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란한 건대부근에 공연문화 접목하면 몽마르뜨 버금가는 거리될 것

 
프랑스 파리의 몽마르트 언덕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예술의 거리다. 그리고 몽마르트처럼 예술가와 각종 문화시설들로 가득한 장소는 그 자체만으로도 명소가 될 가능성이 존재한다. 예술가들에게는 영감을, 시민들에게는 삶의 위안과 위로가 되어주는 거리, 바로 그 거리에 사람들이 모여들고, 비로소 하나의 문화가 시작된다.
 
필자에게도 몽마르트 언덕 처럼 가장 관심 있게, 그리고 애정 깊게 여기는 주무대가 있다. 바로 서울 광진구 화양동과 자양동 부근이다. 건국대학교 근처가 되겠다.
 
예전에는 건대 부근하면 그저 그런 평범한 동네에 불과했다. 크게 번화할 것도 없는 소박한 거리였다. 하지만 요즘의 건대 부근은 예전의 그 수수한 거리가 아니다. 저녁 시간만 되면 건대입구 맛의거리와 로데오거리엔 젊은 청춘들로 넘쳐난다. 이제 건대 부근은 하루 유동인구 15만명의 핵심 상권으로 급부상했다. 하지만 먹거리는 있으나 홍대 주변처럼 공연문화와 즐길 수 있는 문화가 없다는 점이 늘 아쉬운 대목으로 지적돼 왔다.
 
지금은 한강시민공원 뚝섬지구부터 군자역까지, 현재 행정구역상의 광진구 능동로가 걷고 싶은 거리로 개발되었으나 7~8년 전만 해도 이 일대는 그저 별볼일 없는 거리였다.
 
하지만 당시에도 필자의 눈엔 이 일대 만큼 문화적 인프라가 풍부한 곳도 없겠구나 하는 확신이 들었다. 8년전 어느날 저녁 건대 주변을 걸으면서 문득 광진문화예술회관 나루아트센터와 건국대 새천년관 대공연장, 세종대 대양홀, 어린이대공원 돔아트홀로 이어지는 이 벨트야말로 대형공연장이 운집한 서울의 유일한 거리가 아닌가하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남쪽으로는 한강시민공원 뚝섬지구에 잇닿아 있고, 드넓은 어린이대공원까지 위치해 있어 다양한 문화예술의 씨앗들이 발현될 수 있는 좋은 토대를 갖추고 있는 곳이 바로 이 지역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필자는 나만의 자기확신을 실현하기 위해 기어코 일을 저질렀다. 건대부근을 먹거리만 풍부한 지역이 아닌 문화가 살아숨쉬는 거리로 만들기 위한 나름의 작업에 들어갔다. 지난 2012년 여름부터 늦가을까지, 광진구 능동로 분수광장 한 켠에서 매주 주말 저녁마다 작은 페스티벌을 시작했다. 이름하여 ‘광진아트브릿지’란 페스티벌이 그것으로 시민과 함께 만들어가는 문화의 작은 징검다리라도 되어보겠다는 사소한 욕망을 담아 보았다. 자유롭고 편한 분위기의 버스킹 밴드부터, 팝, 힙합, 탱고, 재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의 현장에서 활동하는 젊은 아티스트들을 초청하여 과감하게 행사를 이어갔다.
 
한여름의 태양이 사위어가는 늦저녁 어디선가 기타의 선율이 울려 퍼진다. 거기에 젬베의 담백하고도 현란한 리듬이 얹어지고, 나긋하면서도 싱그러운 목소리가 어우러지는 저녁. 과연 사람들이 얼마나 모일지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었던 그 자리가, 어느덧 오가는 사람들의 발길을 멈추게 하는 명소가 되었다.
 
처음 시작할 땐 지역문화를 위한 초석이 되리라는 거창한 기대까지는 하지 않았다. 하지만 주말 시민들이 저녁 산책을 하는 한가한 시간에, 옹기종기 보조방석을 깔고 앉아, 준비해온 음료를 마시며 젊은 영혼의 뜨거운 열기들과 고스란히 마주하는 풍경은 가히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필자 역시 그 누구 못지않은 큰 목소리로 환호하며 그 뜨거운 여름밤을 상쾌하게 해준 그 풍경 안에 머물기를 거듭했다. 지난 수십 년간 많은 공연을 관람했지만, 시민에게 한 발짝 더 다가선 이 야외무대가 그렇게 싱그럽고 매력적일 수 없었다.
 
광진아트브릿지를 찾았던 어느 지역 주민이 왜 이런 축제를 공짜로 개최하느냐고 물어왔다. 아티스트 섭외부터 무대와 음향, 조명 세팅, 행사 진행까지 모두 직원들과 함께 손수 챙기면서 어느 외부단체나 기업으로부터도 지원금을 받은 적이 없다. 다행히 사업의 공익성을 높게 평가해준 구청과 해당 동주민자치센터에서 행정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때로는 후원금보다도 그런 마음 씀씀이가 더 고마웠다.
 
물론 한 회사의 대표라는 직함을 가진 필자는 직원들에게 안정된 직장을 제공해야 할 의무가 있다. 하지만 필자는 지금껏 단 한 번도 직원들의 월급과 보너스를 제 때 지급하지 못한 적이 없다. 운이 따라서인지 남에게 손 벌리지 않고도 이제까지 잘 지내왔다. 재정자립을 이루어가며 문화예술의 가치를 실현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필자가 문화사업을 십수년째 이어오면서 지켜온 가장 확고부동한 경영마인드다.
 
하지만 요즘들어선 자꾸 딴 생각이 들기도 한다. 회사의 수익을 창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가 딛고 서 있는 이 땅, 이 지역의 문화적 가치를 어떻게 하면 높여갈 수 있을까하는 생각에 빠져들 때가 많다. 이는 또한 문화예술분야에 종사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반드시 지녀야 하는 마인드가 아닐까하는 생각도 해 본다. 좌충우돌, 필자의 신념과 아이디어 때문에 직원들이 주말마다 야외무대를 지키며 고생하는 것이 마음에 걸리기도 하지만, 올해에도 날이 따뜻해지는 5월이면 주말마다 문화나눔의 축제가 어김없이 이어질 것이다. 능동로가 서울을 대표하는 몽마르트가 되는 그날까지 이같은 행사는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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