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의 지나친 프리미엄이 문제...민간소비에는 제한적인 보탬"

▲ 비트코인 주화 모형 /사진=뉴시스

[초이스경제 이영란 기자]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에 대한 국내 투자자들의 관심은 가히 폭발적인 수준이다. 가상화폐의 변동성이 갈수록 커지면서 우리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칠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최근에는 정부 당국까지 나서서 가상화폐 거래실명제를 도입하는 등 규제조치를 발표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글로벌 금융기관인 골드만 삭스가 24일(현지시간) 가상화폐의 변동성이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해 주목된다. 골드만 삭스는 가상화폐의 수요 측면에서는 ‘부(wealth)의 효과’가 나타날 수 있지만 제한적이며, 공급 측면에서는 반도체 칩 생산과는 다소 무관하다고 진단했다.

골드만 삭스에 따르면 원화는 비트코인 시장에서 거래되는 통화 중 달러와 엔화 다음으로 세 번째로 규모가 큰 거래 통화이며 거래량은 지난해 12월 기준 하루 20억 달러로 코스피 개인 투자자 회전율과 비슷한 수준이다.

이 같은 가상화폐의 변동성으로 영향을 받게 될 영역 가운데 우선 수요 경로를 보면 ‘부의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 만약 한국이 전 세계 가상화폐 가치의 14%를 보유하고 있으며 한 달 내에 이 화폐의 가격이 50% 상승 또는 하락한다고 가정할 경우 전체 가치 변화는 360억 달러에 달한다.

이러한 변동성은 상당한 ‘부(wealth)의 효과’를 가져올 수 있으며 20억 달러 또는 민간 소비의 0.3%의 영향을 미칠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실제로 소비에 미치는 영향은 추정치보다 훨씬 더 작을 가능성이 높다. 한국 투자자들의 가상화폐 보유액이 한국의 가상화폐 거래비율을 크게 밑돌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가상화폐의 공급 경로 측면에서 한국은 가상화폐 ‘채굴’에 활용되는 메모리 칩을 생산하는 주요 생산국이다. 가상화폐 채굴은 GPU(그래픽처리장치)와 ASIC(주문형반도체)가 제공하는 강력한 연산력을 필요로 한다.

가상화폐 채굴에 필요한 메모리 칩은 데스크탑 컴퓨터에 사용되는 표준 DRAM으로 글로벌 DRAM 시장의 5%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가상화폐 채굴자들은 보통 현물시장 가격으로 칩을 구매하지만 한국 반도체 회사들은 현물가격과는 상당한 괴리를 보이는 장기계약에 주로 의존하고 있다.

공급 경로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가상화폐 시장의 변동성이 계속 커진다면 거시경제 건전성 정책에 대한 우려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가상화폐의 ‘무경계성(borderlessness)’에도 불구하고 한국 가상화폐 거래소에서 나타나고 있는 크고 지속적인 가상화폐 프리미엄이다.

한국 가상화폐 거래소들이 외국인 거래금지와 결제에 가상계좌 사용 금지를 비롯해 최근 강화된 규제를 준수하지 않는다면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를 비롯한 다양한 리스크들이 존재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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