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은 국민혈세 투입된 곳...투명한 인선 이뤄지는지 감시해야

[초이스경제 최원석 경제칼럼] 차기 우리은행장 인선과 관련해 문재인 정부는 보다 세심한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투명한 절차를 통해 인선작업이 진행되고 있는지도 살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현 정부 들어 금융권 수장 선임을 둘러싸고 여러 뒷말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거두절미하고 우리은행은 국민의 혈세가 투입된 은행이다. 아직도 정부 지분이 남아있다. 우리은행은 국민이 지켜낸 은행이다. 따라서 차기 은행장도 ‘공개적이고 투명하며 공정하게’ 뽑아야 한다. 그게 개혁정부를 표방하는 문재인 정부의 정신과도 부합한다고 본다.

우리은행 소식에 정통한 관계자들에 따르면 우리은행 사외이사들은 지난 17일 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를 열고 차기 은행장 인선 작업에 사실상 돌입했다. 우리은행 임추위는 민영화 당시 4% 이상 참여한 5대 주주가 추천한 노성태 전 한화생명 경제연구원장, 박상용 연세대 교수, 신상훈 전 신한금융지주 사장, 장동우 IMM인베스트먼트 대표, 텐즈핑 중국 베이징 푸푸다오허 투자관리유한공사 부총경리 등 총 5명으로 이뤄졌다. 정부가 은행장 인선에 간여한다는 인상을 지우기 위해 우리은행의 주요 주주인 예금보험공사는 이번 임추위에서 빠졌다고 한다. 그만큼 능력있는 인사를 공정하게 뽑으라는 의미다.

▲ 서울 중구 회현동에 있는 우리은행 본점 /사진=뉴시스

그러나 지난 17일 첫 임추위가 끝난 뒤 본지(초이스경제)에는 임추위의 차기 행장 선정 방식에 “납득할 수 없다”는 제보전화가 걸려왔다. 우리은행에 따르면 임추위는 그간 특정 헤드헌터사를 통해 우리은행장 후보군을 이미 물색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리고는 헤드헌터사에서 올린 명단 중에서 차기 은행장 후보들을 골라내는 작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소식통에 의하면 이번 헤드헌터사가 추천한 인물 중에는 전직 금융위원장과 문재인 정부 대선 캠페인 때 금융부문에서 일했던 거물급 인사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첫 임추위 직후 헤드헌터사가 명단에 올린 사람 중에서 불만을 토로하는 목소리가 쏟아져 나와 주목된다. 자신도 헤드헌터사가 보낸 명단에 올라 있는데 무슨 기준으로 차기 행장 후보 리스트에서 배제됐는지 알 수 없다는 불만의 전화도 본지(초이스경제)에 걸려 왔다. 무슨 기준에서 어느 인사는 후보군 리스트에 이름이 오르고 어느 인사는 후보군 리스트에서 배제되는지 도통 알길이 없다는 불만도 일부 인사 사이에선 제기되고 있다.

한 제보자의 전화 제보내용을 소개한다. 그는 이번 인선과정을 납득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임추위에서 “유능한 인사를 추천받아 차기 행장을 선임한다”고 했으면 임추위 직후부터 투명한 추천과정을 밟아야 옳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런데 이미 헤드헌터사를 통해 여러명의 리스트를 확보한 후 임추위가 이런저런 잣대로 후보군을 추려가고 있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일인 것 같다고 했다. 그는 금융행정혁신위원회(위원장 윤석헌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 쪽에도 문의한 결과 금융행정혁신위원회 역시 “은행 수장 선임과 관련해 투명성이 중시돼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 전화제보자는 “최근 차기 KB금융회장을 뽑을 때도 그랬고 이번 우리은행 차기 행장 선임과정에서도 특정 헤드헌터사를 동원해 비공개적으로 일을 진행한 것은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현정부 들어 주요 은행 수장을 선임하는 과정에서 투명성 문제가 논란의 대상으로 부각되고 있다. 이번 우리은행 임추위가 차기 행장 인선과 관련해 명확한 원칙과 절차, 방식 등을 미리 세상에 알리고 보다 많은 유능한 사람들이 응모할 수 있게 했더라면 이런 불만도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필자는 판단한다.

물론 낙하산 인사를 방지하기 위해 헤드헌터사를 통해 명단을 확보하고 신속하게 리스트 작업에 들어갔다고 임추위는 주장할 수도 있다.

그러나 낙하산 인사란 무엇인가. 자격이 없는 사람이 요직에 앉도록 정부 등 힘있는 곳에서 찍어 누르는 것을 말한다. 그렇지 않고 투명한 절차에 의해 능력있는 안팎의 인사를 공정한 절차에 의해 선발하는 것을 두고 낙하산 인사라고 하는 것은 무리다.

거듭 말하지만 우리은행이 어떤 은행인가. 국민의 혈세가 투입된 은행이다. 그리고 최근 채용비리 문제로 은행장이 물러난 곳이다. 따라서 무조건 은행 내 인물만 고집할 수도 없는 은행이다. 은행 내 인물이든 은행 밖 인물이든 투명하고 공정하게 뽑을 필요성이 있는 곳이 우리은행이다. 은행 내 인물들이 여러 불신을 받고 있다면 유능한 외부 전문가를 투입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방법이다.

게다가 지금 우리은행 차기 행장 인선 과정에서 ‘실무급 행장’을 뽑는 것인지, 우리은행의 향후 금융그룹 격상을 염두에 두고 ‘회장급 격상’까지 염두에 둔 인물을 뽑는 것인지 조차 많은 사람이 알지 못한다.

솔직히 경제기자를 오래 한 필자도 우리은행장 인선 만큼은 임추위가 “이번 차기 우리은행장은 이런저런 기준으로 언제까지 이러저러하게 뽑겠다”는 구체적인 조건이라도 발표할 줄 알았다. 하지만 그런 구체적인 기준이 공개되지 않은 채 특정인은 배제하고 특정인은 후보자 명단에 넣는다면 이는 여러 오해를 살 여지가 있다.

필자는 기자이기에 앞서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이번 우리은행장 만큼은 공개적이며 투명하게 선발돼야 한다고 본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임추위는 공개적이며 누구나 수긍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해 정당하게 우리은행장을 뽑아야 할 것이다. 능력있는 사람이 가급적 많이 지원할 수 있게 하고 그들 중에서 공평하게 유능한 인물을 뽑아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고 뒷말이 많은 선정작업을 할 경우 국민이 등을 돌릴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개혁을 표방한 정부라는 점을 임추위 위원들은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우리은행은 공적자금이 투입된 은행임을 임추위 위원들은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제발 투명한 원칙과 절차를 통해 차기 행장을 뽑아줬으면 하는 바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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