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에서 배우는 경영 통찰력(시리즈 34)...호주축산공사 광고의 교훈

▲ 김병희 교수

[외부 기고=김병희 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한국PR학회 제15대 회장] “호주나 뉴질랜드엔 양들이 많은데, 우리나라에서는 왜 소만 많고 양은 없을까?”

“......”

“우리나라에서는 양도 소득세를 내야 해서.”

아무리 영어 잘하는 사람도 이런 아재개그로 외국인을 웃기기는 어려울 터. 양과 양도 소득세가 영어로도 같은 음으로 시작해야 개그가 성립되는데 그렇지 못하다. 이처럼 한 나라의 문화적 특성이나 언어가 다른 나라에서도 그대로 받아들여지기는 어렵다.

글로벌 시대에 해외에 진출하는 기업 경영자들은 다른 문화권에 진출하기에 앞서 공부하고 판단해야 할 문화다양성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이를 하얗게 만들어준다는 미백 치약이 누런 이를 더 가치 있게 생각하는 아프리카 시장을 뚫기란 쉽지 않다. 따라서 국적, 민족, 인종, 종교, 언어, 지역, 성별, 세대 같은 문화다양성 요인들을 세세히 고려해 글로벌 경영 전략을 전개해야 한다. 육식을 금하는 힌두교의 교리를 경시함으로써 광고를 중지한 사례를 통해, 글로벌 비즈니스에서 종교 문화에 대한 이해가 얼마나 중요한지 느낄 수 있다.

▲ 호주축산공사의 '양고기 바비큐 파티' 편(2017) /사진=김병희 교수

호주축산공사(MLA, Meat & Livestock Australia)의 ‘양고기 바비큐 파티’ 편(2017)에서는 여러 종교 지도자들이 함께 등장하고 있다는 사실이 가장 이채롭다. 예수(Jesus), 모세(Moses), 아프로디테(Aphrodite), 부처(Buddha), 가네샤(Ganesha), 제우스(Zeus)를 비롯한 여러 종교의 지도자와 선지자 및 메시아가 한 자리에 모여 함께 바비큐 파티를 하고 있다. 인간의 몸에 코끼리 머리가 달린 가네샤는 힌두교의 신이다. 뿐만 아니라 영화 <스타워즈>의 가상 캐릭터인 오비완 케노비(Obi Wan Kenobi)와 사이언톨로지(Scientology)교를 창시한 론 허버드(Ron Hubbard)도 합석했다.

광고가 시작되면 모세가 예수께 묻는다. “지저스, 하느님 아버지는 어디 계시는 거야?” “어디에나 존재하시죠. 하느님은 언제나 임하시니까요.” “고마워 동생. 이 양고기 너무 좋아. 식단 지키려면 지옥이겠는 걸?” 아프로디테가 “괜찮아. 난 운전사 필요 없어.”라며 직접 운전한다고 하자, 예수님은 레드와인을 물로 바꿔버리며 “봤어? 변화의 기적.”하며 장난을 친다. 휴대폰 신호음이 울리자 신들은 “너, 알람 울리는 것 같다.”, “이거 어떻게 하는 거야?”, “모세, 그것 좀 나한테 줘봐.”하며 신기해한다. 부처가 가네샤를 보며 “우리가 실내에서 코끼리에게 말을 걸어야 하나?”라고 농담하자, 가네샤는 부처에게 “2,500년 전에도 안 웃겼고 지금도 안 웃겨.”라고 응수한다.

파티에 참석하지 못한 마호메트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고 하자 예수님은 “어떻게 생겼어?”라고 묻는다. “그냥 신처럼 생겼어.” 이런 대답에 모두들 “너무 안됐다”라고 하며 한바탕 웃음보가 터진다. 허버드가 호주에서 사이언톨로지가 급성장하고 있다며 자기 종교를 자랑하자, 모세는 “밥상에서 종교는 거론하지 말자”고 제안한다. “우리는 더 우수한 마케팅팀이 정말 필요해”(가네샤), “헌금을 팸플릿 만드는데 더 써야 했는데”(예수님) 같은 농담을 하면서 모두들 자기 종교를 위해 건배한다. 그러자 모세는 모두가 먹을 수 있는 양을 위해 건배하자고 제의한다. “양을 위해!” 건배를 외치는 가운데, “우리 더 자주 만나야 해”, “맞아. 그래야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지” 같은 덕담이 계속되고, “양고기, 절대 혼자 먹지 마세요(You Never Lamb Alone)”라는 자막이 나오며 광고가 끝난다.

양고기는 누군가와 함께 먹으라는 판매 메시지도 인상적이지만 전개 방식 자체가 무척 재미있고 유머러스한 광고다. 하지만 2017년 9월 3일에 첫 광고가 나가자 서호주지역인도인협회는 호주축산공사에 광고 메시지에 대해 사과하고 광고를 중지해달라고 요구했다. 힌두교에서 지혜와 학습의 신이자 장애물 제거의 신으로 추앙받는 가네샤(Ganesha)는 채식주의자인데, 신이 양고기를 먹는다는 설정이 신성(deity) 모독에 해당된다는 이유에서였다. 제시한 광고의 세 번째 컷에서 필자가 붉은 선으로 표시한 부분을 보면 가네샤 앞에 놓인 접시에 양갈비가 가득 담겨 있다가, 9번째 컷에서는 말끔히 비워져 있음을 알 수 있다.

시드니 주재 인도영사관도 가네샤는 물론 다른 종교인들이 양고기를 먹는 장면은 해당 종교 문화를 전혀 이해하지 못한 무지의 결과라며 비난했다. 뉴스를 통해 소식을 접한 인도 본토의 힌두교인들도 “우리 신은 고기를 먹지 않는다!”며 집단적으로 분노의 메시지를 전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호주 광고표준국(Advertising Standards Bureau)은 “다양한 문화권에서 양고기를 즐긴다는 메시지를 전달함으로써 서로에 대해 더 이해하자는 광고이지 특정 종교를 모독하려는 광고는 절대 아니다”라며 진화에 나섰지만, 인도인들의 분노는 쉽게 사그라지지 않았다. 논란이 계속되자 광고표준국은 처음의 입장을 바꿔 올 11월 중순에 호주축산공사에 광고 중지 명령을 내렸다.

이 광고에서는 종교적 신념이나 배경에 관계없이 양고기를 매개로 모두가 소통하자는 훌륭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비록 짧은 기간이었지만 양고기 소비도 3.2% 증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교적 문화다양성을 경시하고 힌두교의 교리를 무시한 채 광고를 만들어 큰 낭패를 보았다. 광고에서 종교적 소재를 활용할 때는 그래서 신중에 신중을 거듭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알짬이라고 할 교리의 기본을 소홀히 함으로써 거액의 제작비가 투입된 광고를 중지해야만 했다. 광고 창작자들이 힌두교에 대해 알아보려고 잠깐만 검색해봤더라면, 너무 바빠 시간이 없었다면 최소한 종교 전문가의 자문이라도 받았더라면, 이런 일은 없었으리라.

글로벌 경영자들이여, 양고기 하나쯤이라고 생각하면 절대 안 된다. 해외 진출에 앞서 종교적 문화다양성에 대해 심사숙고해야 한다. 모든 종교는 아무리 그 취지가 옳다고 해도 교리에 어긋나는 내용을 결코 수용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서기 11세기부터 14세기까지 계속된 십자군전쟁도 교리 수호를 위한 성전(聖戰)이 아니었겠나. 종교가 없는 사람들은 이해할 수 없겠지만, 오죽했으면 귀한 목숨까지 내걸고 무려 361년 동안이나 싸웠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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