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를 탄생시킨 음식 쓰레기의 무시무시한 힘

[초이스경제 장경순 경제칼럼] 디즈니 만화의 플루토는 미키마우스가 키우는 개다. 때로는 미키마우스 없이 플루토 혼자 주인공으로 등장하기도 한다. 양치기 개로서다.

미키마우스의 애완견일 때는 그냥 멍청한 짓도 많이 하는 평범한 개일 뿐이지만, 양치기 개일 때의 플루토는 용맹무쌍하기 이를 데 없다.

근처의 무시무시한 늑대들도 플루토만 보면 벌벌 떤다. 철없는 새끼늑대가 플루토 또한 먹을 것 인줄 알고 덤벼들자 아빠늑대는 기겁을 해서 얼른 아들을 붙잡아다가 저 동물은 지옥의 악마와 같다는 지식을 교육시킨다.
 

▲ 디즈니 만화에서 새끼 늑대가 아빠로부터 개는 먹이가 아니라 무시무시한 악마라는 사실을 배우고 있다. /사진=유투브, 디즈니 만화 '양치기 개'의 한 장면.


야생의 늑대는 가축화된 개보다 1대1 대결에서 밀릴 이유가 없다. 덩치도 크고 무리 생활을 한다. 무는 힘도 더욱 강하다.

그런데도 만화 속 플루토뿐만 아니라 실제로도 늑대들은 목장 개들을 보면 도망을 간다.

이유는 개를 바라보는 늑대 머릿속에 ‘보이는 게 다가 아니다’라는 교훈이 있어서다.

우선, 개에게서는 야생동물들이 가장 싫어하는 또 다른 종(種)의 냄새가 강하게 난다. 사람이다. 지금 당장은 개만 눈에 들어오고 있지만, 개가 있다는 사실은 곧 인간도 나타난다는 점을 알려준다.

거기다 개들은 비겁하게 목에 뾰족뾰족한 쇳덩이를 차고 있다. 늑대가 사냥감을 공격할 때 결정타를 먹이는 방식으로 목을 물려고 덤볐다가는 늑대의 입만 다치고 만다.

이래저래 늑대입장에서는 개 같은 것들을 만나면 피하고 볼 일이다.

아프리카 일부지역에서는 목장에서 기르는 개들 때문에 인근 지역의 늑대가 멸종위기에 빠졌다는 동물 다큐멘터리도 있었다. 암컷 늑대의 발정기가 오면 이 냄새를 목장 개들도 맡아서 수컷 개들이 몰려와 짝짓기를 하기 때문이다. 기세에서 밀린 수컷 늑대들은 일단 피하고 보는데 암컷은 나중에 개와의 이종간 새끼를 낳게 된다. 이런 일이 반복되니 이 지역 특유의 늑대 종이 멸종위기를 맞았다.

개는 야생동물들에게도 인간과 뗄 수 없는 존재로 인식되고 있다.

조선시대 정치적 목적을 가진 소설이라고 볼 수밖에 없는 인현왕후전에서는 인현왕후가 폐위된 사가에 떠돌이 개가 등장한다. 이 개를 보고 인현왕후는 “그 개 출처 없이 나타나 쫓아도 가지않아 기이하니 내버려두라”고 한다. 왕후의 배려를 받은 개는 그 후 새끼도 낳아서 이들 개 가족이 합심해 항상 귀신을 쫓아내 왕후를 지켰다.

인현왕후의 말처럼 개는 어느 날 출처없이 사람곁에 나타나 오늘날 반려동물이 됐다.
 

▲ 지난해 제주경찰특공대의 폭발물 탐지견 퀸이 11년의 근무를 마치고 은퇴식에서 공로계급장(경위)을 받았다. /사진=뉴시스.


늑대에서 어떻게 개가 파생됐는지에 대해 대부분의 전문가들 견해는 일치한다.

원시시대 일부 늑대가 인간 거주지 근처에서는 쉽게 먹이를 구할 수 있다는 점을 알았다. 인간이 먹고 남긴 쓰레기를 뒤지는 것에 대해 인간들은 별로 경계심을 갖지 않았다.

인간들은 매일 와서 음식쓰레기를 뒤지는 늑대가 더 큰 역할을 한다는 점을 곧 깨달았다. 이들이 인간들 주위에 있음으로써 다른 맹수들이 접근하는 것에 대한 보호 장치가 됐다. 때로는 늑대가 맹수들과 용맹하게 싸웠는데, 늑대 자신을 지키기 위한 행동이 곧 인간을 지키는 일이 됐다.

인간들은 이제 늑대가 항시 인간 주위에 머물 수 있도록 고정적으로 먹이를 제공하게 됐다. 늑대의 메뉴는 이제 쓰레기가 아니라 사료로 바뀌었다.

동시에 늑대는 개라는 새로운 이름을 얻었다.

가축으로 영혼이 팔려가는 동료들을 바라보면서 늑대는 배는 고파도 ‘초원의 지배자’로서 자부심은 절대 버리지 않겠다고 다짐을 했다.

음식쓰레기는 이렇게 인간과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는 새로운 동물을 탄생시켰던 것이다.

문제는 음식쓰레기가 인간과 개의 만남을 가져온 것으로 역할이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리산에 방사한 곰들 중에 야생화에 실패한 곰이 나온 이유 가운데 하나가 등산객들의 음식쓰레기다. 쉬운 먹이에만 익숙해진 나머지 곰이 야생으로 돌아가는데 실패해 다시 동물원 신세가 됐다.

북극곰도 마찬가지다. 자연의 먹이가 부족한 탓도 있지만, 항상 쓰레기더미에 먹을 것이 있는데 힘들여 사냥할 필요가 없다.

인간들이 음식쓰레기 문제를 잘 해결하지 못하면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동물이 애완용이나 반려동물이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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