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 외연 확대도 좋지만 서비스 경쟁체제 이점도 간과해선 안될 듯

▲ 경강선(서울~강릉) KTX 산천 /사진=뉴시스

[초이스경제 김완묵 경제칼럼]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서울과 강릉을 잇는 경강선 고속철도(KTX)가 지난 22일 개통했다.

서울에서 원주까지는 기존 경의선, 중앙선 등을 이용하고 원주~강릉 구간을 신설해 서울역에서 강릉역까지 114분이 소요된다. 또 서울 청량리역에서 강릉까지는 기존 무궁화호 기준 5시간 47분 걸리던 것이 86분으로 대폭 줄어든다.

종전 하루를 걸려 오가던 거리를 반나절 수준에서 해결할 수 있으니 동계올림픽은 물론 강원권을 오가는 사람들에게 획기적인 편리함을 제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향후 남북관계가 개선되면 북한, 시베리아, 유럽까지 가는 철도노선도 추진한다니 바야흐로 철도 르네상스 시대가 본격적으로 개막하는 기대감을 갖게 한다.

하지만 이런 기대감 속에서도 우려가 하나 있다. 바로 정부가 KTX와 수서발 고속철도(SRT)를 통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KTX가 국내외로 외연을 확장하려는 움직임은 칭찬할 만하나 그렇다고 막 경쟁체제로 들어서 잘 운영되는 철도노선을 또다시 통합하는 것이 바람직할까 하는 의문이 든다.

서울 수서에서 출발해 부산, 광주 등으로 향하는 SRT는 지난 9일 개통 1주년을 맞은 가운데 이용 고객이 2000만 명을 넘어서는 등 성공적인 정착을 하고 있다.

이 철도 운영사인 ㈜SR(Supreme Railways)은 "지난 3일 기준으로  하루 평균 5만2280명이 SRT를 이용해 수도권에서 기존 KTX를 잘 이용하지 못하던 지역들의 고객들을 끌어들이며 편리함을 제공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한 지난 1년간 매출액을 5400억 원 넘게 올리면서 교통 효율의 달성은 물론 경제성까지 확보했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특히 평균 10% 저렴한 운임과 10분 빠른 도착, 10가지 특별한 서비스 등 차별화된 서비스로 철도산업의 효율성을 높이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다.

이승호 대표이사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SRT의 혁신과 안전, 서비스를 믿어준 고객들 덕분에 SRT가 빠르게 자리잡을 수 있었다"며 "고객 눈높이에 맞는 서비스와 끊임없는 개혁, 변화를 통해 우리나라 고속열차 문화를 높여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에 비해 또 다른 철도회사로 KTX를 운영하고 있는 코레일은 매년 수익성이 악화되며 적자가 커지는 상황이다. 업계에 따르면 코레일은 매년 적자를 기록하다 2015년 한 해 흑자로 돌아서기도 했지만 지난해 다시 2244억 원 적자에 이어 올해는 상반기에 이미 2162억 원 적자를 기록해 규모가 커지고 있다.

그런 가운데 정부가 SR과 코레일의 통합 논의를 본격화할 태세여서 논란이 커질 전망이다. 국토교통부는 조만간 두 기관 간 통합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기 위해 찬-반-중립 인사가 고루 포함된 민간위원회를 구성한 뒤 연구용역을 거쳐 최종안을 내년 철도산업위원회에 제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진다.

어떤 결론이 날지 궁금한 상태지만 필자는 SR과 코레일을 합치는 문제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코레일 측은 "수익성 좋은 고속철도 고객이 SR로 이탈하고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 노선까지 운행하다 보니 적자가 늘어났다"며 "왜곡된 경쟁 구도를 개선하고 철도 이원화에 따른 중복 투자 해소를 위해 통합이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비해 SR은 "차량 정비, 매표 업무와 같은 걸 코레일에 맡기는 대가로 매년 1161억 원을 지출하고 있는 만큼 SR이 들어선 게 적자의 원인은 아니다"라는 의견이다.

사실 코레일은 철도 통합을 이야기 하기에 앞서 비효율이 적자의 원인은 아닌지 철저하게 점검할 필요가 있다.

비효율을 타파하고 노사관계 안정 등을 겨냥해 민영화의 전 단계로 공기업인 코레일과 철도시설공단이 생겨 났고 이후 수서역 고속철도를 운영하는 SR이 탄생했다.

한편 코레일과 SR의 통합 추진 여부에 국민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 것인지도 중요하다. 그간 코레일은 파업 등 노사관계 악화로 많은 이용객들에게 불편을 끼친 적이 있다. 과거 새 정권이 들어설 때쯤이면 철도 이용객의 불편은 아랑곳하지 않고 종종 등장하는 게 철도 파업이었고, 매번  정부는 이에 발목이 잡혀 애를 먹는 실정이었다.

이미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전국철도노동조합은 파업을 예고하는 등 언제든 쟁의행위에 돌입할 태세를 갖추고 있다. 이런 문제를 해소하지 않고 잘 운영되는 다른 운영사까지 통합할 경우 그게 과연 국민을 위한 일인지를 따져 봐야 할 것이다.

또한 막 정착되기 시작한 철도 노선의 경쟁체제를 발전시키는 방안을 연구해볼 필요도 있다. 이를 통해 21세기 철도 르네상스 시대에 고객들에게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우리 철도 경영이 한 발 앞서가는 계기를 만들어 가는 것이 필요하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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