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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십리와 무장읍성에 가다...어촌의 경제터전, 동학의 기포지가 눈앞이다어느 기업인의 트레킹 이야기<20>...무장읍성 문화재 복원도 볼거리
박성기 도보여행가  |  wh1463@choic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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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11.19  07:5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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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성기 대표

[외부 기고=박성기 도보여행가, 도서출판 깊은 샘 대표] 지난 2017년 11월 4일 토요일, 필자와 일행은 명사십리와 동학의 기포지 무장읍성을 찾았다. 전날 백양사 단풍을 만끽 한 뒤의 1박2일 코스다.

어제는 백양사의 붉은 단풍을 마음에 담아 두고는 저녁 고창에서 복분자와 장어를 먹었다. 풍천장어의 맛이 일품이다.

예전에 풍천장어는 선운사 앞 인천강에서 많이 잡혔었다. 인천강은 바닷물이 들어왔다가 썰물 때는 민물이 흐르는 강이다. 예로부터 이곳에서 잡힌 장어가 육질이 뛰어나고 맛이 좋은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지금은 자연산 장어와 비슷한 조건을 만들어 양식을 한다. 장어와 조화를 이루는 고창에서 생산되는 복분자(覆盆子)는 요강을 엎을 정도의 효능을 가졌다고 알려져 있다. 복분자와 장어는 이곳 사람들에겐 경제적으로 주요 수입원이다.

복분자와 장어로 배불리 먹은 터라 오늘의 목적지 명사십리와 무장읍성 가는 발걸음이 가볍다.

   
▲ 명사십리. 해변의 길이가 4km 넘게 펼쳐져있다 /사진=박성기 대표

명사십리(明沙十里)에 도착했다.

바람이 차갑고 세다. 밀려온 파도는 포말로 부서지며 널따랗게 포물선을 그린다. 구시포해수욕장 북쪽에서 시작하여 4킬로가 넘는 넓게 펼쳐진 해변이다. 가끔 사람들이 말을 타는 모습을 보았는데, 바람이 심해서인지 보이지 않는다. 고운 모래가 끝과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넓은 명사십리다.

선운사 인근이 풍천장어와 복분자의 고장이라면 이곳 명사십리는 바지락 산업으로 유명하다. 십 수 년 전 이곳에서 바지락을 몇 자루나 캐서 집에 가져왔던 기억이 있다. 해감을 잘 못해서 바지락을 먹는 동안 계속 씹히던 모래가 생각난다. 예전엔 이곳에서 아무 때고 바지락을 캘 수 있었다. 지금에야 지역 어촌의 '중요 수입원' 으로 마을에서 직접 관리하기 때문에 함부로 캘 수가 없다.

   
▲ 차가 달린 바퀴 자국이 모래 위로 선명하다 /사진=박성기 대표

승용차로 모래사장 위를 달려본다. 바퀴 밑으로 껍질만 남은 조가비들 바스러지는 짜르락 소리가 귀를 즐겁게 한다. 포물선을 그리는 물 가장자리로 한없이 내달렸다. 마치 델마와 루이스가 자유를 갈망하면서 내달리듯이 소리를 지르며 스피드를 만끽했다. 명사십리 고운 모래 위에 굵은 바퀴자국으로 길게 생채기를 냈다. 얼마 후면 다시 감쪽같이 고운 모래로 변하는 마술을 할 것이다. 그러한 모습도 보고 싶지만 다음 행선지로 가야만 한다.

바다는 무심히 파도를 토해냈다. 같이 한 일행들은 누구나 할 것 없이 하늘 높이 손을 들며 뛰어올랐다. 바다 위로 공중부양하기 위해 자꾸 위로 뛰었다. 제각각 뛰는 모습이 정겹다. 한동안 갈 바를 모르고 그렇게 뛰고 놀았다.

   
▲ 거세게 들어오는 밀물에도 물새 떼들은 아랑곳 않는다 /사진=박성기 대표

다음 행선지를 가기 위해 바다를 나왔다. 거센 바람은 자꾸 파도를 밀어 올렸다. 멀리서 바라보니 바람에 쫓기듯 뭍으로 줄달음질이다.

   
▲ 무장읍성 /사진=박성기 대표

무장읍성이다. 하늘은 맑고 푸르다.

무장읍성은 내가 태어난 해리와는 지척지간으로 이곳을 통과해서 고창이나 정읍으로 가는 길목이었다. 이 길을 셀 수 없을 만큼 많이 다녔다.

예전엔 읍성 터에 무장초등학교가 있었다. 남문인 진무루(鎭茂樓)와 객사(客舍)인 송사지관(松沙之館), 동헌인 취백당(翠白堂), 일부 남아있던 성벽만이 이곳이 읍성이었음을 증명할 뿐이었다.

복구를 시작하기 위해 땅을 파고 발굴을 시작하는 모습을 보았는데, 땅속에 묻혀있던 성곽의 돌을 보고는 무수한 문화재가 땅속에서 방치된 채 잊혀져가고 있었던 것이 가슴 아팠다. 이면에도 여러 가지 이야기가 있는데 무장읍성이 갑오년 동학농민전쟁의 최초 기포지이기에 역적이 생기면 집터를 파내어 연못을 만들 듯이 성을 땅속에 묻어버렸다는 설과 일제 때 고의로 유물들을 없애기 위해 초등학교를 만들고 그랬다는 이야기가 있다. 둘 다 가슴 아픈 이야기들이다.

   
▲ 중앙에서 내려온 관리를 맞는 송사지관(松沙之館) /사진=박성기 대표

남문을 들어서서 중앙에서 내려오는 관리를 접대하는 객사인 송사지관(松沙之館)에 다가섰다. 객사 옆으로는 무장현을 다스리던 현감들의 치적을 기록한 불망비가 줄느런히 서있다.

   
▲ 현감들의 치적을 기록한 송덕비 /사진=박성기 대표

수백 년이 넘은 아름드리 나무가 객사 주변을 감싸고 있다. 송사지관은 무송(茂松)과 장사(長沙)에서 송과 사를 음차 해서 객사 이름을 지은 것이다. 무장은 지금은 고창군의 일개 면이지만 예전엔 무장과 성송면, 해리면, 공음면, 상하면과 영광의 일부지역까지 관장하던 큰 현이었다. 조선 태종 17년에 고려 때까지 이어오던 무송현(茂松縣)과 장사현(長沙縣)을 합쳐서 무장현(茂長縣)이라 부르게 했고 무장읍성을 쌓았다.

   
▲ 동헌인 취백당 /사진=박성기 대표

객사를 둘러보고는 좌측으로 내려갔다. 동헌을 향했다. 동헌인 취백당은 팔작지붕으로 마치 새가 날개를 펴고 있는 듯 멀리서 보기에도 그림처럼 아름답다. 객사에서 동헌으로 가는 길은 무장읍성의 역사를 간직한 수백 년 아름드리 나무가 줄지어서 객을 반긴다. 수백 년의 시간에도 나무가 제 자리를 지키고 오늘에까지 온 것이 장하다.

마루에 앉아 한동안 취백당(翠白堂) 구경에 빠졌다. 취백당은 무장현 관아의 동헌(東軒)으로 고을 원님께서 집무를 보던 건물이다. 취백(翠白)으로 쓰기 이전에는 송사(松沙)라고 썼는데 뜻은 같다. 취(翠)는 소나무처럼 푸르고 늠름한 기상이니 송(松)이고, 백(白)은 모래처럼 희고 결백한 절조를 나타내니 사(沙)이다. 고을의 원으로서 청렴결백하게 백성을 돌보라는 뜻도 들어있다.

취백당 뒤를 돌아 성 위를 올랐다. 성 위는 흙 위로 잔디가 덮여있어 걷기에 아주 편했다. 토성과 석성이 섞여있어 독특하다.

   
▲ 흙으로 덮힌 무장읍성 성곽 /사진=박성기 대표

성터를 돌다가 성안의 전경을 보면서 동학농민의 기포지였던 이곳을 생각해본다. 온 성을 가득한 농민들이 무장읍성을 무혈입성하고 기뻐 외치는 함성이 들리는 듯하다.

무장을 최초의 기포지로 하여 기세를 전국으로 전개했던, 성 전체를 위진하던 농민군들의 함성소리가 환청처럼 들린다. 서면 백산(白山) 앉으면 죽산(竹山)하던 그들의 기세가 성안에 가득하다.

   
▲ 성의 남문인 진무루 /사진=박성기 대표

성을 돌아 다시 남문이다. 남문을 지나 성 우측으로 더 가니 아직도 복원중인 읍성의 모습이 보인다. 전체가 복원된 모습은 언제쯤 볼 것인가? 벌써 마음은 그곳에 가있다.

아직도 복원이 진행 중이지만 이만큼 복원된 무장읍성도 참 아름다웠다. 성터가 다 묻혀버리고 그 위에 초등학교가 세워지는 악조건에서도 끝까지 부서지지 않고 지켜져 내려 온 동헌과 객사, 그리고 수백 년을 이어온 아름드리 나무들은 경건하기까지 한 감동이었다.

이번 여행은 명사십리 모래 위를 차로 달리는 무한한 자유로움과 무장읍성을 걸으며 우리 문화재 복원의 중요성을 느껴보는 알찬 하루였다. 명사십리의 바지락 산업이 풍년을 이루고 무장읍성의 문화재 복원도 잘 되어 관광산업이 더욱 발전하는 고장이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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