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자율주행 기술 홍수 속에 車 업계는 생존 위한 지혜 모아야

[초이스경제 김완묵 경제칼럼] 자동차 산업이 4차 산업혁명의 진앙지로 주목받으면서 격변기를 맞고 있다. 최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전자제품 박람회(CES)만 봐도 그렇다. CES는 종래 가전업체들이 주로 참여하던 것에서 최근에는 IT 업계는 물론 자동차 업계까지 가세하면서 첨단 산업의 미래를 한번에 짚어볼 수 있는 자리로 격상됐다.

올해 이 자리에서 가장 주목받은 분야는 인공지능과 자율주행 기술로 무장한 자동차 산업의 미래였다는 진단이 나온다. 절반의 부스와 행사가 자동차용 전자제품(전장 부품)들로 채워져  '자동차 전자제품 박람회(Car Electronics Show)'를 방불케 했다고 한다.

특히 거대 IT 기업들이 첨단 기술을 자동차 산업에 접목하려는 시도가 이어지면서 플랫폼 싸움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또한 부품에서는 자율주행차, 친환경차 신기술의 등장과 함께 신규 업체들이 대거 사업에 뛰어들면서 격렬한 지각변동이 일어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심지어 청소기를 만드는 영국의 다이슨은 2020년에 성능이 좋은 고급 전기차를 개발해 선보이겠다는 포부를 밝힌 상황이다..

글로벌 금융기관인 HSBC는 최근 내놓은 자료에서 자동차에서 전장 부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1950년대에는 1%가 채 안되던 것에서 현재는 35%에 달할 정도로 확대됐다고 밝혔다. 이어 2030년에는 50% 이상으로 증가할 것이란 예상도 내놨다.

이러니 과거 내연기관 자동차 업계는 긴장의 끈을 늦출 수 없는 상황이다. 자동차 산업의 새로운 흐름에 발 맟추어 하드웨어는 물론 소프트웨어까지 바꿔서 대응하지 않는다면 미래를 담보할 수 없는 지경으로 흘러가고 있는 것이다.

▲ 지난 8일(현지시각) 미국에서 열린 CES 2018의 현대자동차 부스 /사진=뉴시스

물론 이에 뒤질세라 우리 업계도 분발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현대차가 주행거리를 대폭 늘린 차세대 수소전기차 '넥쏘'를 선보여 관심을 끈 것은 물론 현대모비스도 지능형 가상비서를 통해 미래차의 일단을 보여주었다는 평가다.

또 삼성전자를 비롯해 LG전자 등 국내 IT업계 및 LG화학, 삼성SDI 등 배터리 업계는 전장 사업에서 새로운 먹거리를 발굴하는 데 일부 성과를 도출하고 있기도 하다.

더구나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은 지난 17일 김동연 경제부총리와의 간담회에서 향후 5년간 신산업 분야에서 23조 원을 투자하고 4만5000명의 신규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김 부총리도 수소충전소 확대 등을 통해 우리 자동차 산업의 육성을 위해 측면에서나마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구상을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노력들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은 과연 우리 자동차 산업의 미래가 밝은 것인지 여전히 불안한 눈길로 바라보는 실정이다. IT 산업만큼이나 워낙 빠르게 변화를 거듭하고 있는 데다 자동차 산업의 기반을 구성하고 있는 제반 환경이 녹록지 않은 탓이다.

우선 현대차그룹만 해도 그렇다. 친환경차 및 스마트카, 인공지능 개발에 자금을 본격 투입하겠다는 약속을 했지만 그런 정도의 투자로 미래 자동차 산업의 주도권을 잡을 수 있을지가 걱정된다.

기존에도 현대차그룹은 매년 4조원 정도를 연구개발비로 투입해왔는데, 이번에 1조 원 정도를 늘리겠다는 구상을 밝힌 것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있다. 경쟁 업체들이 천문학적인 자금을 자동차 산업에 쏟아 붓는 걸 감안하면 여전히 크게 부족하다는 걱정을 지울 수 없다.

특히 현대차그룹은 최근 몇 년 새 계속해서 영업이익 흑자가 줄어들고 있다. 판매량 부진에다 파업이 연례행사처럼 일어나면서 실적이 나빠지고 있는 것이다. 작년에도 파업이 계속되다 해를 넘겨서 겨우 타결됐다. 이런 노사관행이 지속되는 속에서 과연 대규모 여유자금을 비축해 신규 투자를 늘려갈 수 있는 능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 의문이 되는 상황이다.

이런 점에서 올해부터는 노사 관행을 획기적으로 바꿔 자동차 산업 격변기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전사적으로 연구개발 역량을 강화하는 한편 유망한 신기술을 가진 기업들에 대해선 과감한 M&A(인수합병)를 통해 먹거리를 지속적으로 창출할 필요가 있다.

물론 현대차도 올해 안에 한국 미국 이스라엘 중국 독일 등 글로벌 5곳에 오픈 이노베이션 센터를 설립해 신기술 창출에 박차를 가하는 한편 스타트업 육성에도 적극 나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여기에 그치지 말고 유망한 신기술 확보는 물론 인수합병을 통해 브랜드 명성을 높이고 보다 큰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정부도 자동차 산업은 우리 제조업의 최대 먹거리 및 일자리가 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선진형 노사관행 정착, 자동차 산업을 업그레이드시키기 위한 제반 노력을 단행해야 한다.

여기에 발상의 전환을 통해 규제를 걷어내고 스타트업들이 인공지능, 자율주행 기술을 마음껏 연마해 사업으로 연결시키도록 장을 만들어준다면 금상첨화가 될 것이다.

이런 노사정의 합치된 노력을 통해 2020년대부터 본격 펼쳐질 것으로 예상되는 미래 자동차 시장에서 우리 업계가 주도권을 잡을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해갈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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