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에서 배우는 경영 통찰력<시리즈 50>...저녁이 있는 직장 만들기

▲ 김병희 교수

[초이스경제 외부기고=김병희 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한국PR학회 제15대 회장] 많은 기업이나 단체에서 업무 혁신의 바람이 불고 있다. 민간 기업에서 시작된 이 바람은 정부 부처와 공기업에 이르기까지 거세게 불고 있다. 스마트워크(Smart Work)란 이름의 그 바람은 시간과 장소에 얽매이지 않고 언제 어디서나 자유롭게 일할 수 있는 체제를 의미한다. 미래지향적인 업무 환경이므로 과거의 하드워크(Hard Work)와 대비된다. “언제 어디서나 잊지 못할 거야!” 같은 첫사랑의 이별 멘트처럼, 마음만 있다면 “언제 어디서나(Anytime and Anywhere)” 일할 수 있다는 것이 스마트워크의 핵심 개념이다.

스마트워크에는 집에서 업무를 보는 재택근무, 쌍방향 휴대 기기를 활용해 외부에서 일하는 모바일 오피스, 그리고 집이나 업무 현장과 가까운 곳에 위치한 스마트일터에서 일하는 세 가지 업무 형태가 있다. 지식정보 사회는 스마트워크가 완벽히 구현되는 순간에 비로소 완성된다. 스마트워크의 가치를 추구하다 보면 사람이 일하는 게 아니라 사람과 일이 같이 움직인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며, 단순한 직장이 아닌 직업적 자부심까지 추구하게 된다. 두 편의 광고에서 스마트워크의 면모를 느껴보자.

▲ 마이크로소프트 옥외광고 '오피스 365' 편 (2013) /사진=김병희 교수

마이크로소프트(MS)의 옥외광고 ‘오피스 365’ 편(2013)은 ‘어디서나 일한다(Work from Anywhere)’는 통합적 마케팅 캠페인의 일부로 진행되었다. 건물 앞 의자에는 한 여성이 앉아 열심히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있다. 의자 등받이에는 “여기 앉아있는 동안 무료 와이파이를 즐기세요(While sitting here (and enjoying the free Wi-Fi)”라는 카피가 인쇄되어 있다. 이 두 가지가 광고에서 말하고자 하는 내용의 전부다.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다.

마이크로소프트에서 태블릿과 모바일을 위한 오피스 365(Office 365) 데모 버전을 발표한 직후에 설치한 옥외광고다. 유엠런던(UM London)에서 기획한 이 광고에서는 눈과 물체와의 상대적 차이인 시차(parallax, 視差)를 사용자들이 어디서든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사용자에게 동일물을 다른 장소에서 보면 다른 위치나 형태로 보이는 시차를 체험하도록 함으로써, 사람들이 오피스 365만 갖추면 언제 어디서나 자유롭게 일할 수 있다는 매력적인 혜택을 가시적으로 보여주었다.

▲ 호주국방군 모바일 광고 '언제 어디서나' 편 (2012) /사진=김병희 교수

호주국방군(Australian Defence Force)의 모바일 광고 ‘언제 어디서나’ 편(2012)은 피 끓는 청년들에게 호소하는 모병 광고이다. “언제 어디서나(Anytime. Anywhere.)”라는 헤드라인 아래 호주의 군대에서 하는 일들을 하나하나 소개하고 있다. 언제 어디서나 군인이 할 수 있는 특별한 역할과 보람을 강조한 점이 이채롭다. 광고회사 GPY&R시드니에서 주관한 이 광고는 직접 마케팅 활동의 일환으로 전개되었다. 호주국방군의 이 광고가 나온 다음, 여러 나라의 국방부에서 기존의 전통적 스타일의 모병광고를 대체했을 정도로 이 광고가 주목을 끌었다.

스마트워크의 핵심 개념은 혁신 의식이다. 기업이나 공공 기관에서 마이크로소프트나 구글(Google)의 기업문화를 벤치마킹하려 하지만, 말로만 혁신을 외치고 실제로는 의식을 바꾸지 않기 때문에 쉽지 않다. 모든 혁신에는 수용자와 저항자가 있게 마련이고, 변화를 시도할 때마다 갑자기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내는 괴물처럼 변화를 가로막는 ‘변화 괴물’도 있다. 인류학자 에버렛 로저스(Everett Rogers)는 '혁신의 확산(The Diffusion of Innovation)'(1962)에서 혁신의 수용 곡선을 제시했다. 확산이란 구성원들에게 시간의 흐름에 따라 일정한 경로를 통해 전달되는 혁신의 과정이다. 혁신, 소통경로, 사회체계, 시간이라는 4가지 요인이 혁신의 확산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 혁신이 필요한데도 조직 전체에 걸쳐 대규모의 혁신을 수행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혁신의 발목을 잡는 갖가지 조직적 타성(惰性)이 있기 때문이다.

업무 혁신을 이룩하기 위해 ICT 기술을 바탕으로 효율적이고 스마트한 업무 환경을 조성하거나 원격 근무를 위한 인프라를 구축하는 작업도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 재택근무, 모바일 오피스, 스마트일터를 구현하려면 사무실 밖에서 이용가능한 모바일 기기를 설치하고 원래의 근무지와 원활히 소통할 수 있는 영상회의 시스템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이 업무의 군살을 빼서 집중적으로 일하고 쉴 때 쉬는 문화를 정착시키겠다는 인식의 전환이다. 우리나라의 연간 1인당 노동 시간은 2069시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35개 회원국 중에 2위지만, 1인당 노동 생산성은 28위(시간 당 31.8달러)로 최하위권이다.

일하는 시간은 많지만 노동 생산성이 최하위라면 쓸데없는 일을 그만큼 많이 한다는 뜻이다. 일반기업이든 공공기관이든 학교든 여러 일터에서는 본질적으로 해야 할 중요한 일이 버거울 정도로 바빠 죽겠는데, 구두 보고로도 충분할 것을 관행적으로 보고용 서류를 만드느라 쓸데없이 시간을 쓰는 경우가 너무도 많다. 쓸데없는 일은 하지 말고 ‘꼭 필요한 일’을 스마트하게 하자는 업무 혁신이 필요한 이유이다. 일과 가정의 균형(워라밸, Work-Life-Balance), 낡은 업무 관행의 제거, 업무 프로세스 개선, 협업과 소통 문화의 확산은 이제 시대적 해결 과제가 되었다.

보고용 서류 줄이기, 회의 시간 줄이기, 대면보고 최소화, 시차 출퇴근제, 근무시간 선택제, 집약근무제, 유연근무제, 초과근무 금지, 야근 없애기, 남성 육아휴직제, 월1회 연가 사용, 주어진 휴가 쓰기 같은 사안들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할 때다. 동시에 일하는 동안에는 사적인 용무 등 업무 집중도를 떨어뜨리는 행위를 지양하고 오로지 업무에만 몰입하도록 하는 ‘집중근무시간제’ 같은 제도도 운영해볼 필요가 있다.

일할 때는 집중하고 쉴 때는 확실하게 쉬어주어야 한다. 우리 몸과 마음이 느끼는 진실이자 스마트워크의 지향점이다. 일터의 직장인들이 “저녁이 있는 삶”과 주말이 있는 삶을 누렸을 때 일과 가정의 균형 감각을 회복할 터인데, 이는 결국 노동 생산성을 높이는 활력으로 작용할 것이다. 조직문화를 바꾸는 과정은 정원은 가꾸는 일과 같다. 경영자부터 먼저 솔선수범해서 수시로 잡초를 솎아내고 꾸준히 물을 줘야 일터에 스마트워크가 깊이 뿌리박을 수 있다. 기업이나 단체의 경영자부터 정원 가꾸기에 앞장서야 하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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