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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경제 수로(水路)' 남한강, 여강(驪江)을 걷다어느 기업인의 트레킹 이야기<21>...이곳은 관광산업 여건도 뛰어난 곳
박성기 도보여행가  |  wh1463@choic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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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11.26  08:5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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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성기 대표

[외부 기고=박성기 도보여행가, 도서출판 깊은 샘 대표] 2017년 11월 25일 토요일. 오늘은 여강길 도리마을회관을 출발하여 다시 도리 마을회관으로 돌아오는 길을 걷기로 했다. 십여 년 전 눈이 펑펑 내리던 여강길을 걷고는 여강에 깊이 매료되었다. 신륵사와 영릉 등 알려진 관광지도 많아 관광산업의 조건이 발달된 곳이다. 여기에 풍광도 아름답지만 진정한 여주의 아름다움을 알 수 있는 것은 여강길 걷기의 백미다.

여주 사람들은 예로부터 관내를 휘돌아 흐르는 남한강을 일러 검은 말(驪)을 닮은 강(江)' 이란 뜻의 여강(驪江)이라 불렀다.

   
▲ 도리마을회관은 여강길 2코스의 시작점이다. 여기서부터 오늘의 일정을 시작했다 /사진=박성기 대표

아침 10시 도리마을회관에 도착했다. 그제 내린 눈이 아직 녹지 않아서 온통 하얗다. 중군이봉으로 길을 잡으려 했으나 길이 빙판이어서 아이젠이 필요하다. 추운 날씨에 길이 꽁꽁 얼어버렸다. 중군이봉은 포기하고 남한강 강가로 이어지는 신선대로 향했다.

   
▲ 눈 쌓인 벼 그루터기. 쓸쓸해 보인다 /사진=박성기 대표

초겨울 맵찬 바람은 내 귓볼을 사정없이 에이게 한다. 손도 시려 자꾸 주머니에 손을 넣는다. 앙상한 논의 벼 그루터기는 희끗희끗 눈이 쌓여 더 쓸쓸하다. 중군이봉 오르는 길을 지나쳐 남한강변으로 갔다. 추운 날씨에 강도 시렸는지 물색이 더 시퍼렇다. 점점이 까만 물오리 떼는 연신 머리를 조아리며 자맥질이다. 시퍼런 강 위 날개를 활짝 편 백조가 여유롭다. 그래서일까. 이곳 오백여 미터 짧은 남한강길이 새물머리 백조길이다. 길 위로 아직 녹지 않은 눈들이 햇볕에 더 하얗다. 남한강 강가의 갈대는 찬바람에 자꾸 고개를 숙이며 서로의 품으로 부대낀다.

   
▲ 산길에 가득한 낙엽 밟는 소리에 취해 나도 따라 노래를 불렀다 /사진=박성기 대표

새물머리백조길을 지나 신선대 오르는 길로 접어들었다. 아직 눈이 녹지 않은 산길이다. 낙엽은 길을 가득히 덮었고, 낙엽 위로 눈이 살짝 얹혀있어 운치는 있지만 넘어 질까봐 조심스럽다. 낙엽의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나도 따라 노래를 부르고 있다. 길을 걷다가 나도 모르게 흥얼거리는 것을 발견할 때가 있다. 그때는 내가 길과 동화되는 시간이다. 오늘이 그렇다. 나무사이로 비치는 남한강과 산길 가득히 떨어진 낙엽을 밟으며 무성한 나무숲 사이로 걷는 길이 너무 좋다.

신선바위를 지났다. 남한강변을 곁에 두고 산 갓길을 오르내리며 2킬로를 걸어서 청미천에 도착했다.

   
▲ 남한강에 합류중인 청미천 끝자락. 지도에는 이곳이 점선으로 연결되어 있었다 /사진=박성기 대표

청미천은 용인에서 발원하여 여주 남한강에 합류한다.

목적지를 가기위해서는 청미천을 건너야한다. 그런데 청미천을 건널 수단이 없다. 여강길 지도에 점선으로 표시되어 있어서 건널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가 막상 와보니 이렇다. 양말을 벗고서 건널 수도 있겠으나 물이 너무 차다. 건너는 것을 포기하고 청미천 둑방을 따라 올라가 삼합교를 건너기로 했다. 삼합교까지 3킬로를 걸어야 하니 청미천 건너편까지는 6킬로를 돌아야한다.

   
▲ 청미천 둑을 걷다가 만난 강아지풀 군락. 불어오는 바람에 한없이 한들거린다 /사진=박성기 대표

청미천을 따라 걷는 동안 바람은 더 세지고 강바람은 추웠다. 군락을 이룬 강아지풀이 바람에 재잘대듯 흔들거린다.

둑방을 따라 걷다가 천 옆으로 풀이 무성한 쓰지 않은 건물이 보인다. 바람도 피하고 점심을 해결하러 들어갔다. 일행 중 우리모습이 마치 무장공비 같다고 해 한참을 웃었다.

건장이마을을 지났다. 중군이봉으로 왔으면 만나는 마을이다. 오늘 걷는 길이 여강길 2코스이지만 완전히 다른 코스다.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기분이다.

   
▲ 바위를 폭파해서 길을 만들고 있다 /사진=박성기 대표

삼합교를 거쳐 잠시 소머리고개를 지나 개치나루터 방향으로 갈까 고민하다가 예정대로 청미천 둑을 따라 다시 내려가 남한강을 돌기로 하고 계속 걷는다. 새로 길을 내는지 분단위로 흙을 가득 실은 트럭들이 왔다갔다를 반복한다. 큰 트럭을 피해 옆으로 걸으며 한참을 가니 트럭은 마을 쪽으로 들어가 생각대로 새로운 길을 만들기 위해 흙을 하차하고 있다. 남한강 쪽으로 관광용 길을 내는 모양이다. 이곳의 관광산업이 발전하면 경제사정도 나아질 것이라고 생각하니 기분이 좋아진다.

둑방길이 끝났다. 둑방길과 이어서 산자락을 무너뜨려 길을 연결시키는 공사중이다. 길 위로 울퉁불퉁 큰 바위들이 널부러져 있다. 길을 만들고자 큰 바위를 폭파시킨 모양이다. 옹색한 길을 지나니 남한강과 만나는 다시 청미천 끝자락이다. 아까 여기를 건넜으면 청미천 둑방을 우회하지 않았을 것이지만 우회를 한 것이 더 좋았다.

   
▲ 강 건너 흥원창 있던 자리. 뒤로 섬강이 보인다 /사진=박성기 대표

청미천을 뒤로 두고 계속 남한강변을 따라 걷는다. 강 건너 흥원창 터가 보이고 섬강이 보인다. 강원도 정선 아우라지에서 출발하여 서북으로 흐르는 남한강과 원주를 지나 서남으로 흐르는 섬강이 합류되는 부근에 있는 수상 교통의 요충지이니 흥원창이 있는 것이다. 과거 이곳이 왜 '경제 수로'였는지를 실감케 한다.

흥원창은 고려시대와 조선시대에 곡식을 보관하던 국가의 창고다. 경제적 요충지다. 각지에서 거둬들인 세곡을 수납, 보관하였다가 일정한 기일 안에 경창(서울에 있는 조창)으로 운송하는 역할을 하였다.

   
▲ 창남나루 표지판 /사진=박성기 대표

강 건너 흥원창을 보면서 창남나루에 도착했다. 더 이상 남한강을 따라 가는 길은 막혔고 산길로 이어져있다. 청미천을 지나 남한강으로 길을 만드는 것을 보니 머지않아 이곳도 곧 길이 연결 될 것이란 생각이 든다.

대오마을을 지나 창남나루에서부터 남한강대교방향으로 산을 넘어야 한다. 길이 가파르다. 낙엽에 쌓여 길이 보이지 않아서 다시 조심히 걸었다. 많이 가파르고 위험하다. 길 옆으로는 강으로 이어지는 낭떠러지다. 추워서 껴입은 두꺼운 옷 속으로 땀이 비 오듯 한다. 가파른 길이 한동안 이어졌다. 까마득히 보이는 남한강 위에서는 어른 네 명이 <흐르는 강물처럼>의 로버트레드포드처럼 견지낚시를 하고 있다. 한동안 그 모습에 취해 보다가 다시 길을 이었다.

   
▲ 마지막 힘들게 넘던 산 위에서 바라본 남한강. 저 멀리 안 보이는 끝으로 충주의 비내길과 목계나루가 있다 /사진=박성기 대표

산 정상을 넘으니 남한강이 멀리 남한강대교를 너머 끝없이 이어져 장관이다. 잠시 땀을 식히고는 길을 재촉했다. 곧 어두워질 텐데 하늘이 어둡다. 곧 한바탕 비가 쏟아진다는 예보에 마음은 급한데 위험한 길이라 발걸음은 더디기만 하다. 줄을 잡고 나무에 의지하며 내려오니 다시 남한강 강둑이다. 지도상을 보니 이곳은 충청도 단성면이다. 멀리 남한강 대교가 보이고 강 건너 원주시 부론면이 보인다. 이 지역이 강원도와 경기도, 충청도 삼도가 붙어있어 경계가 모호하다. 원점회귀하려 했지만 시간이 너무 지나 택시를 타고 도리마을회관으로 가기로 했다.

택시를 부르며 잠깐 동안 어디 택시를 불러야할지 고민을 했다. 강 건너 부론택시를 부르니 곧 택시가 왔다. 기사아저씨는 하루에도 삼도를 들락날락 한다고 너스레다. 도리마을회관에 도착하여 서울로 출발하니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오늘 비를 피해서 15킬로를 다녔으니 다행이다.

남한강의 또 다른 이름인 여강길을 걷다보니 예전에 걸었던 충주의 비내길과 목계나루가 그려졌다. 수많은 배들이 남한강 위를 왕복하고, 강원도에서 떼꾼들이 뗏목 가득히 묶고 서울로 향하는 모습이 눈에 보이는 듯 선하다. 지나간 명멸한 수많은 시간이 남한강 위에 머물며 나의 시선을 잡고 있었다. 나는 3주 후 다시 여강길을 기약하며 기행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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