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에서 배우는 경영 통찰력<시리즈 39>...외국 새해 축하 광고의 교훈

▲ 김병희 교수

[외부 기고=김병희 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한국PR학회 제15대 회장]

어김없이 새해가 밝았다. 모두가 새해의 꿈을 설계하시리라. 한 해 동안의 생활 경영 계획을 짜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각자의 생활이 다 다를 테니, 복 많이 받으시라는 말은 그냥 하는 인사치레일 수 있다. 기업의 경영자들도 새해의 꿈을 담아 경영 계획을 수립한다. 새해를 축하하는 연하장이나 신문광고는 기업 경영자들이 고객이나 지인들에게 보내는 첫 인사다. 새해 축하 광고에 한 해 동안의 경영 철학을 담아 진심어린 인사말을 건넬 수도 있을 터.
 
그런데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근하신년(謹賀新年)”, “하정(賀正, 새해를 축하함)” 같은 천편일률적인 메시지가 주변에 널려있다. 기업들의 올 새해 축하 광고에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근하신년”, “하정” 같은 진부한 메시지가 어김없이 등장한다. 기업 철학이나 브랜드와의 상관성(brand relevance)을 고려하지 않고 상투적인 새해 인사를 하고 있으니 광고비가 아까울 뿐이다. 외국에서는 새해 축하 광고에서 어떻게든 브랜드와의 상관성을 고려하려고 노력한다. 외국의 새해 광고에서 그 사례들을 살펴보자. 

▲ 맥도날드 광고 (스위스, 2000) /사진=김병희 교수
▲ 랜드로버 광고 (중국, 2012) /사진=김병희 교수

스위스에서 집행된 맥도날드 새해 광고(2000)에서는 상품 메뉴인 감자칩을 공중에서 폭죽이 터지는 것처럼 배치해 새해의 들뜬 분위기를 한껏 띄었다. “행복한 새해(Happy New Year)”라는 헤드라인으로 새해 인사를 전하면서도 맥도날드 매장의 감자칩을 연상하도록 했다. 까만 바탕에 노란 감자칩을 선명하게 대비시키며 새해 축하분위기를 연출한 아이디어 발상력이 놀랍다.
 
중국인의 마음을 설레게 했던 랜드로버 새해 광고(2012)를 보는 순간, 눈이 쌓여있는 험준한 겨울 산이 가득히 들어온다. 눈이 쌓여 오도 가도 못할 것 같은데 구불구불한 산허리를 헤드라이트를 켠 자동차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달려가고 있다. 지면의 오른쪽 상단에는 “기쁜 새해 왕성한 기상[新春快乐(신춘콰이러) 龙马精神(롱마징션)]”이라는 새해 인사말을 배치했다. 중국에서 롱마(龙马)는 용을 닮은 준마라는 전설의 동물이니, 중국의 사자성어 ‘롱마징션(龙马精神)’은 왕성하게 위로 뻗어나가는 정신과 기상을 의미한다. 크리스 고데니어(Chris Gordaneer)의 뛰어난 사진 솜씨는 기쁜 새해를 맞이해 랜드로버를 타고 왕성한 기상으로 어디든 다녀오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기에 충분했다.

▲ 카스타니아 광고 (레바논, 2013) /사진=김병희 교수
▲ AMW 광고 (스리랑카, 2008) /사진=김병희 교수
▲ 터키항공 광고 (터키, 2013) /사진=김병희 교수

레바논에서 집행된 카스타니아의 새해 광고(2013)에서는 땅콩으로 행복한 새해 분위기를 연출해냈다. 카스타니아(Castania)는 땅콩과 밤을 주로 판매하는 레바논의 유명한 너츠 브랜드다. 광고회사 BBDO에서 만든 이 광고에서는 브랜드 상관성을 고려해 “행복한 새해”라는 카피 메시지를 땅콩 껍질과 알맹이와 연결시켜 제시했다. 나아가 축하 메시지에 재미 요소를 가미해 새해를 ‘땅콩껍질 속의 연가(戀歌)’처럼 형상화했다.
 
스리랑카 자동차연합(AMW)의 새해 광고(2008)에서도 브랜드 상관성을 고려한 점이 가장 돋보인다. 자동차 관련 업무에 알맞게 도로 표지판을 16개 준비해서 표지판 하나에 알파벳 한 자 씩을 배치했다. “Happy New Year 2008”이 마치 도로 위에서 결정되기나 한다는 듯이. 새해 인사와 자동차 관련 업체의 특성이 만나 서로 간에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고 있는 셈이다.
 
터키항공의 새해 광고(2013)에서는 송년에서 새해로 이어지는 여행지의 풍경을 몽환적으로 그려놓았다. 이 멋진 장면을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떠나고 싶은 마음이 들 것 같다. “바라는 어느 곳에서든 행복한 새해를 맞이하라(Have a Happy New Year Anywhere You Wish!)”는 헤드라인은 항공사의 특성을 적절히 반영한 새해 인사말이다. 바닷가의 환상적인 야자수가 넌지시 손짓도 하고 있으니 더욱 그렇다.

▲ 폭스바겐 광고 (브라질, 2001) /사진=김병희 교수
▲ 듀라셀 광고 (미국, 2006) /사진=김병희 교수
▲ 엑스탈취제 광고 (네덜란드, 2008) /사진=김병희 교수
▲ 듀렉스콘돔 광고 (이탈리아, 2011) /사진=김병희 교수

브라질에서 집행한 폭스바겐 새해 광고(2001)에서는 폭스바겐(Volkswagen)이 자동차라는 점을 고려해 커다란 사철나무 사이로 보이는 신호등 색깔을 활용해서 새해를 맞이하는 축하 메시지를 전했다. “새해 연휴 동안 조심해서 운전하세요(Drive carefully during the New Year’s holiday).”라는 헤드라인은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는 신호등 색깔과 너무도 잘 어울리는 인사말이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마르셀로 세르파(MARCELLO SERPA)의 감각이 빛나는 대목이다.
 
미국의 듀라셀 새해 광고(2006)에서는 음극(-) 없이 모두 양극(+)만 있는 건전지로 지면 전체를 가득 채웠다. 모두 양극만 있는 예외적인 상황을 제시함으로써, 손해보는 나쁜 일(-) 없이 모두 좋은 일(+)만 있기를 바란다는 메시지를 은유적으로 표현했다. 그래서 헤드라인에서는 “우리 모두에게 2006년은 훌륭한 해가 될 것입니다(For all we know 2006 will be a wonderful year).”라는 긍정의 메시지를 더욱 강조했다.
 
네덜란드에서 집행된 엑스 탈취제 새해 광고(2008)에서는 여성 속옷을 공중에 뿌려놓은 듯 배치했다. 우리나라의 새해 아침에는 절대로 상상할 수 없는 일. 남성용 탈취제(deodorants)를 주로 판매하는 알프레드 인터내셔널에서는 소비자들이 이전 광고를 통해 기억하는 엑스 효과(The AXE Effect)도 강조했다. 남자들의 머릿속에 여성 속옷을 뿌려놓은 채, 새해 아침부터 “엑스를 뿌리면 인기 있는 남자가 된다”, “향기는 남자의 무기가 된다” 같은 이전 광고의 카피까지도 소환하려고 했다.
 
이탈리아 신문에 실린 듀렉스 콘돔 광고(2011)에서는 “모든 이탈리아인들이 위대한 한 해를 맞이하길 바란다(We wish all Italians a grand year to come).”는 헤드라인을 지면 전체에 휘갈겨 썼다. 헤드라인의 시작 부분에서 다이너마이트가 폭발하는데 휘갈겨 쓴 서체가 보통의 글씨체가 아니다. 지면 아래쪽을 보니 다이너마이트의 불꽃 심지가 남자의 고추 모양이다. 그곳에서 뿜어져 나온 무엇으로 ‘위대한 한 해’를 보내라는 글씨를 써서 듀렉스(Durex) 콘돔에 알맞게 새해 인사를 전했다.

설령 나라별로 아무리 문화적 차이가 크다 하더라도, 외국과 우리나라의 새해 축하 광고의 메시지나 기법은 달라도 너무 다르다. 올 새해의 기업 광고에도 ‘근하신년’이나 ‘하정(賀正)’ 같은 단어가 많이 등장한 것을 보면 씁쓸하다. 기업의 경영자들이 이 말을 좋아하니 그대로 쓸 수밖에 없었으리라. 이 말들은 ‘연하장’이라는 단어와 함께 일본에서 들어왔다. 새해를 맞이해 연하장을 보내거나 축하광고를 하는 것은 원래 일본의 세시 풍속이었다. 일제강점기 이후 우리나라에 유입된 ‘근하신년’이나 ‘하정(賀正)’ 같은 말이 지금도 계속 쓰이는 걸 보면 문화 침투란 이처럼 집요하나 싶다.
 
무엇보다 중요한 사실은 새해 축하 광고에 기업 철학이나 브랜드와의 상관성을 고려한 인사말을 해야 한다는 점이다. 브랜드와의 상관성도 없는데 그냥 해오던 대로 “고객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광고 메시지를 접했다고 해서, 그 기업으로부터 정말 복을 받았다고 느끼는 소비자는 아마 단 한 명도 없으리라. 
 
광고 표현에 있어서 상관성(relevance)이란 광고 내용에 제품의 특성과 소비자 혜택을 곧바로 알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요인으로, 텔레비전 광고나 인쇄 광고의 내용이 제품이나 브랜드와 관련되는 정도를 뜻한다. 제품이나 브랜드와의 관련성을 나타낸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창의성과 광고 창의성을 구분하는 근거가 된다. 경영자들이여! 아직 새해 축하광고를 집행하지 않았다면 브랜드와의 상관성이 높은 새해 축하 광고를 다시 만들어, 새해 벽두부터 다른 기업들과 차별화하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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