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에서 배우는 경영 통찰력<시리즈 48>...인스타그램 광고의 교훈

▲ 김병희 교수

[초이스경제 외부기고=김병희 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한국PR학회 제15대 회장] 사회 관계망 서비스(SNS: Social Network Service)를 활용하는 것이 밥 먹는 일처럼 일상이 되었다. 사람들은 소셜미디어를 활용해 즐겁고 행복한 일상을 보여주며 자랑하는 일이 많다. 기업의 신입사원에서 임직원에 이르기까지 모두 소셜 미디어를 이용한다. 그럴수록 경영자 입장에서는 언행 하나하나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자칫하면 녹음되고 촬영되어 언제 독화살로 돌아올지 모르기 때문. 회사의 여건이나 처한 환경을 이해하지 못하고 직원의 지인들이 소셜미디어에 올린 다른 회사의 행복한 분위기만 부러워하는 직원들도 많아, 자신이 일하고 있는 직장에 대한 만족도가 낮아질 가능성도 있다.

사회 관계망 서비스는 지인들과 소식을 주고받고 필요한 생활정보를 교환하는 동시에, 시공간을 초월해 숱한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어 장점이 많다. 여러 학자들은 사람들의 노출증과 관음증이 SNS의 확산과 성공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진단하고 있다. 우리는 사회 관계망 서비스를 이용해 실시간으로 정보를 공유하며 사람들과 관계를 맺지만, 어디까지나 거기는 보여주고 싶은 것만 ‘드러나는’ 사이버 공간이다. 이를 망각한 채 드러나는 메시지에 지나치게 몰입해 남들은 다 좋은 여건에서 행복하게 살아가는데 자신만 불행하다며 비교하기 시작하면 우울해지기 십상이다.

▲ 인스타그램의 텔레비전 광고 '비디오 품질' 편(2013) /사진=김병희 교수

인스타그램(Instagram)의 텔레비전 광고 ‘비디오 품질’ 편(2013)에서는 자동 조절되는 비디오 프로그램의 품질을 강조했다. 페이스북에 인수된 후에 집행한 광고다. 사진과 동영상을 자유자재로 올린다는 특성을 보여주려고 광고에서는 영상을 올리는 장면이 계속 이어진다. 카피도 없다. 수족관을 바라보는 광경, 바다에서 파도 타는 경험, 기울어진 도로표지판의 각도에 맞게 젊은이들이 몸을 기울이며 장난치는 모습, 파이프를 물고 모자를 쓴 애견의 귀여운 표정, 소파에 서있는 아이의 앙증맞은 인상, 해변 가를 거니는 맨발의 생동감, 자동차를 타고 드라이브 하는 순간, 놀이공원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즐기는 추억, 연인끼리 키스하는 장면이 계속 이어진다. 마지막에 가서 “인스타그램에 동영상 올리기(introducing video on Instagram)”라는 자막이 뜨면서 광고가 끝난다.

“세상의 모든 순간을 포착하고 공유한다.”

인스타그램의 첫 슬로건이다. 시간이 갈수록 그 가치를 높여가고 있다. 지난 2010년 케빈 시스트롬과 마이크 크리거가 개발한 인스타그램은 2013년의 ‘비디오 품질’ 광고의 효과를 바탕으로 2018년 현재 사용자가 8억 명에 이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카카오톡이나 페이스북도 낡았다며 인스타그램으로 갈아타는 젊은이들도 급증하고 있다. 인스턴트 카메라(Instant camera)와 텔레그램(Telegram)의 합성어로 출발해 사진과 동영상을 공유하는 3세대 소셜네트워크서비스로 확고하게 자리 잡은 인스타그램은 2011년 1월에 해시태그(hashtag)를 추가해 사용자들이 사진이나 친구를 손쉽게 찾을 수 있도록 했다. 2012년 4월에 페이스북(Facebook)에 10억 달러에 인수되었지만 그 후에도 계속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현대인들은 SNS에서 사람들과 소통하고 서로의 일상을 공유하며 살아가고 있다. 누가 궁금해 하지도 않았는데, 어디에서 뭘 보고 뭘 먹고 뭐하고 놀았는지 세세하게 알려준다. 순간순간 인증 샷도 남겨야 한다. 인증 샷이란 말은 2011년 이후 해마다 100만 번 이상 언급되는 단어가 되었다. 놀러가서도, 음식을 먹어도, 어디에 머물고 있어도, 쇼핑하러 가서도 자신이 뭐를 했다는 인증 기록을 남기고 있으니 모름지기 ‘인증사회’라 할 수 있다. 자신의 존재를 타인에게 알리려는 인정투쟁(認定鬪爭)이 눈물겨울 정도다. 독일의 철학자 헤겔(Hegel, 1770-1831)은 타인에게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가 인간의 행동을 결정적으로 지배한다는 인정투쟁 이론을 제시하면서, 국가 간의 전쟁을 비롯한 인류의 역사는 인정투쟁의 역사나 다름없다고 했었다.

인기를 끌었던 게시물 ‘SNS 백태’의 내용은 이렇다. “미니홈피: 내가 이렇게 감수성이 많다. 페이스북: 내가 이렇게 잘 살고 있다. 블로그: 내가 이렇게 전문적이다. 인스타그램: 내가 이렇게 잘 먹고 다닌다. 카카오스토리: 내자랑+애자랑+개자랑. 텀블러: 내가 이렇게 덕후(오타쿠)다.” 소셜 미디어에 등장하는 글이나 사진에는 거의 모두 행복한 순간들만 등장한다. 누구랑 말다툼하는 장면이나 부부싸움을 했다는 소식을 올리는 경우는 없다. 언제나 기쁘고 행복하기만 한 인생은 없을 텐데, 어떤 분들은 남의 게시물만 바라보며 자신만 빼고 다들 행복하게 산다며 우울해지는 ‘카페인 우울증’을 앓기도 한다.

카페인 우울증이란 카카오스토리(카카오톡),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의 앞 글자를 따서 만든 신조어로, 타인의 글이나 사진을 습관적으로 들여다보면서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고 우울함을 느끼는 증상이다. SNS에 게시된 타인의 행복한 일상을 부러워한 나머지 상대적 박탈감과 열등감을 갖는 것이다. SNS에 접속하지 않으면 불안해하거나, SNS에 올린 자신의 글에 댓글이니 ‘좋아요’가 없으면 초조해진다거나, 시간만 나면 다른 사람의 글이나 사진을 들여다보려 한다면 모두 소셜 미디어에 중독되었을 확률이 높다. 의학적인 측면에서 SNS 중독은 관계 중독에 해당된다고 한다. 사람들과 관계를 맺지 않으면 불안함을 느껴 관계에 집착하는 경우인데, 정도가 심해지면 카페인 우울증을 앓을 가능성이 높다.

정신병리학 분야에서 카페인 우울증을 아직은 정신병으로 명명하지는 않았지만, 전문가들은 소셜 미디어를 지나치게 많이 활용하면 우울감이 높아진다는 데는 동의하고 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타인의 행복한 사생활을 들여다보면서 자신의 불행을 확신하는 것도 정신적 병리 현상이라는 뜻이다. 건강 전문 작가 아만다 맥밀란(Amanda MacMillan)은 14세에서 24세까지의 1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정신 건강에 가장 해로운 소셜미디어는 인스타그램이라는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Time지, 2017. 5. 25). 자기표현에 대한 불안감, 우울감, 포모(FOMO, Fear Of Missing Out) 같은 감정이 우려할만한 수준으로 나타났다는 것. 소셜미디어 공간에서 느끼는 소외감과 관계 단절을 두려워하는 포모(FOMO) 감정은 다른 사람으로부터 잊혀질 수 있다는 데에 대한 공포라고 해석할 수 있으니, 특히 경계할 필요가 있겠다.

“세상을 더 가깝게 만들기(bring the world closer together)”라는 페이스북의 미션은 세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크게 미쳤지만, 뜻밖에도 병리 현상도 야기하고 있는 셈이다. 사실 SNS에 등장하는 사람들의 행복한 모습은 일상의 단편에 불과하다. 어떤 경우에는 사실이 아니면서도 좋게 보이는 쪽으로 왜곡시켜 올리기도 한다. 그런데도 상대방의 단편적인 면모를 확대 해석해 자신의 인생에 빗대어 비교하는 것은 어리석은 태도다. 그렇게 비교하면 할수록 부지불식간에 자기 삶의 만족도만 낮아질 뿐이다.

기업의 경영자들은 직원들을 대상으로 카페인 우울증에 관한 교육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전문가들은 카페인 우울증에서 벗어나는 간단한 팁을 이렇게 제시한다. 인맥 늘리기에 집착하지 말고, 답장 적다고 서운해 하지 말고, 악플러가 있다면 혼자 끙끙대지 말고 과감히 차단하고, 카페인(SNS)의 접촉 량을 줄이고, 다양한 오프라인 모임에 참여하고, 타인의 삶을 너무 부러워하지 말라는 것이다. 여섯 가지의 팁은 남과 비교하면서 애면글면 흔들리기 쉬운 우리네 일상생활에서도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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