뀌고 2월에는 새로운 정부가 출범했다. 재정경제부(지금의 기획재정부)는 국가적으로 외자조달 계획을 세워야 했는데 시중은행권의 외자조달 전망은 제로에 가까웠다.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라고 특별히 나을 것이 없을 때지만 마침 그 무렵 자본재 수입에 대한 무역금융이 열리기 시작했다.

장기자금을 필요로 하는 자본재수입의 무역금융이 열리기 시작한 것은 대단히 의미 있는 일이었다. 당시 무역금융의 일선부서인 외환영업실장을 맡고 있던 반기로 전 파인아시아자산운용 대표는 재경부에 자본재 수입에 대한 무역금융 자금을 1억 달러 조달하겠다고 보고했다. 상당히 크게 잡았다고 생각했는데 재경부에서의 답신은 "10억 달러를 조달하라"는 것이었다.

이 10억 달러는 정부의 외자도입계획에 포함됐다. 결과는 1998년 말까지 2억 달러 실적을 내는데 그쳤지만, 어떻든 꽉 막혔던 외자도입을 해가 바뀌면서 열게 됐다.

그러나 외화뿐만 아니라 원화도 막힌 기업들의 위기는 여전했다. 당시 30대 기업은 기업어음(CP) 발행도 막혀 있었다. 기업이 수출신용장을 들고 오면 그걸 근거로 원화자금을 내 주는 제도는 있지만, 한국의 외환위기를 알고 있는 외국에서는 한국기업들에게 신용장을 내주지 않았다.

당시 한국은행 관련 법 중에 원화무역금융을 할 수 있는 법률이 있었다. 이것을 30대 기업에도 적용할 수 있는지 해석이 필요한 여지가 있었다. 한은과 산은, 그리고 국회 전문위원이 만나 비상 시기니까 가능한 쪽으로 법을 해석해 보자는 얘기를 나눴다.

산업은행이 기업들의 전년도 수출실적으로 근거로 원화자금을 내주기로 했다. 반기로 실장이 5000억 원의 자금 계획을 만들자 은행 내에서 불가능하다는 의견이 쏟아졌다.

재경부에 이 계획을 들고 가자 담당사무관은 "산업은행 말아먹을 일 있어요?"라고 반문했다. 반 실장이 "그래도 어떻게든 길을 찾아야지 않겠습니까"라고 했더니 금융정책과장까지 만나게 됐다. 나중에 금융감독원장을 지낸 권혁세 과장이었다.

권 과장은 "잠시 기다리세요"라는 말을 남기고 계획을 정덕구 차관실(산업자원부장관, 국회의원)로 들고 갔다. 돌아온 권 과장에 따르면, 정 차관은 규모가 겨우 5000억 원이 뭐냐고 지적했다고 한다.

반 실장은 그 자리에서 "7000억 원까지 해보겠다"는 말을 남기고 돌아왔는데 다음날 아침 재경부에서 전화가 왔다. "지금 청와대에 보고 들어가는데 2조원이라고 적었다"는 것이었다.

이 자금의 실적은 3조원을 넘겼고 기업에 따라 적게는 500억 원에서 많게는 3000억 원까지 지원받았다.

지금으로부터 20여 년 전의 상황이니 정부부처와 산하기관 간 수직적인 갑을관계도 살짝 엿보인다.

그러나 국가적으로 돌파구가 필요한 시기에 시중은행도 나서지 못하는 위험을 국책은행이 감수하면서 돌파해 나간 것은 산업은행을 무엇에 쓰기 위해 만들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청와대 보고까지 돼서 처리한 기업지원이었지만, 법 해석에 따른 후폭풍이 전혀 없지는 않았다. 반기로 실장은 한동안 이 일과 관련해 감사원 감사를 받아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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