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뉴시스.


[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세계적으로 경제위기가 발생했을 때 달러와 미국채권, 금은 안전자산으로 특히 선호도가 높아진다. 어느 나라든 이들 안전자산을 최대한 보유해 경제위기에 대응하려고 한다.

달러와 미국채권은 안전자산의 지위를 갖기에 충분할 정도의 막대한 발행규모를 갖고 있었다. 미국경제가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압도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국을 비롯해 신흥국경제가 급속 성장을 지속하면서 미국의 비중은 점차 위축되고 있다. 미국이 발행하는 달러관련 금융자산으로 전세계 경제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여력도 크게 줄어들고 있다.

금융연구원의 송민기 거시·국제금융연구실 연구위원은 바로 이런 달러표시 안전자산의 부족이 2008년 전 세계적 금융위기로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송민기 연구위원은 금융연구원의 12일자 금융브리프 금주의 논단에서 ‘전 세계적 안전자산 부족 현상의 국제통화체제 안정성에 대한 시사점’이란 글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송 연구위원에 따르면, 안전자산은 명확한 개념은 없지만 대체적으로 어떠한 경제상황에서도 액면 가치를 유지할 수 있는 자산을 뜻한다. 별도의 위험 분석을 할 필요가 없고 역선택에 대한 우려도 없으며 급매 처분할 필요도 없는 자산이다.

그런데 안전자산을 공급할 수 있는 선진국 경제가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신흥국 경제의 성장이 선진국을 앞서기 때문이다.

신흥국 경제성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안전자산의 수요는 크게 늘어났고, 그에 따라 안전자산 부족현상이 심화됐다.

송민기 연구위원은 2008년 금융위기를 초래한 원인 가운데 하나가 여기 있다고 지적했다.

신흥국 중앙은행들이 준비자산 축적을 늘리면서 안전자산을 대규모로 가져가자 금융시장에는 안전자산 부족이 나타났다. 민간 금융회사들은 자산유동화를 통해 유사 안전자산을 만들었고, 그리스와 같이 재정이 건전하지 못한 나라도 낮은 금리에 국채를 대거 발행했다. 자신들이 새롭게 만들어내는 자산 역시 안전자산이라고 간주했지만 금융위기가 발생하자, 이들 자산은 전혀 안전자산이 아님이 드러났다.

송 연구위원은 안전자산 부족으로 현재 국제통화체제가 불안정해 질수 있다고 밝혔다. 만약 미국이 달러자산 부족에 대응해 달러자산의 발행을 늘릴 경우, 안전자산으로서의 조건을 상실할 수 있다고 그는 지적했다. 송 연구위원은 이에 따라 한국은행을 중심으로 한국의 준비자산 통화구성을 진지하고 장기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초이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