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산업', 공정시스템 확립 요구 거세져

▲ 정운찬 전 국무총리. /사진=뉴시스.


[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한국야구위원회(KBO) 이사회가 29일 이사회를 열고 정운찬 전 국무총리를 차기 KBO 총재로 추천했다.

정 전 총리는 두산베어스를 응원하는 열렬한 야구팬으로 잘 알려져 있고, 미국 프린스턴대학교에서 박사 공부를 하던 시절에는 뉴욕양키스 야구 경기를 따라다니다 학업에 차질을 빚은 적이 있다고 밝힌 적도 있다.

물론, 야구기구의 수장이 야구팬 가운데 유명한 사람을 골라서 정하는 것은 아니다.

출범한지 35년이 지난 한국 프로야구는 KBO 총재가 중점적으로 맡아야 할 역할도 시대에 따라 변했다.

초대 KBO총재는 국방부장관을 지냈던 서종철 총재다. 재계인사도 아니고 야구선수 출신도 아닌 사람이지만 1980년대 초기 사실상 군사통치 상태였던 한국은 그런 것을 따질 계제가 아니었다. 정권이 보내는 군 출신 인사를 야구계가 마다할 역량도 없었지만, 오히려 군 출신인 서 총재가 해결할 수 있는 커다란 문제도 있었다.

당시 상당수 프로야구 선수들이 아마추어 선수 시절 국제대회에서 올린 성적으로 군 면제 혜택을 받고 있었다. 그런데 이들이 프로로 진출하자 규정상 병역혜택이 취소될 위기에 처했다.

1982년 성공적으로 원년 시즌을 마친 겨울에 이 문제가 불거졌다. 국방부장관 출신의 KBO 총재가 적극 나서서 병역당국과 협의한 결과 선수들의 병역혜택이 그대로 유지됐다.

‘절전’ 구호가 살벌하던 시대에 마음껏 야간경기를 볼 수 있던 것도 KBO 총재의 ‘끗발’이 다른 기관에 그다지 밀리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했다.

정권과 관련한 인사들이 KBO 총재로 부임하는 행태는 1990년대 후반까지 지속됐다.

프로야구는 나날이 발전하는데, 야구에 무지한 정치권 인사들이 총재로 계속 부임하는데 대한 문제제기는 갈수록 거세졌다. 1980년대 말 민주화가 이뤄지고 나자, KBO 총재가 유관기관에 영향력을 발휘해서 해결해야 할 일들도 점차 사라졌다. 

오히려 야구에 무지한 정치권 인사부임에 따른 문제제기가 거세졌다. 낙하산을 배격하자는 차원에서 총재를 맡게 된 사람이 박용오 전 두산그룹 회장이다. 1998~2005년 총재를 지낸 그는 KBO와 무관한 두산그룹의 경영권 갈등과 비자금 문제를 겪으면서 퇴진해 끝내 불운한 운명을 맞았다.

구본능 현 총재 역시 정치권의 낙하산에 맞서는 차원에서 등장한 재계 출신 총재다.

민주화 이전 시대 군 출신 총재는 경직된 사회체제 속에서 프로야구 토양을 최대한 확대했고, 이후 기업인 출신 총재들은 프로야구를 산업적 차원에서 발전시킨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정운찬 전 총리가 차기 총재 후보자가 된 지금의 프로야구가 받고 있는 거센 요구는 공정한 시스템의 확립이다.

공정한 경기진행에 대한 팬들의 불만이 갈수록 커져 마침내 비디오 판독이 도입됐다. 그럼에도 가끔 판독결과마저 많은 팬들의 불만을 사는 일이 발생한다. 심판이 결과를 바꾸는 경기에 대한 팬들의 혐오감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KBO가 지속적으로 개선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야구팬들의 경기를 보는 눈높이는 더욱 빨리 높아지고 있다.

또, 자유계약선수(FA) 제도에서 여전히 선수에게 불공정한 규정들이 남아 자칫하면 강제 은퇴하는 선수를 만들 수 있는 점도 팬들의 불만거리다.

극히 일부 유명한 선수들의 100억 원대 초대형 계약을 맺고는 있지만 상당수 선수들은 FA 선언을 하고나면 오히려 오갈 데 없는 처지가 되고 있다. FA 영입에 대한 과도한 보상규정 때문이다.

운동선수로서 절정기인 9년 세월 팀을 위해 헌신하고 시장의 평가를 받아보겠다는 선수들의 당연한 바람은 특히 보상선수 규정에 무너지고 있다. 구단들이 여전히 구단편의적인 FA규정을 고수한데서 비롯되는 현실이다. 이런 전근대성은 팬들에게 한국 야구의 격을 낮추는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정운찬 총재후보자가 맞이하게 될 프로야구계는 공정 시스템 확립이 시대적 요구가 되고 있다. 외환위기 극복을 위해 구조조정이 한창이던 시절 깐깐한 학자로서 면모를 강하게 남긴 정운찬 전 총리는 그런 면에서 일단 기대를 받아볼 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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