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시장 외국인 크게 늘었는데 "아무 영향없다"는 '정신승리'일 뿐...

[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과연 한국과 미국의 금리역전은 금융시장에 아무 영향이 없을 것인가.

한국은행의 긴축정책을 싫어하는 사람들이 가장 듣고 싶은 말은 ‘아무 영향 없다’는 주장일 것이다.

돈 가진 사람 입장이라면, 한국이든 미국이든 이자를 더 주는 곳에 투자하는 것이 당연하다. 특히 금융시장은 이런 섭리에서 벗어나는 법이 없다.

금융시장이 외국에 개방되지 않은 곳이라면 내외금리차에 전혀 영향을 받지 않는다. 그러나 1990년대 자본시장을 개방한 한국에는 해당되지 않는 얘기다.

금융시장이 채권보다는 경제전망이나 개별기업의 성장전망에 따라 외국 투자자들이 찾아오는 곳이라면 내외금리차에 둔감할 수도 있다. 하지만 한국 채권시장에는 이제 한 달에 10조원이나 되는 외국인 투자자금이 몰리기도 한다. 미국과 일본, 유럽 등의 저금리 정책이 오래 지속된데 따른 여파로 풀이되고 있다. 그 결과로 주식뿐만 아니라 한국의 채권시장도 외국인 동향에 민감한 곳이 됐다.
 

▲ 리모델링 하기 전 한국은행. /사진=뉴시스.


양적완화와 같은 선진국 중앙은행들의 비전통적 통화정책은 금융정책의 국경마저 허물고 있다.

금융연구원은 금융브리프 최신호인 10일자 유럽 내 주요 연구 동향에서 유럽중앙은행(ECB)의비전통적 통화정책(양적완화 등을 포함)이 유럽은행들의 해외대출을 증가시켰고, 다른 나라 중앙은행의 비전통적 정책은 이들 은행들의 국내 대출을 늘렸다고 전했다.

유럽에 대한 연구사례이긴 하지만, 통화정책이 타국에 전이되는 사례를 확인한 것이다. 금융연구원은 “금융의 글로벌화가 급속히 이뤄질 경우, 자국의 긴축적인 통화정책에도 불구하고 타국 중앙은행의 양적완화 정책으로 인해 은행 대출이 감소하는 효과가 작아질 수 있다”고 밝혔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이사회와 ECB, 영국의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가 양적완화를 종료했거나 축소해가고 있고 금리도 올리고 있는 2016년 이후의 변화가 한국을 포함한 신흥국 시장에서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란 속단은 매우 어려운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 최근 한국 채권시장의 외국인 투자확대는 Fed와 ECB 등의 양적완화, 저금리와 무관했다고 주장하기가 매우 어렵다. 이들 중앙은행들이 이제 긴축으로 선회하고 있는 것은 한국 시장금리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한국은행이 금리를 안 올려도 자금이탈로 인한 금리 상승이 발생할 소지가 다분하다. 막연한 기대만으로 ‘아무런 영향 없을 것’이라고 하는 것은 요즘 유행어로 ‘정신 승리’일 뿐이란 의미다.

금융연구원의 이광상 연구원은 한미 금리가 역전될 경우에 대해 “이론적으로 외화예금을 갖고 있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외화표시 자산을 선택하는 등의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며 “중요한 건 금융시장의 외국인 투자자들 동향”이라고 밝혔다. 그는 채권시장의 해외자금 유입에 대해 “그동안 미국금리가 낮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금리 역전의 여파에 대해서는 “막연히 추산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현재 한국은행의 기준금리는 1.5%다. Fed가 정책수단으로 활용하는 연방기금금리는 1.00~1.25%지만 오는 13일 회의에서 1.25~1.50%로 오를 것이 90.2%다. 나머지 9.8%는 1.5~1.75%로 오를 가능성이다.

CME그룹이 실제거래를 분석해 집계한 결과다. 전문가들이 자신들의 투자전략에 따라 본심과 다른 전망을 내놓은 것이 아니다. 이들이 실제로 어떻게 연방기금금리를 예상해 자신들의 투자이익에 연계시켰는가를 분석한 것이니 투자자들의 ‘본심’을 나타낸 것이다.
 

▲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이사회. /사진=Fed 홈페이지.


이광상 연구원은 연방기금금리의 범위에 대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Fed는 초과지준금리를 연방기금금리의 상한으로, 역환매(RP)금리를 하한으로 설정하는 구간시스템을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이 금리는 은행간 1일 자금 거래에 적용된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는 7일물 RP매각 때 고정입찰금리, 매입 때 최저입찰금리다.

한은은 1주일짜리 금리, 미국은 하루짜리 금리를 정책대상으로 하고 있지만, 양국 금리가 모두 낮아 기간에 따른 금리격차는 매우 작다.

따라서 CME 그룹의 집계는 현재 한국과 미국 중앙은행의 금리가 오는 13일 –0.25~0%로 역전될 가능성이 9.8%라는 의미다.

Fed의 다음 금리인상이 유력한 것은 내년 3월21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다. 제롬 파월 Fed 차기 의장은 재닛 옐런 의장보다 긴축성향이 더하면 더했지 완화적이지는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여기다 긴축성향이 확실한 마빈 굿프렌드 Fed 이사가 새로 가세했다. FOMC에서 표결권을 갖는 지역 Fed 총재는 순번제에 따라 완화론자인 찰스 에반스 시카고 Fed 총재와 닐 캐쉬카리 미네아폴리스 총재 대신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총재 등이 합류한다.

내년 세 차례 금리인상을 전망한 Fed가 이래저래 더욱 긴축적이 될 것임이 유력하다. 금리 인상 시점을 1월보다 3월로 보는 것은 이 때 Fed 의장의 기자회견이 열리기 때문이다. 2015년 12월 이후 Fed의 금리 인상은 모두 옐런 의장의 기자회견이 예정된 날 이뤄졌다.

한국은행은 이때까지 이주열 총재의 임기가 이어진다. 퇴임 직전의 총재가 올해 11월 금리를 올린 이후 내년 초 석 달 동안 또 다시 금리를 올릴 것이란 전망은 매우 희박하다.

이 때문에 내년 3월21일이 한미 금리역전의 ‘디데이’로 유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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