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 저널 "미국 기술주, 우려 요인도 있지만 긍정 요인도 많아"

[초이스경제 김완묵 기자] 투자자들 사이에서 국채 수익률이 평탄화되는 과정, 즉 장기 금리와 단기 금리 격차가 좁아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음에도 미국 증시에서 기술주들은 랠리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FAANG(페이스북, 애플, 아마존, 넷플릭스,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을 일컫는 미국 거대 테크 기업들)의 주가는 올해 큰 랠리를 이어왔음에도 현재에도 많은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심지어 내년에 장기 금리 정체와 단기 금리 상승 현상이 심화된다 해도 FANNG의 주가는 견조한 상승세를 보일 것이라는 희망 섞인 전망이 투자자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14일(미국시각) 골든브릿지 투자증권이 작성한 '골든 인베스팅 아이디어'에 따르면 이날 월스트리트저널이 내보 낸 미국 기술주 분석 뉴스가 눈길을 끈다.

월스트리트저널 보도에 따르면 올해 선진국 거래소들에 상장된 주식들로 구성된 MSCI World 인덱스는 19% 상승했다. 그 가운데 기술주들은 37% 올랐고, 특히 최첨단 기술주들을 대변하는 FAANG의 주가는 큰 랠리를 보였다.

또한 미 국채 시장에서 30년물 국채 수익률은 현재 연환산 2.8%의 프리미엄이 붙는다. 이는 일년 전 3.2%와 비교되는 수치다. 반면에 단기물 국채 수익률은 미 연준의 금리 인상 단행 때문에 계속해서 상승했고 앞으로도 기준금리 인상 기조에 따라 상승 흐름이 계속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이렇게 되자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평탄해진 미국 금리 곡선에 시선을 보내며 이들 기술주들의 랠리에 우려의 시각을 보낸다. 즉 현재 미 수익률 곡선은 2007년 금융위기 발생 직전에 보인 이후 가장 평탄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 금리 곡선의 평탄화는 경제 성장이 둔화될 것으로 여겨져 기술주들의 상승세에는 별로 좋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존재한다.

하지만 다수의 투자자들은 테크 섹터에 대한 확신이 너무나도 강력해 금리 곡선의 평탄화를 불길한 징조로 받아들이기보다는 실적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인베스코 퍼리튜얼의 스테파니 버처 펀드 매니저는 "수익률 곡선이 평탄화됐을 때 테크 기업들의 매력은 더욱 강조됐다"고 말한다.

최근 BoA메릴린치는 투자자들에게 보내는 서한에서 미 금리 곡선의 평탄화는 일반적으로 이듬해의 실적 전망 대비 고평가돼 거래되고 있는 주식들, 이른바 '성장주'라고 하는 주식들에 보탬이 된다고 언급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런 현상에는 FAANG과 같은 거대 테크 기업들이 지금까지도 성장해왔지만 미래에는 더 큰 실적을 안겨줄 것이라는 믿음이 자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온라인 거대 기업인 아마존만 해도 실적 마진이 크지 않지만 지난 5년 사이 매출이 3배 증가했고 최근에는 전통적인 식료품 업체마저도 인수했다. 이에 아마존 주식은 1년간 53%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투자자들이 아마존은 궁극적으로 성공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일부 펀드 매니저들은 30년물 수익률이 역사적 저점에 근접하게 되면 이 같은 베팅은 더욱 매력적이게 된다고 말한다. 반면 2년물 수익률의 상승은 이미 안정적인 실적을 제공하는 기업들을 덜 매력적으로 만든다는 분석이다.

통계 분석 기업 퀀트 인사이트는 "평탄해진 수익률 곡선은 미 증시 랠리의 주된 동력이었고 테크주들에는 핵심이었다"며 "하지만 수익률 곡선 평탄화가 수익률과는 거리가 멀어지는 유럽 증시에는 해당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유럽 증시는 은행주들이 더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금리 곡선이 평탄해지면 금융 기업들은 수익을 덜 창출하게 된다.

심지어 금리 곡선 평탄화를 위험신호로 여기는 투자자들까지도 현재 FAANG 주식들에 대해 긍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다. 그 이유는 더 이상 충격을 미칠 신규 진입자가 존재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고 향후 충격을 가할 하락에도 버틸 수 있는 내구성을 지닌 기업으로 여기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FAANG에 대해 우려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TCW의 펀드 매니저 조셉 샤포쉬닉은 "테크주들의 위험은 미국 세제개혁 법안이 의회를 거치게 되면서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그는 "미 정책 입안자들이 제시한 세제개혁안은 미 정부가 더 많은 국채를 발행토록 만들어 장기물 수익률에 압박을 가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어 그는 "높은 멀티플을 가지는 테크주들은 미래에 높은 가치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금리 인상은 불균형적으로 이러한 기업들에 충격을 가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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