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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 경영에서 생산성과 품질의 긴장...김병희 칼럼광고에서 배우는 경영 통찰력<시리즈 47>...오페라 호주의 사례
김병희 서원대 교수  |  wh1463@choic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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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2.26  05:5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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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병희 교수

[초이스경제 외부 기고=김병희 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한국PR학회 제15대 회장] 문화예술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20-30대까지는 국영수로 살았다면 40대 이후부터는 예체능으로 산다는 말도 있듯이, 이제 문화예술의 향유는 특정 계층의 전유물만이 아니다. 바람직한 현상이지만 불길한 징후도 나타나고 있다. 박물관, 공연장, 미술관 같은 문화예술기관이나 단체에서 문화예술 경영에 눈뜨기 시작하면서 문화예술작품의 생산성 문제를 어설픈 마케팅 지식으로 지나치게 따지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일반적인 의미에서 생산성이란 재화와 용역 같은 산출물을 생산하는데 사용된 자본과 노동 같은 투입물의 관계를 의미하는 개념으로, 투입물을 산출물로 얼마나 잘 변환시켰는지를 나타내는 지표이다. 그렇지만 서비스 산업의 일종인 문화예술 분야에서는 제조업에 비해 생산성을 높이기 어렵고 정확히 측정하기도 쉽지 않다. 서비스 생산성이란 서비스 조직에서 고객이 기대하는 수준의 서비스 품질을 제공하도록 조직이 가진 투입요소를 사용하는 능력으로 설명할 수 있겠다.

서비스 산업에서 생산성과 품질은 불가분의 관계를 가지며 항상 연계되기 마련이다. 유사한 것 같지만 두 개념의 차이가 있다. 생산성은 효율을 추구하는 데 비해 품질은 고객 만족을 더 중시하며, 생산성은 가치를 추가하는 데 목표를 두지만 품질은 가치의 강화를 더 중시한다. 예전에는 문화예술기관에서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는 것 자체가 문화예술의 특성을 거스르는 행위라고 인식하기도 했다. 문화예술 산업에서는 제조업에서와 같은 생산성 향상이 불가능할 수도 있다.

   
▲ 오페라 호주의 텔레비전 광고 '투란도트' 편 (2016) /사진=김병희 교수

오페라 호주의 텔레비전 광고 '투란도트(Turandot)' 편(2016)에서 생산성과 품질의 관계를 살펴보자. 흑백 화면에 오페라 호주를 자막으로 알리는 첫 장면으로 광고가 시작된다. 오페라하우스 전경이 멀찍이 보이고 굉장한 규모의 야외 수변 무대가 한 눈이 들어오는 순간, 푸치니 작곡의 원작에서처럼 다단조의 강렬한 서주(序奏)가 울려 퍼진다. 남주인공 칼라프에 이어 여주인공 투란도트 공주가 등장하고 장엄한 무대가 펼쳐진다. 류와 티무르의 슬픈 사연과 함께 칼라프가 다시 공주에게 사랑을 고백한다. 마지막 장면에서 공주의 모습을 부각시키며 '투란도트'를 단 하룻밤만 공연한다는 내용을 알리며 광고가 끝난다.

푸치니(Giacomo Puccini, 1858-1924)의 유작 '투란도트'는 1926년에 초연한 이후 여러 나라에서 다양한 버전으로 공연되었다. 푸치니가 미완성작을 남기고 죽자 그의 제자 프란코 알파노(Franco Alfano)가 마지막 부분을 완성시킨 것으로도 유명한 작품이다. 1956년에 창립된 호주오페라단(Australian Opera Company)은 1996년에 오페라 호주(Opera Australia)로 이름을 바꿔 현재에 이르고 있다. 오페라 호주는 시드니항의 '한다 오페라(Handa Opera)' 를 호주를 대표하는 오페라 공연으로 키워냈다.

오페라 호주는 오페라하우스와 하버브리지는 물론 고층건물을 배경 삼아 오페라 무대를 시드니항 위에 떠 있도록 설계했다. 그리고 수백 개의 숨겨진 스피커를 통해 음악소리가 청중에게로 울려 퍼지도록 사운드 셸(shell)을 완벽히 갖추고 '한다 오페라' 시리즈 공연을 이어갔다. 2012년의 '라 트라비아타'를 시작으로, 2013년의 '카르멘', 2014년의 '나비부인', 2015년의 '아이다', 2016년의 '투란도트', 2017년의 '카르멘', 2018년의 '라 보헴'에 이르기까지 오페라 예술의 정수를 보여주었다. 공연은 늘 만석이었다.

문화예술 산업에서는 생산성을 중시한다고 해서 서비스 품질을 도외시하면 안 된다. 제조업 분야에서는 52분간 일하고 17분 쉬면 생산성을 극대화시킨다는 '52-17의 법칙' 이 있다. 이 법칙을 문화예술에 적용할 수 있을까? 문화예술 산업에서는 공연 횟수나 입장객의 수로 측정하는 생산량이 증가함에 따라 평균 생산비가 감소하게 된다. 공연 횟수가 증가하면 어떤 공연에 필요한 고정비의 비중이 낮아지고, 그렇게 되면 고객 1인에게 제공할 예술작품 서비스의 생산 비용이 자연스럽게 감소하는 경향이 있다. 문화예술 분야에서는 기술의 진보가 더디므로 다른 산업에 비해 생산성 향상이 지연된다. 정보통신(IT) 산업에서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기술 발전이 이루어져 생산비를 절감할 수 있지만, 문화예술 산업은 기술의 진보가 거의 없거나 느리기 때문에 생산성의 지체(productivity lag) 현상이 발생한다. 생산성만이 아닌 생산성과 품질을 동시에 추구할 때 문화예술 산업의 경쟁력이 확보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두루 알다시피 '투란도트'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무대는 중국의 북경. 투란도트 공주와 혼인하려는 남자는 세 가지 수수께끼를 풀어야 하며 실패하면 참수된다. 그동안 여러 남자들이 죽어나갔다. 칼라프는 투란도트를 보고 첫눈에 반한다. 주변 사람들이 만류하는데도 그는 수수께끼에 도전한다. 희망, 피, 투란도트라는 세 가지 정답을 차례로 맞힌 그는 "공주는 잠 못 이루고"를 부르며 승리를 확신한다. 핑, 퐁, 팡은 공주의 잔혹함을 환기하며 중국을 빠져나가라고 권유하지만 그는 듣는 척도 하지 않는다. 결국 공주가 졌다고 인정하자 그는 승리의 비결이 사랑이었다고 고백한다. 투란도트는 부왕에게 칼라프의 이름이 '사랑' 이라고 설명하고, 두 사람의 입맞춤을 끝으로 막이 내린다.

오페라 '투란도트'를 공연하려면 투란도트 공주, 알툼(Altoum, 황제), 티무르(Timur, 타타르의 퇴위한 왕), 칼라프(Calaf, 티무르의 아들), 류(Liu, 노예 소녀), 핑(Ping, 중국의 고관), 퐁(Pong, 주방 대신), 팡(Pang, 서무 대신), 중국 관리 등 최소한 9명의 등장인물이 반드시 필요하다. 수익성이 낮은 문화예술 공연에서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일반 기업에서처럼 출연자(근로자)를 해고하기란 쉽지 않다. 출연료를 아끼려고 출연자 수를 줄이면 공연 내용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 오페라를 공연하면서 가장 유명한 "공주는 잠 못 이루고(Nessun dorma)" 부분만 저명한 테너에게 맡기고 나머지는 무명에게 맡기면 어떻게 될까? 비용을 절약하기 위해 소프라노인 "나의 말을 들어주오(Signore, ascolta)!", 테너인 "울지 마라, 류(Non piangere, Liu)", 소프라노인 "옛날 이 황궁에서(In quest regina)", 소프라노인 "처음 흘려보는 눈물(Del primo pianto)" 같은 부분은 녹음한 음악을 재생하거나 무명 성악가를 쓴다면 느낌이나 감동이 전혀 달라질 것이다. 예산을 아껴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출연자 수를 줄인다면 작품의 질이 떨어진다는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땅 파서 장사할 수 없듯이 문화예술 경영에서 생산성을 높이는 문제가 중요하지 않다는 뜻이 아니라, 작품의 품질을 생각하면서 생산성을 정도껏 추구해야 한다는 말이다. 문화예술은 '가치재(價値財, merit goods)' 의 성격을 지니고 있어 시장 가격이 형성되지 않을 경우에는 일반적인 시장재(market goods)에 비해 그 가치를 평가하기 어렵다. 문화예술기관의 경쟁력은 생산성을 지향하는 데서만 찾아서는 안 되고 생산성과 서비스 품질을 동시에 추구할 때 높아진다. 따라서 문화예술기관에서는 서비스 생산성을 높이려고 노력하되 작품에서 느끼는 관람객의 감동을 저해하지 않는 수준에서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아이디어를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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