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혁명으로 유럽의 실리콘밸리로 떠오른 에스토니아 본받을 필요

[초이스경제 김완묵 경제칼럼] 정부가 지난 28일 가상화폐에 대한 강도 높은 규제 방안을 발표했지만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투자 열기는 쉽게 가라앉지 않을 태세다.

대책 발표 이후 2100만 원대 이상을 호가하던 비트코인 가격이 한때 300만 원 이상 폭락하며 규제 효과가 있는 듯도 보였지만 한국에서 일고 있는 '김치 프리미엄'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는 모양새다.

여기서 김치 프리미엄은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와 외국 거래소 간 가격 차이로,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가 유독 한국에서 비싸게 거래되고 있는 현상을 말한다. 그만큼 가상화폐에 대한 투자 열기가 한국에서 유난히 높다는 것을 방증한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 30일 빗썸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새벽 기준 비트코인 가격은 1900만 원대 내외에서 형성되고 있다. 이에 비해 미국 선물 거래소인 시카고옵션거래소(CBOE)나 시카고상품거래소(CME)에서는 29일(현지시각) 비트코인 가격이 1만4000달러(약 1500만 원) 선에서 거래된 것을 감안하면 국내 거래소에서 400만 원(27%) 정도의 프리미엄이 형성되고 있는 셈이다.

외국으로 원화를 유출해 비트코인을 사서 프리미엄이 형성된 한국으로 비트코인을 들여와 판다고 가정할 경우 단순하게 거래 수수료를 빼고도 20% 정도의 수익을 취할 수 있는 셈이다.

이런 현상이 빚어지다 보니 김치 프리미엄 효과를 활용하기 위해 한국의 청년들이 현금 보따리를 들고 도쿄, 싱가포르, 홍콩 등지로 해외 원정에까지 나서고 있다니 큰일이다. 심지어 취업준비생, 직장인들까지 가세해 해외 원정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니 이대로 방치하면 사회 문제로까지 비화될 조짐이다.

29일 방영된 국내 한 방송사 보도를 보면 홍콩 가상화폐 거래소에서 투자에 몰두하고 있는 한국인 청년들이 다수 보인다. 이들 중 한 명은 "취업 준비를 해왔지만 앞으로 가상화폐 전문 투자자가 되기 위해 홍콩을 찾았다"고 말한다.

게다가 주변에 가상화폐 거래로 돈을 번 사람들이 늘었다는 소문에 직장인들이 수천만 원씩 돈을 모아 단체로 해외 원정투자를 떠나는 사례도 급증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홍콩의 가상화폐 거래소에서는 올해 외국인 고객 비중이 30%로 급증했는데, 상당수가 한국인이라는 소식이다. 홍콩의 가상화폐 시세가 한국보다 10~30% 싸기 때문에 시세 차이를 이용한 거래만으로도 큰돈을 벌 수 있다는 점에서 빚어진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이를 방치하면 국부 유출로 인해 한국 실물경제에도 큰 타격을 줄 수 있고, 젊은 청년들의 심각한 도덕적 해이, 가상화폐 시세 폭락으로 인한 경제적 피해 등으로도 연결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정부가  과열을 막기 위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다만 이상 열기를 보이고 있는 가상화폐 투기 거래는 철저하게 차단하되, 4차 산업혁명의 불씨를 살려 가기 위한 노력은 지속돼야 한다. 가상화폐와 분리해 블록체인 산업은 더욱 불을 붙일 필요가 있다는 소리다.

북유럽의 소국인 에스토니아는 블록체인에 대한 과감한 규제 혁파와 육성 정책으로 21세기 디지털 혁명의 모범국가로 변모했음을 살펴봐야 한다.

에스토니아는 인구가 130만 명 정도에 불과하지만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전자시민권 제도를 실시해 세계 각국의 청년 창업가들과 스타트업들을 끌어들이고 있다고 한다. 이를 통해 유럽의 약소국에서 디지털 강국으로 부상하고, 유럽의 실리콘밸리로 불리고 있다니 부러울 따름이다. 또한 에스토니아는 정부 차원에서 가상화폐 에스트코인(Estcoin)을 발행해 이 분야에서 혁신을 몰고온 점도 흥미롭게 평가할 필요가 있다.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지난 22일 기자간담회에서 "비트코인이 블록체인과 같이 섞여 거론되고 있어 불편하다"며 "비트코인과 블록체인은 반드시 분리해 육성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한 것은 옳은 지적이라고 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블록체인은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로 금융, 물류, 의료, 행정 등 다양한 분야에서 안전성과 효율성을 동시에 높일 수 있는 기술로 거대한 혁신의 매개체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이번에 가상화폐로 일어난 투기 광풍을 블록체인이라는 새로운 산업의 투자 열기로 옮겨와서 디지털 혁신의 꽃을 다시 피울 필요가 있다. 인터넷 열기로 일어난 벤처 열기를 자양분으로 삼아 정보통신 산업의 꽃을 피운 과거 DJ 정부와 노무현 정부의 사례를 검토해보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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