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들 "양적완화가 좋은것과 옳은 정책인가와는 별개의 문제"

부자들을 더 배부르게 하고도 부자한테마저 비판받는 정책이 있다. 바로 미국의 양적완화(QE) 정책이다.

 
28일 글로벌금융계에 따르면 양적완화 정책이 가장 욕먹는 이유는 양극화 심화이다. 부자만 더 잘살게 하고 서민들에겐 아무런 득도 가져다주지 못하거나 오히려 서민 생활고를 가중시키는 정책으로 정평이 나있다.
 
그도 그럴 것이 부자들은 양적완화가 추진되는 동안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 연준)가 제공한 값싼 돈을 갖고 주식이나 부동산에 투자해 엄청 큰 돈을 벌 수 있었다. 그래서일까. 최근 미국의 주식부자 워런 버핏은 차기 연준 의장 선출문제와 관련해 양적완화 정책의 주역인 벤 버냉키 현 의장이 연임해야 한다고 주장하기까지 했다. 버냉키의 양적완화 때문에 큰 돈을 벌었음직한 버핏이 버냉키를 두둔해 눈길을 끈 것이다.
 
그러나 서민들은 고달프기만 하다. 양적완화로 모든 자산의 버블이 일어나면서 주식투자나 부동산 투자는 엄두도 내지 못한 채 물가 상승 등의 고충을 감내해 내야 하는 상황이다. 게다가 연준이 그토록 많은 돈을 풀었는데도 실물경제 상승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금융시장 버블만 일으킨다는 지적도 낳고 있다. 이 때문에 제조업 고용이 늘지 않고 시간제 일자리만 양산했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이런 가운데 양적완화로 큰 돈을 번 부자들 마저 지난 9월18일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 회의에서 양적완화 축소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은 잘못된 정책이었다는 반응을 보여 눈길을 끌고 있다.
 
우선 최근 애플의 주식을 많이 사들여 유명세를 타고 있는 헤지펀드계의 큰 손 ‘칼 아이칸’의 반응이 주목을 끌었다. 그는 “시장에선 양적완화 조치로 인해 많은 기업들의 사정이 호전된 것처럼 말하지만 싫은 그렇지 않다”면서 “내가 보기엔 기업들의 사정이 그다지 양호하게 돌아가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나 역시 연준이 제공하는 싼 자금을 빌려 주식에 투자하면 큰 돈을 벌 자신이 있다”면서도 “하지만 기업에는 별 도움을 주지 못하는 게 양적완화 정책”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한때 2억6000만달러의 고액 연봉을 받았을 정도로 부자에 속하는 헤지펀드 매니저 스탠리 드럭큰 밀러도 “양적완화를 지속키로 한 것은 부의 재분배 차원에서 볼 때 심각한 후퇴다”면서 “중산층 또는 빈곤층으로부터 부유층으로 더 많은 부를 이전하는 게 양적완화다”고 꼬집었다.
 
미국 월가의 대표적 비관론자인 마크 파버도 가만있지 않았다. 그는 “나는 주식, 채권도 있고 부동산도 많다”면서 “양적완화는 분명 내겐 도움을 준 정책이다”고 했다. 그는 그러나 “양적완화를 지속하며 돈을 찍어내는 것은 경제에 도움을 주기는 커녕 많은 부작용을 낳고 있다”면서 “양적완화는 돈 많은 1%만을 위한 정책이라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 부자들은 자신들에게 큰 돈을 벌게 해준 양적완화 정책을 왜 비판하는 것일까.
 
그것은 바로 자신들에게 좋은 것은 좋은 것이고 옳지 않은 것은 옳지 않다고 말하는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그러나 이들 부자는 내심 양적완화 때문에 분노한 서민들이 나중에 대통령이나 지도자를 뽑을 때 부자를 싫어하는 후보에 많은 표를 던질 수도 있다는 점을 의식해 양적완화가 서둘러 종료되길 희망하는지도 모른다.
 
이와관련 마크 파버는 “양적완화는 경제적 불균형을 확대시켜 대다수 유권자들을 실망시킬 것”이라면서 “더 많은 유권자들이 (양적완화를 빌미로) 부자들에게 더 많은 세금을 물리겠다고 공약하는 후보에게 많은 표를 몰아주게 될 수도 있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마크 파버가 “부자들이 양적완화 때문에 돈을 많이 벌고도 양적완화를 왜 우려하는지”를 명쾌하게 정리해 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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