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기업인의 트레킹 이야기<29>...송어 양식과 횟집이 이곳 경제의 한 축

▲ 박성기 대표

[외부 기고=박성기 도보여행가, 도서출판 깊은샘 대표] 이번엔 2018년 1월 27일(토) 걸었던 영월 서강을 소개하려 한다.

이 곳 영월은 일찍이 송어 양식업이 발달한 곳이다. 주변의 절경은 아름다운 관광지를 만들어 내고 더불어 관광객들을 회유하는 송어횟집이 많이 들어서 있어 송어와 관련된 산업이 이곳 경제의 한축을 담당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계방산에서 발원한 평창강은 선암마을을 지나며 한반도 지형을 만들고는 주천강과 만나 서강이 된다. 서강(西江)은 옥녀봉을 지나고 선돌을 거쳐 청령포(淸泠浦)에 다다른다. 청령포에서 단종(端宗)의 눈물을 가득 담고는 흘러가 정선에서 내려오는 동강과 영월읍에서 만나 남한강이 된다.

오늘은 문곡천과 단종의 이야기가 가득한 서강(西江)을 걷는다. 동강(東江)에 비해 인적이 많지 않은 서강 호젓한 길을 걷는 기쁨도 누려볼 생각이다. 또한 서강 얼음강 트레킹도 겸할 생각에 강추위임에도 불구하고 나선 길이다. 이른 새벽 뼛속까지 한기가 들어온다. 특히 오늘 새벽 청령포의 기온이 영하 19도까지 떨어졌다하니 벌써부터 오싹하다. 옷을 여러 겹 껴입어도 한기를 막을 수가 없다.

영월 터미널에 도착했다. 단종이 모셔진 장릉(莊陵)을 먼저 걷기로 하였다. 사약을 받고 관풍헌(觀風軒)에서 17세 한 많은 세상을 하직한 단종왕릉이 보고 싶어졌다.

장릉은 영월 시외버스터미널에서 2.5킬로 아주 가까운 거리에 있다.

▲ 초라한 단종의 장릉 /사진=박성기 대표
▲ 정자각 /사진=박성기 대표
▲ 충의공(忠毅公) 엄흥도 정여각(嚴興道 旌閭閣) /사진=박성기 대표

장릉(莊陵)이다.

입구를 들어서니 단종역사관 우측에 장릉으로 향한 계단이 있다. 계단을 올라 300미터를 걸어  가니 발산(鉢山) 자락에 장릉이 자리 잡고 있다. 왕릉으로서 너무 초라하다. 세조의 명에 의해 사약을 받고 강에 버려졌던 시신을 호장(戶長) 엄흥도(嚴興道)가 삼족이 멸할 수도 있는 위험을 감수하고 이 자리에 몰래 모셨다. 숙종 때인 1698년에 신위가 종묘에 모셔지고, 묘호가 노산군(魯山君) 묘에서 왕릉인 장릉(莊陵)으로 격상됐다.

장릉을 둘러보고 우측으로 내려오니 정자각(丁字閣)이다. 정자각에서 왕릉을 올려보니 눈이 시리도록 푸른 하늘아래 더 서러워 보이는 건 비운의 왕 단종 탓이리라. 정자각을 둘러보고 나오다가 충의공(忠毅公) 엄흥도 정여각(嚴興道 旌閭閣)을 보며 그래도 단종이 외롭지 않으리란 생각이 들었다. 장릉을 둘러보고는 문곡천을 걷기 위해 택시를 탔다. 이제부터 문곡천부터 청령포(淸泠浦)까지 15킬로를 걸어야 한다.

▲ 문곡천의 강구교다리 /사진=박성기 대표
▲ 농공단지 목재소의 쌓아놓은 나무 /사진=박성기 대표

문곡마을회관 앞이다.

문곡 하늘샘 마을 입구에 송어횟집이 많이 눈에 띈다. 영월지역은 송어가 자라기 최적인 용천수가 솟아난다고 했다. 용천수는 예전엔 농사를 지을 때 농업용수로 사용했었으나 지금은 송어양식을 위해 많이 쓰인다. 1965년부터 미국에서 최초로 송어 종란이 도입되어 송어 양식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곳이라 그런지 곳곳이 송어횟집이다.

마을 회관을 출발해 문곡천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이른 아침 집을 나설 때만해도 오싹했던 냉기는 많이 풀렸다. 그래도 영하 10도가 넘었다. 문곡천은 갈대나 다양한 수초로 가득하다.  뚝방길에는 내렸던 눈이 녹지 않아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뽀각뽀각 소리가 경쾌하다. 문곡천은 물이 웅크려 모여 있는 곳마다 깡깡 얼음이 되었다. 수초 속에 숨어있던 물새 떼는 날개를 펼치며 일제히 일어나 푸드득 거리며 날아간다. 멈췄다가도 내가 따라가면 새들은 다시 날아올라 자리를 옮기며 계속 나그네의 발을 유혹한다.

2.5km를 걸어 석회비료공장과 큰 목재소 같은 대단위 농공단지를 통과하며 계속 길을 이어나갔다.

▲ 정순왕후가 그리워 단종이 명명했다는 옥녀봉 /사진=박성기 대표
▲ 옥녀봉과 만나는 평창강 잠수교 /사진=박성기 대표
▲ 투명하게 언 서강위. 발 아래로 자갈과 수초가 보인다 /사진=박성기 대표

5km를 걸어 옥녀봉에 도착했다. 옥녀봉에서부터는 단종유배길 3코스와 같은 길이다. 옥녀봉은 단종이 유배길에 내려오면서 옥녀봉을 보고 아내 정순왕후가 보고 싶어서 옥녀봉이라 불렀다는 전설이 있지만 확인할 길은 없다. 옥녀봉을 지나면서 서강으로 들어갔다. 단단히 얼어서 절대 깨어질 상황은 아니다. 얼어붙은 서강의 투명한 얼음 밑으로 자그마한 물고기며 수초가 흔들거린다. 신기한 광경이다. 일부러 발을 들어 쿵 찍자 깜짝 놀란 물고기가 사방으로 흩어진다.

▲ 선돌이 보이는 서강 강변 /사진=박성기 대표
▲ 서강 위에서 바라보는 선돌 /사진=박성기 대표
▲ 서강 얼어있는 강바닥이 투명한 유리와 같다 /사진=박성기 대표
▲ 유배길 이정표 /사진=박성기 대표

서강을 따라 2km를 더 내려가니 선돌이다. 선돌은 방절리 강변 위로 솟은 높이 70m의 거대한 바위이다. 절벽에서 쩍 갈라져 나온듯한 형상으로 서있는 모습이 아슬아슬하다. 우뚝 선 기암은 신비스럽고 산수화를 보는 듯 멋져서 많은 관광객들을 불러 모은다. 강 위에서 400미터를 오르면 선돌전망대이나 얼음강 위에서 올려다보는 선돌이 보고 싶어 계속 앞으로 진행했다.

꽁꽁 언 서강 위에서 하늘을 보니 투명한 유리처럼 맑고 청명하다. 우뚝 솟은 선돌이 장엄하고 멋지다. 얼음강 위에서 바라보는 선돌은 이처럼 강추위가 아니면 느껴보지 못하는 호사다. 선돌을 바라보며 소원을 빌면 꼭 한 가지는 들어준다는 전설이 있어 마음속으로 소원을 빌었다.

▲ 흰 눈이 쌓인 둑길 /사진=박성기 대표
▲ 강 가장자리로 얼은 강길을 따라 걷기도 했다 /사진=박성기 대표

선돌을 벗어나자 서강 둑길이 나타난다. 길은 살짝 덮은 눈과 함께 한동안 길게 이어졌다. 4킬로를 더 가면 청령포다. 벌써 시간이 많이 흘러 서둘러야 한다. 선돌교를 지나며 강변으로 내려갔다. 강물은 세차게 흐르면서 가운데는 물이 얼지 않았다. 얼음강을 밟으며 계속 걸어 내려갔다. 얼음 위를 걷다보면 이따금 쩍 소리에 후다닥 몸을 날린다. 분명 갈라지지 않을 깡깡 얼은 단단한 것이지만 괜스레 겁을 먹고 몸을 재빨리 강변으로 옮기곤 한다.

▲ 청령포를 휘도는 서강. 단종을 생각하며 마음이 애잔해졌다 /사진=박성기 대표

걷다보니 어느새 청령포에 도착했다.

벌써 해가 저물어가고 있다. 청령포를 오가는 배는 몇 사람만 태우고 오간다. 날이 너무 춥고 해질 무렵에서인지 인적이 드물다.

청령포 전망대에 올랐다. 청령포를 휘돌아가는 물길이 마냥 아름답고 멋있어 보이지만은 않았다. 앞으로는 서강이 흘러 건널 수가 없고 뒤로는 첩첩 산으로 막혀 물러설 수도 없었던 단종의 마음이 빙의 되어서일까. 육 개월 전 덕산기 계곡을 다녀오며 들렀던 때와는 많이 달랐다. 장릉을 둘러보고 단종이 걸었을 유배길을 잠시나마 걸으니 마음이 더욱 애잔하다.

청령포 언덕에는 시비가 하나 세워져 포구를 바라보고 있다. 사약을 가지고 내려왔던 금부도사 왕방연이 단종의 죽음을 바라보고는 비통한 심정을 청령포를 바라보며 읊은 시조이다.

시조 한 수가 나의 마음을 울린다.


천만 리 머나먼 길에 고운 님 여의옵고,
내 마음 둘 데 없어 냇가에 앉아있다,
저 물도 내 안 같아야 울어 밤길 예놋다.
             
                               -왕 방연(王邦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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