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걸 신임 산업은행 행장의 개혁 행보도 주목받을 듯

[초이스경제 최원석 경제 칼럼] 최근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외신기자간담회를 통해 “재벌개혁과 금융개혁을 본격화하겠다”면서 “특히 금융계의 갑질관행을 쇄신하겠다”고 한 것은 눈여겨볼 만한 대목이다.

마침 최근 국정감사에서도 산업은행과 캠코 등 국책 금융기관의 병폐가 이것저것 지적된 터라 금융개혁이 이번 만큼은 ‘말잔치’로 끝나지 않길 간절하게 기대해 본다.

지금 한국의 금융권을 둘러싸고 수사 당국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특히 금융권의 채용 비리 문제가 크게 불거지면서 일부 은행장이 옷을 벗게 됐는가 하면 여러 곳에서 소위 ‘압수수색’이 진행되었다.

이런 가운데 한국 금융계의 고질적 병폐 중의 하나인 낙하산 적폐나 금융계의 재벌 흉내내기가 이번 기회에 동시에 근절될 것인가도 주목받고 있다. 특히 국책기관의 뿌리깊은 병폐가 있는지도 잘 살펴서 그들부터 개혁을 할 것이 있으면 서둘러야 한다. 국책기관이 잘못되면 이는 혈세 낭비 등 심각한 국민피해도 유발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침 최근 국회국정감사에서 KDB산업은행, 캠코 등 일부 국책기관은 국회의원, 특히 여당의원들한테도 혼쭐이 났다. 낙하산 병폐, 재벌 흉내내기 같은 일들을 일삼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는 국책기관부터 병폐가 있다면 뿌리뽑아야 한다는 의미다.

특히 최근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이학영 의원의 '산업은행 관련 낙하산 적폐 문제 지적'은 금융권 개혁과정에서 결코 그냥 넘겨선 안될 일로 여겨진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학영 의원이 지난달 23일 산업은행으로부터 제출받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산업은행에서 지분을 갖고 있거나 구조조정을 진행 중인 기업에 재취업한 산업은행 퇴직 임직원은 무려 124명에 달했다. 특히 올 들어서도 11명의 퇴직자가 재취업에 성공한 것으로 드러났다.

역대 국정감사에서 산업은행의 낙하산 문제를 지적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런데도 시정되지 않고 있음이 드러났다. 이건 국회무시일 수도 있고 자체 개혁의지 부족일수도 있다. 게다가 산업은행의 낙하산 병폐는 국민들에게 커다란 실망을 안기기도 했다. 예컨대 산업은행은 대우조선해양에 부사장급을 연이어 낙하산 시킨일도 있다. 그런데 대우조선에 낙하산되었던 산업은행 출신 인사 중 일부가 대우조선의 불미스런 일에 연루되어 법적 처벌을 받은 것은 물론 그런 대우조선엔 대규모 혈세가 투입되기도 했다.

그 뿐 아니다. 산업은행은 특정 기업에 일감몰아주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달 23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산업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행우회 기업인 두레비즈는 산업은행의 최근 2년간 총 수의계약 103건 중 22건의 계약을 차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액 기준으로는 약 132억원으로 전체 계약액의 45.7%에 달한다. 건당 금액도 평균 6억원으로 다른 기업의 3배에 이른다. 그간 역대 정부는 재벌개혁과 관련해 ‘일감몰아주기 근절’을 그토록 외쳤건만 국책기관인 산업은행은 그런 일감몰아주기를 지속해 왔음이 드러난 것이다.

그런가 하면 지난달 27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민병두 의원이 캠코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카드사와 ‘복지카드’ 협약을 체결한 지난 2009년 이후 올해까지 102명의 캠코 직원이 공짜로 해외여행을 다녀온 것으로 지적됐다.

이같은 산업은행 및 캠코를 둘러싼 바람직하지 못한 사례는 국책기관에서 일어난 국정감사 지적 내용 중 극히 일부만 나열한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최근 재벌개혁에 고삐를 죄고 있다. 상대적으로 금융개혁에 대한 목소리는 적었었다. 그러나 장하성 실장이 최근 “금융개혁”도 강조하면서 우선 산업은행, 캠코 등 국책기관의 개혁이 얼마나 확실하게 이뤄질 것인지도 주목받게 됐다. 국책기관의 재벌 흉내내기는 물론 낙하산 병폐 등을 이번 기회에 확실히 뿌리 뽑아야 할 것이다.

게다가 지금의 이동걸 산업은행장은 개혁정부를 표방하는 문재인 정부가 내려 보낸 기관장이다. 이동걸 새 행장의 자체 개혁의지도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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