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 저널 "변동성 지수에 연계되는 구조화 상품 매각 따른 주가 급락은 일단락"
[초이스경제 김완묵 기자] 최근 투자자들의 관심은 요즘의 주가 변동이 일시적인 조정인지 아니면 좀 더 깊은 추락을 예고하는 서막에 불과한지에 대해 쏠리고 있다. 특히 뉴욕 S&P500 기준 10%에 가까운 하락에서 조정이 끝날 것인지 20%에 가까운 하락을 하며 본격적인 약세장으로 돌입할지에 대해 전문가들조차 견해가 엇갈리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월스트리트 저널은 11일(미국시각) 보도에서 변동성 지수와 미국 S&P 500과의 관계를 통해 “둘의 역사적인 관계가 깨졌지만 문제는 여전히 도사리고 있다”고 논평했다.
이날 보도에 따르면 과거 미국 S&P 500과 CBOE(시카고옵션거래소) 변동성 지수인 VIX 지수 사이에는 강력한 관계가 있다. VIX 지수가 상승할 때 주가는 많으면 25% 정도 하락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VIX 지수가 하루 만에 두 배 넘게 상승했지만 S&P 500은 4.1% 하락하는 데 그쳤다. 만일 S&P 500이 장기 패턴을 따라 움직였더라면 VIX 지수가 이같이 상승했던 지난 5일(현지시간) 주가는 27% 정도 하락했어야 했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변동성과 주가 간의 관계가 이번에 극적으로 깨졌고 이것은 투자자들에게 좋은 소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진단이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VIX 지수의 급등이 급격한 주가 하락을 불러오는 요인으로 변동성이 낮게 유지되는 데 베팅한 수십억 달러 규모의 구조화 상품에 주목했다. 이들 상품은 변동성 급등에 따라 단순하게 생을 마감하도록 고안된 상품들이란 설명이다.
그러면서 "이런 요소를 제외하고 평가한 다른 변동성 지수는 VIX만큼 크게 요동을 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특히 미국 국채의 내재 변동성과 외환시장의 변동성은 예상보다도 훨씬 덜 상승했다. 일본, 유럽을 비롯해 다른 주식시장들의 비슷한 변동성 지표들도 훨씬 덜 상승했고, 소기업들로 구성된 러셀 2000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지난 9일(미국시각)의 미국 주가 반등은 투자자들이 이런 사실을 깨달아 패닉이 가라앉은 게 효과를 발휘했다는 분석이다.
게다가 여전히 동조화된 글로벌 경제 성장과 전 세계 대부분의 국가에서 낮은 금리가 계속해서 주식에 견고한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우려도 여전하다는 지적이다. 먼저 VIX 지수를 활용하지 않고 다른 변동성에 베팅한 투자자들에게서 매도세가 훨씬 더 많이 나올 수 있다는 점이다.
연기금과 다른 장기 투자자들이 베팅한 변동성 지수가 말썽을 일으킬 소지가 있다는 설명이다. 일례로 시장 하락에 대비한 보험 상품들에 베팅한 투자자들이 비관적인 시각을 갖는다면 주가 하락을 부채질할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현재 주요한 혼란 상황은 아직 없어 보이는데, 앞으로 매도세가 더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는 결론을 내리기에는 너무 이르다는 분석이다.
또 하나는 이번 구조화 상품의 매도세가 이것으로 끝이 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하나의 신호탄으로 지속해서 주식시장에 압박을 가할 수도 있다는 판단이다. 처음에 주가 하락을 유발한 불안감이 아직까지 상당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VIX 지수가 급등하기 전의 주가 하락은 인플레이션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이었다. 투자자들은 채권 수익률(금리) 상승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음을 보여 주었고, 이 사실들이 변했다고 생각할 이유가 없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언제든 임금 상승 등 좋지 않은 소식이 들릴 때는 이에 또다시 민감하게 반응할 여지가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