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금리 역전 상황에서도 "한은 금리 내려야 했을수도"

[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한국은행의 지난달 30일 금리 인상을 비판했다.

KDI는 6일 ‘2017년 하반기 경제전망’을 발표하고, 내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2.9%로 전망했다. 올해 성장률은 3.1%로 예상했다.

뉴시스 등의 보도에 따라면, 김현욱 KDI 거시경제연구부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거시경기 측면의 많은 지표로 판단할 때는 인상하기에 아직 이른 판단이 아니었느냐 하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오히려 금리를 인하할 시점이었을 수도 있다고 그는 주장했다. 김 부장은 “현재의 금리 수준에서 물가가 여전히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은 오히려 금리를 인하할 여지도 충분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김현욱 부장은 “경기를 조절할 정도의 물가상승세가 아직 감지되지 않고 있고 경기의 개선이 상당히 편중됐다”며 “대외적 환경변화, 특히 반도체 사이클 변화에 우리 경제가 상당히 휘둘릴 수 있다는 걱정도 경기 조절에 대한 신중함을 요하는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다만 한은의 목표에 물가 외에 금융 안정도 있다”며 “앞으로 금리 조절을 통해 금융 안정을 달성하고자 하는 의도가 있을 때에는 금융 안정의 어떤 목표를 어떻게 달성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과 충분한 분석이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한국은행의 지난달 30일 금리인상은 물가상승 압력과 같은 고전적 요인보다는 한국과 미국의 금리가 역전되기 직전 상황에서 이뤄진 측면이 강하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이사회가 오는 13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연방기금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면 미국의 금리는 1.25~1.50%가 된다. 한은은 FOMC 회의 직전인 지난달 30일의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서 1.25%인 기준금리를 1.5%로 인상했다. Fed가 금리를 올려도 한국의 금리가 극히 소폭 높은 상태를 유지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Fed는 내년 3월을 비롯해 몇 차례 금리인상을 더 할 것이 유력하다. 현재의 금리 인상 단계에서 연방기금금리가 2.75% 수준까지 올라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은의 금리인상이 Fed의 긴축 속도를 따르지 못하게 되면, 한미간 금리가 내년중 역전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1990년대 한국의 금리가 두 자리 수준이어서 미국보다 월등히 높던 시절에도 미국의 금리인상에 따른 금리격차 축소는 한국 경제에 엄청난 충격을 가져왔다.

Fed의 1994~1995년 기간 3%포인트 금리인상은 국제적인 자금의 미국 역류를 초래해 1996년 원화환율 급등과 1997년 외환위기, 즉 ‘IMF 위기’를 초래한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로 지적되고 있다.

현재 Fed가 2015년 말까지 0%였던 금리를 3% 가까운 수준으로 올리는 것도 1990년대와 같은 자금역류를 초래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기준금리를 올리기 전까지 6년5개월 동안 단 한 차례의 금리인상 없이 8 차례에 걸쳐 금리를 내렸다. Fed가 제로금리를 탈피한 2015년 12월 이후인 2016년 6월에도 한은은 금리를 인하했다.

이 가운데 6 차례는 박근혜 전 대통령 임기 중 이뤄졌으며, 그 중 네 차례는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재임 중에 집중됐다.

이에 대해 한은은 국회에서 여야를 초월한 국회의원들로부터 “‘빚내서 집사라’는 정부 정책에 굴복했다”는 비판을 집중적으로 받았다.

특히 한은이 금리인하에 난색을 표명할 때마다 정부 쪽에서 “한은과는 척하면 통한다”는 등의 금리 간섭 발언이 나오고 곧 한은이 금리를 내린 사실로 인해 논란이 더욱 커졌다.

정부와 관련된 국책연구기관인 KDI는 전통적으로 한은의 통화긴축기조에 대해 비판적인 견해를 표명해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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