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시장이 고요하다 해서 위기 넘긴 것으로 착각하면 안돼"

[초이스경제 최미림 기자] 시장이 고요하다고 해서 위기를 넘긴 것으로 착각하면 안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14일 골든브릿지 투자증권 법인영업본부 안장현 마켓 애널리스트 등이 작성한 ‘골든 매크로 앤 파이낸셜 데일리’에 따르면 이날 월스트리트저널의 금융시장 진단이 눈길을 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투자자들은 과거로부터 현재 우리가 사이클 내 어디에 위치하고 있는지를 찾아봐야 할 때가 됐다”면서 “과연 혼란이 끝났나? 하는 의문을 던질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현재의 상황만 놓고 보면 지난 2월의 가파른 증시 폭락은 사라졌다. S&P500 지수는 1월의 고점 대비 3% 하회할 뿐이고 올 한 해 전체로는 여전히 4% 상승해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미 국채 수익률 상승은 멈췄고 회사채 스프레드는 여전히 타이트하다.

하지만 현재 나타나고 있는 고요함에 안도하면 안된다. 3월의 경제 상황은 1월 대비 다소 뒤죽박죽이다. PMI(구매관리자지수) 등 일부 서베이 지표들은 성장이 고점을 찍었을 수 있고 인플레이션이 상승할 수 있음을 제시하고 있다.

물론, 지난 주 발표된 미국의 2월 비농업부문 일자리 지표는 경제가 지속해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럼에도 미 연준은 부양책을 축소시키고 있지 않고 있다. 그리고 증시에 축적돼 있는 많은 투자자금보다 미 연준의 자산매입이 시장에 큰 충격을 미친다고 생각하는 투자자들에게 있어 향후 시장 전망은 우려스럽기만 하다.

증시 변동성 상품들이 붕괴돼 시장에 미친 영향이 크지는 않지만 안도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금융 측면의 문제점으로 직접적인 충격을 받지 않는 다른 지역의 투자자들은 이 같은 이벤트를 별 것 아닌 것으로 여기고 있다.

그렇다면 오늘날의 상황은 과거 어느 시점과 비교해볼 수 있나? 현재 우리가 사이클의 어디 지점에 위치해 있는지 살펴보는 추측들이 난무하고 있고 과거 어느 시점과 비교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견들이 다양하게 나오고 있다.

오늘날의 상황이 지난 1994년 증시 폭등 전 채권시장이 충격을 받은 시기와 유사한가? 아니면 1998년 러시아의 디폴트가 재빨리 시장을 패닉에 빠지도록 만든 시기와 비슷한가? 아니면 2007년 금융위기 직전과 유사한가?

하지만 시장에서는 잘 비교하지 않는 2005년, 신용 상관관계가 깨진 상황(credit correlation blowup)과 비교해볼 필요가 있다. 당시 시장은 포드와 GM이 “정크” 등급으로 하향 조정된 이후 신용 파생상품 시장에 대한 투자를 혼란스럽게 만든 뒤 크게 흔들렸다. 당시 두 기업에 대한 신용 하향 조정 이후 즉각적으로 전체 시장에 큰 충격을 미치지는 않았다. 2005년 하반기 회사채 시장은 다시 회복됐다. 그리고 2년 뒤 금융위기를 촉발시킨 주택시장과는 상관없었다.

하지만 경제여건에 의존하는 투자 전략들이 예상치 못하게 급변할 수 있다는 사이클 내 초기 신호였음은 분명했다. 2005년 당시, 투자자들은 변동성이 계속해서 확대되지 않을 것이라는 데 베팅하지 않고 복잡한 파생상품 거래를 통해 회사채들의 가격이 동일한 움직임을 보일 것이라는 데 베팅했었다.

그러나 포드와 GM의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됐을 때, 이 같은 베팅은 크게 잘못됐음을 확인시켜주었다. 자동차 제조업체들의 채권들은 큰 충격을 입은 반면 나머지 시장들은 충격을 받지 않았음이 확인된 것이다.

올해 변동성이 잠잠할 것이라는 데 베팅한 투자자들에게 2005년의 상황이 동일하게 적용되고 있다. 하지만 타이트한 회사채 스프레드, 그리고 여전히 높은 증시 밸류에이션 수준은 전세계가 아직 변하지 않았다는 믿음을 제시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누군가는 올 한해에 보다 안도하는 시각을 가질 수 있고 글로벌 경제 성장이 아직 완전히 승리를 따내지 않았다고 생각할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투자자들은 이번에 발생한 혼란들을 심각하게 여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시장은 변하고 있다”면서 “현재 안도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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