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지수' VIX는 33으로 치솟아... 한국, 내부 불안까지 키우지 말아야

▲ 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이사회 의장. /사진=미국 조폐국.


[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32년 전 이맘 때다. 하루에 미국 채권금리가 0.4%포인트 올라갔다.

한 사람의 말 한마디, 정확히는 단어 하나 때문이었다. 앨런 그린스펀 당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이사회 의장이 미국 주가에 대해 “들뜬 수준(exuberant)”이라고 평가한 것이 주가 급락과 금리급등을 가져왔다. 이날 지표물인 30년만기 미국국채 수익률은 0.4%포인트 가량 폭등했다. ‘3년 채권농사’를 하루에 망치는 딜러들이 속출했다.

그러나 이들은 그린스펀의 입을 원망할 처지가 전혀 못됐다. 오히려 감사해야 할 판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미국의 경제성장률이 4%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채권금리는 또다시 0.4%포인트 폭등했다.

만약 그린스펀 한마디가 없었다면 채권을 계속 사들이던 투자자들의 피해는 두 배로 늘어났을 것이다.

그린스펀 전 의장은 최근 미국 주가에 대해 또 다시 “들떴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그는 이제 현직 Fed 의장이 아니다.

시장을 책임지는 당국자가 할 수 있는 중요한 일 가운데 하나가 뭔지를 보여주는 것이 1996년의 그린스펀이다. 핵심적인 경제정보를 독점적으로 갖고 있는 당국자가 시장이 명백히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을 때, 이를 막고 향후의 피해를 최대한 줄이는 모습을 보여줬다.

짚고 넘어갈 것은, 32년전의 당국자가 퇴임한지 12년이 지난 시점에서 한마디를 할 동안 현직 당국자들은 어떤 경고를 보냈느냐는 점이다.

당국의 역할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은 시장의 안정을 유지하는 것이다. 현재 국제 금융시장의 공포지수로도 간주되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지수(VIX)는 33.46에 이르고 있다고 로이터가 전했다. 하루 전만 해도 27로 최근 수개월간보다 두 배이상으로 높아진 수준이라고 했다.

시장의 불안정이 극대화됐을 때 가장 먼저 타격을 입는 것은 한국을 포함한 신흥국시장이다.

한국은 현재 동계올림픽 개최라는 호재를 갖고는 있지만, 굴직한 재벌총수의 사법처리 과정이 국제투자자들에게 예상 밖의 결과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바깥이 어려울 때 내부의 불안요소라도 최대한 줄여야 하는데, 안에서도 불안을 키운다면 이것이 바로 내우외환이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9일 차 한잔 마시면서 경제현안을 논의하고 있다. 그런데 지금 한국의 금융시장에 대한 신뢰를 결정하는 것은 경제당국자 뿐만 아니다. 시장규율이 제대로 돌아가도록 사법체계가 올바르게 작동하고 있느냐도 신뢰형성의 중요요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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