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경영연구원 "디지털-아날로그 균형 맞추면 기업 효율성 오히려 높아져"

[초이스경제 이영란 기자] 구글은 디자이너들에게 손으로 하는 스케치 과정을 반드시 거치도록 하고 있다. 디자이너들이 소프트웨어에 지나치게 의존하지 않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소통하게 하기 위해서다. 손으로 그린 스케치는 어설퍼 보이지만 사람들을 아이디어에 집중시키고 고치기도 쉽다고 구글 측은 강조한다.

글로벌 IT 기업들이 디지털화를 적극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일부 기업들은 오히려 아날로그 차원의 노력을 강조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추세다. 일하는 방식 혹은 조직문화 차원에서 디지털과 아날로그 간의 균형을 이루는 ‘디지로그(Digilog)’가 오히려 효율적이라는 판단에서다.

19일 포스코경영연구소의 ‘이슈 리포트’에 따르면 구글의 디자인 과정에서 손으로 그린 스케치는 디자이너들 사이에서 ‘표준’으로 자리잡았다.

어도비 사의 경우 종이와 펜이 들어있는 ‘어도비 킥박스’를 복도에 설치했다. 순간적인 아이디어가 떠오를 경우 곧바로 꺼내서 쓸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 상자 안에는 펜과 연필, 종이 노트, 순간 아이디어를 구현하기 위한 단계별 지침이 적힌 지시 카드, 초콜릿 등이 들어 있다.

또한 페이스북은 ‘아날로그 연구소(Analog Research Laboratory)’를 설치해 운영 중이다. 구성원의 창의성을 되살린다는 것이 최종 목표다.

컨설팅 기관인 맥킨지는 기업들의 디지털화에 따른 장애요인 가운데 하나로 폐쇄적 마인드를 꼽고 있다. 기업들의 디지털화를 가로막는 가장 큰 요인은 제도나 시스템보다 문화적인 측면이라는 지적이다.

문화적인 측면을 공유하고자 하는 기업들의 노력도 커지는 추세다. 원격근무를 선호해왔던 기업들이 최근 들어 방향을 바꾼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IBM은 24년 동안 유지해왔던 재택근무제를 지난해 폐지했다. 표면적인 이유는 20분기 연속 실적 부진이었지만 내면적인 이유는 사무실 비용 등 명분에 비해 업무효율성 증대 효과가 크지 않기 때문이었다.

국제노동기구와 UN 산하 연구기관인 유로파운드의 공동연구에서도 '원격 근무자는 종종 소외감을 느낀다'는 점을 지적한 바 있다.

조성일 포스코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일하는 방식 혹은 조직문화 차원에서 디지털과 아날로그 간 균형을 이루는 디지로그(Digilog) 문화를 지향해야 한다”면서 “디지털화 트렌드 속에서 우리 기업들도 아날로그 방식 활용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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