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기업 늘리는 것도 좋지만 질적 수준 높이고 좀비 기업은 솎아내야

[초이스경제 김완묵 경제칼럼] 정부가 코스닥 시장 활성화에 팔을 걷어붙인 모습이다. 늦었지만 방향은 옳아 보인다. 사실 코스닥 시장은 세계 증시의 상승세와 코스피 시장의 활황 속에서도 상당히 소외된 길을 걸어왔다.

미국 증시에서 나스닥 지수가 다우나 S&P500에 결코 뒤지지 않는 발걸음을 보여온 것과는 대조적이다. 게다가 대장주 역할을 하던 셀트리온마저 코스피 시장으로 옮겨가기로 결정한 이후로는 그 격차가 더욱 커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최근 1년 사이 코스피와 코스닥 양 지수의 상승률만 비교해도 그 차이는 확연하다. 코스피는 올해 들어 2007년 이후 10년 만에 박스권을 탈피하며 종가 기준 2500선 고지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지만, 코스닥은 최고치 돌파는 고사하고 여전히 박스권에 갇혀서 오르락내리락만 반복하고 있다.

코스피지수는 지난 10년간 1800~2200 박스권에서 갇혀 있다 단숨에 그 상단을 탈출해 전인미답의 길로 가고 있는 반면 코스닥은 근래 최고치인 800선 돌파마저 엄두를 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그마저도 거래량에서 대형주나 특정주 쏠림현상이 코스피보다 더 심해 거래조차 제대로 되지 못하는 '좀비' 기업들이 수두룩한 상황이다. 오죽하면 하루 거래대금이 가상화폐인 비트코인 시장보다도 낮은 날이 나오겠는가.

이에 지난 19일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벤처투자 자금 조달에 있어 코스닥 시장 역할 강화를 위한 과감한 인센티브 제공을 검토하고 상장요건 등을 성장 잠재력 중심으로 전면 재정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제2의 벤처붐 조성을 위해 민간의 여유 자금이 생산적인 자본시장으로 적극 유입되도록 노력하겠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정부가 코스닥 투자자에 대한 세금 혜택 등을 제공하고 국민연금 등의 코스닥 투자 확대를 유도하겠다는 방안도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도 지난 26일 "성장 잠재력이 큰 혁신기업들이 원활하게 코스닥 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상장제도 전반을 글로벌 시장과 비교해 전면 재정비하겠다"고 밝혔다.

전반적으로 진입을 활성화해 코스닥 시장으로 자금을 끌어들이겠다는 복안으로 보인다. 하지만 현재 코스닥 시장에서 상장 기업이 적어서 활성화되지 못한 것은 아니라는 점도 인식했으면 한다. 현재 상장돼 있는 기업은 1200여 개에 달하지만 이름은커녕 무슨 사업을 하는지 제대로 파악이 되지 못하는 기업들이 부지기수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의 관심을 받아 리포트로나마 상황을 알 수 있는 기업도 손에 꼽을 수 있을 정도다. 코스닥 시장은 특정 세력이나 일부 기관, 외국인들의 놀이터라는 비아냥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코스닥 기업 수만 늘리는 것은 능사가 아닐 수 있다. 오히려 특정 기업 쏠림 현상이 더 심해지고 코스닥 소외 현상을 부채질할 수도 있다. 그것보다는 질적으로 우수한 기업들을 선별하고 유치해 투자자들이 마음놓고 투자하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급선무다.

시장에 진입할 때만 반짝 스포트라이트를 받아 상승한 후 이내 제 역할을 못하는 기업들이 많은 상황에서 진입 장벽만 낮췄다가는 도덕적 해이 등 오히려 코스닥 시장에 대한 불신을 키울 수 있다.

대책은 양적 성장 못지않게 질적 수준을 고도화하는 것이다. 기술적으로나 재무적으로 우수한 기업들이 지속적으로 관심을 받아 성장하고 스타 기업으로 자라날 수 있는 자본시장 본연의 역할을 해주는 게 더 시급할 수 있다는 소리다. 코스닥 시장에서 스타 기업들이 점차 늘어나면 자연스럽게 자금 유입은 활성화되고 많은 벤처나 스타트업들이 시장 진입을 위한 꿈을 키워갈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코스닥 시장에서만은 개인이나 기관, 외국인이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도록 공매도 규제를 강화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많은 정보를 알고 있는 기관이나 외국인이 작은 기업을 타깃으로 실적에 관계없이 공매도로 작전을 펼칠 경우 개인 투자자가 견녀낼 재간은 없기 때문이다.

사실 셀트리온이 코스닥을 탈출해 코스피로 이전하게 된 빌미가 된 것도 공매도에 따른 폐해를 줄여보자는 생각이었으니 개인 투자자나 경영진의 공매도에 대한 두려움이 얼마나 큰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코스닥 시장 진입 장벽을 낮추기에 앞서 코스닥 기업에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우선이다. 또 스타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토양을 만들어준다면 시장의 활성화는 자연스레 이뤄질 것이다. 이런 점에서 코스닥 시장의 양적인 성장 못지않은 질적인 성장을 위한 정부 당국의 대책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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