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에서 배우는 경영 통찰력(시리즈 30)...퀸즐랜드관광청 광고의 교훈

▲ 김병희 교수

[외부 기고= 김병희 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한국PR학회 제15대 회장]

 “취업 준비는 잘 하고 있니?”
 
연결해줄 곳도 없으면서 뜬금없이 취업 상황을 묻는다. 그 순간 취업 준비생(취준생)들은 어떤 생각이 들까? 그뿐이랴. 소개시켜줄 사람도 없으면서 언제 국수 먹게 해줄 거냐며 결혼 의향을 살피기도 한다.

회사의 경영진도 관심이 많기나 하다는 듯이 직원들의 사생활을 시시콜콜 묻는 경우가 많다. 딱히 어떤 해결책이나 대안도 없으면서 쓸데없는 말을 툭툭 던져 상대방의 기분을 잡치게 한다.

쓸데없는 말을 떠드는 가납사니가 우리 주변에 너무 많다. 안 만나면 좋겠지만 그럴 수도 없는 사이라 마음이 더 불편할 수밖에 없다. 유명한 구인 광고에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사람들의 마음을 들뜨게 하는지 느껴보자.

▲ 퀸즐랜드관광청 광고 '꿈의 직업' 편(2009) /사진=김병희 교수

호주 퀸즐랜드관광청(Tourism Queensland)의 광고 ‘꿈의 직업’ 편(2009)을 보자. 퀸즐랜드의 해밀튼섬 관리자로 일할 수 있는 세상에서 가장 좋은 직업에 응모하라는 구인 광고다.

해밀튼섬은 유네스코에서 지정한 세계문화유산이자 영국 BBC 방송에서 ‘죽기 전에 가봐야 할 50곳’ 중 두 번째로 선정된 것으로 유명하다. 어찌나 아름다운지 미국 애니메이션 영화 <니모를 찾아서>(2003)의 배경이 되기도 했다. 목소리로 강조하는 카피 없이 경쾌한 배경 음악을 바탕으로 거의 자막으로 광고 메시지를 전달했다. 세계인을 대상으로 누구나 알기 쉽게 자막 위주로 메시지를 구성했다.
 
“세상에서 가장 좋은 직업을 알게 된다면 응모하지 않으시겠습니까?”라는 제안형 자막으로 시작되는 광고의 주요 내용은 이렇다.

섬 관리자는 6개월 동안 방 3개가 딸린 집에서 생활하며 월 12일만 일하면 된다. 2주 단위로 보수를 받는데 6개월 총액이 15만 호주달러(한화 약 1억 5000만원)다. 물고기에게 먹이를 주고, 수영장에 떠다니는 나뭇잎을 건져 내고, 경비행기를 타고 우편물도 배달해야 한다. 백사장에서 에메랄드 빛 산호초를 즐기고, 온천도 이용해야 하며, 스노클링도 즐겨야 한다. 주 1회씩 자신의 생활을 동영상으로 찍어 블로그에 올려야 한다. 이밖에도 외로울 수 있으니 친구나 가족 1명을 동반할 수 있고, 왕복 항공권과 여행자 보험도 제공된다. 세상에 이런 직업이 정말로 있을까 싶어 궁금해진다.
 
방송광고와 동시에 중국어, 일본어, 한국어, 영어로 신문광고를 내서 ‘꿈의 직업’(The Best Job in the World)을 알렸고 유튜브에 바이럴 동영상도 내보냈다. 섬 관리자가 되려면 이 일에 자신이 왜 적합한지 설명하는 1분 영상물을 제작해 블로그에 올려야 했다. BBC방송과 로이터통신 같은 세계적 언론사에서 구직 내용을 소개하자 모집 사이트는 첫날부터 다운되었다. 56일 동안의 응모 결과를 집계하자, 세계 201개국의 3만4684명이 1분짜리 동영상에 지원 동기를 담아 지원했다. 우리나라에서도 80여명이 지원했는데, 결국 15개 나라에서 온 16명이 결선에서 맞붙게 되었다. 결선에서 경쟁하는 과정은 사진과 비디오로 전 세계에 소개되었다. 결국 3만4684 대 1의 경쟁을 통과한 영국인 벤 수썰(Ben Southall)이 마지막 한 명으로 선발되었다. 그는 이후 6개월 동안 해밀튼섬에서 일하면서 자기 블로그의 방문자 수를 8만5000명까지 끌어올렸다.
 
이 캠페인은 놀라운 결과를 나타냈다. 사람들이 영상을 찍어 블로그에 올리자, 흥미로운 영상 콘텐츠는 세계 여러 나라의 블로그, 유튜브, 소셜미디어로 끝없이 퍼져나갔다. 전 세계에서 무려 685만명이 사이트를 방문했고, 모두 4800만 건의 페이지뷰를 기록했다. 5200만 건의 구글 검색이 이루어졌고, 23만명이 다른 사람의 블로그를 포스팅했다. 많은 사람이 퀸즐랜드 홈페이지를 방문하는 과정에서 저절로 엄청난 홍보 효과를 가져왔다. 만약 퀸즐랜드관광청에서 아름다운 바다와 생태계 풍경을 보여주며 퀸즐랜드를 방문하라고 늘 해오던 방식으로 접근했더라면 이런 성과는 결코 얻기 힘들었으리라.
  
전 세계를 뜨겁게 달군 이 캠페인의 성공 비결은 무엇일까? 누구나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욕구를 자극하며 통합 미디어를 활용해 바이럴 캠페인을 전개한 전략이 주효했다. 통합 미디어를 통해 소비자에게 이야기꺼리를 끊임없이 제공하고 확대 재생산함으로써 비용 대비 엄청난 효과를 거뒀다. 구인 광고였지만 결과적으로 해밀튼섬을 전 세계에 널리 알려줄 홍보 전문가를 선발했던 셈이다. 퀸즐랜드와 해밀튼섬에 대한 세계인들의 인지도와 호감도는 이전에 비해 곱절이나 올라갔다. 바이럴 마케팅의 전례 없는 성공 사례로 기록될 이 캠페인은 2009년 칸광고제에서 그랑프리 3관왕을 차지했다. 광고효과 측정 전문가들은 이 캠페인을 통해 퀸즐랜드관광청이 1300만 호주달러(한화 약 130억원)의 광고 효과를 거뒀다고 추정했다.

이 캠페인은 기발한 아이디어로 해밀튼섬을 널리 알렸다는 효과 측면에서 주목할 만하지만, 매력적인 제안이 얼마나 대단한 반응을 유발하는지 알게 해준다. 무리가 따르는 비유일 수 있지만 ‘꿈의 직업’ 사례에 비해 매력적인 제안 없이 그냥 내뱉는 경영자의 인사치레나 어른들이 젊은이들에게 무심코 던지는 말들은 얼마나 공허한 설화(舌禍)인가. 그런 말들은 마음속에 곰비임비 쌓이니 청소하기도 어렵다. 거슬린 말들이 먼지처럼 켜켜이 쌓이면 마음속에 불만과 불신의 똬리를 틀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매력적인 제안이나 적절한 대안을 가지고 있지 않다면 쓸데없는 말을 함부로 내뱉지 않는 편이 낫겠다. 좋은 말만 하고 살기에도 우리 인생은 너무 짧으니까.
 
“취업 준비는 잘 하고 있니?”
 
어른들이 이런 말을 툭 던지는 순간, 취준생들은 속으로 이렇게 반문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노후 준비는 잘 하고 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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