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리인상하자 원화환율 하락이 멈춘 교훈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왼쪽)와 최경환 2015년 당시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 최 전 부총리 재임 18개월 동안 이주열 총재는 네 차례 금리를 인하했다. 금리 인상은 한 번도 없었다. /사진=뉴시스.


[초이스경제 장경순 경제칼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리자, 원화환율 하락세가 싹 사라졌다. 오히려 금리인상 당일에는 11원 넘게 급등했다.

금리가 올라가면 그 나라 통화가 절상된다는 환율 이론의 정반대 현상이 서울 외환시장에서 벌어지고 있다.

이 현상에 대해, 경제당국과 중앙은행은 깊은 교훈을 얻어야 한다.

원화 역시 통화의 하나인 이상, 금리 올라갈 때 절상된다는 원칙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그럼에도 금리인상으로 원화절상이 사라진 데는 이유가 있다.

시장에서는, 그동안의 기준금리가 과도하게 낮은 것이므로 조만간 한국은행의 금리인상이 있을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었던 것이다.

곧 올라갈 것이 확실한 금리이니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는데도 환율이 하락했던 것이고, 드디어 한 차례 금리 인상이 이뤄지니 원화절상 압력이 크게 완화된 것이다.

외환당국은 그동안 “원화환율 하락이 과도하다”며 역외 투기세력에 비난의 화살을 돌리기도 했다. 그러나 당국의 이런 비난이 공허한 것임을 외환시장이 보여주고 있다.

경제원칙에서 벗어난 통화정책이 그동안 과도한 원화환율 하락을 초래한 주범이었던 것이다.

한국은행의 2011년 이후 통화정책은 정부 압력에 쉽게 굴복했다는 오명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전임 경제부총리 가운데는 한은에 대해 “척하면 통한다”는 망발까지 입에 담은 사람이 있다. ‘빚내서 집사라’ 정책의 핵심으로 지목되는 인사다.

이렇게 무리하게 통화정책까지 동원해서 얻은 경제성장률은 2012년 2.3%, 2013년 2.9%, 2014년 3.3%, 2015년 2.8%, 2016년 2.8%에 불과했다. 잠재성장률로 간주되는 3%에 명백히 미달하는 수준이다.

통화정책을 무리하게 동원했으면, 나중에 부실을 초래하더라도 당장의 성장률을 올리는 법인데 그러지도 못했다는 것이다.

지금도 한국경제를 이끌고 가는 고위인사 중에는 무조건 ‘저금리가 곧 친기업이고 경제성장’이라는 단순논리에 빠져있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사람들이 경제당국의 수장자리까지 맡았을 때 한국은행 독립성에 대한 시비가 끊이지 않고 벌어진다. 통화정책은 명백한 금리인하 일변도가 된다.

이 사람들이 한결같이 내세웠던 주장이 7%성장이다. 잠재성장이 3%대인데, 과연 무슨 근거로 7% 성장을 한다는 말인가.

정치적인 감언이설로 내세웠던 말을 실천으로 연결하자니, 무리한 금리인하로 후세 대통령들의 성장률을 뺏어오는 방법이 있을 뿐이었다.

그러나 시장경제 원리에서 어긋난 정책은 시장의 신뢰를 얻지 못했다. 이것이 11월 내내 외환시장에서 원화절상 압력을 가중시켰던 핵심 원인이다.

한국은 1997년 외환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그동안 무시해 왔던 시장원리를 드디어 존중하기 시작했다. 지금과 같은 통화정책이 도입되고 사상 처음으로 제대로 된 채권시장이 형성된 것도 그 일환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20년 세월이 지나다보니, 시장원리를 존중한다는 자세가 크게 흐트러진 면이 있다. 여기에 경종을 울리는 것이 지금 현재 외환시장의 모습이다.

무조건 금리를 내린다고 원화환율을 끌어올리고 한국 상품 수출을 늘리는 것이 아니다. 무리하게 낮게 유지해 온 금리가 지금도 여전히 100엔 대비 원엔환율을 960원대에 묶어두고 있다는 시장의 질책을 외환당국과 중앙은행이 명심해야 한다.

 

 

저작권자 © 초이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