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에도 파산 넘겨...이번엔 기업 신용도 하락, 현금마저 달려

▲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 사진=AP, 뉴시스.

[초이스경제 이영란 기자] '실패는 옵션'. 전기차업체 테슬라의 CEO 일론 머스크의 평소 지론이다. ‘실패하고 있지 않다면 혁신하지 않고 있다’고 머스크는 강조한다.

머스크는 최근 자신의 경영철학을 곱씹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자율주행 전기차인 모델X의 운전자 사망 사고로 주가 폭락과 기업 신용등급 하락 등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모델S는 지난 29일(현지시간) 볼트 문제로 12만3000대 리콜을 결정했다.

일부에서는 4개월 안에 문 닫을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머스크가 2008년 파산 고비를 넘긴 지 10년 만에 또 다시 최대 위기에 직면한 셈이다.

31일 관련업계와 CNBC, 월스트리트저널 등 외신에 따르면 전기차인 모델X의 사고 이후 테슬라 주가는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신용평가사 무디스도 테슬라 신용등급을 B2에서 B3로 한 단계 낮췄다. 무디스는 테슬라가 작년 말 현재 34억달러의 자금을 보유하고 있지만 올해 20억달러의 신규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내다봤다.

테슬라의 현금흐름은 좋지 못한 상황이다. 주당 5000대 생산 목표를 지난해 말에서 올해 3월로 연기했고, 또 다시 6월 말로 석 달이나 뒤로 미뤘다. 일부 전문가들이 테슬라의 파산을 우려하는 이유다.

머스크는 맨손으로 스타트업을 시작해 4차산업혁명의 아이콘으로까지 부상한 인물이다. 페이팔의 전신인 온라인 결제 서비스 회사 ‘x.com’의 성공으로 억만장자가 됐다.

‘재산을 모두 잃을 각오로 도전한다’는 그는 실제로 빈털터리가 될 뻔 했다. 2003년 테슬라를 창업해 2008년 상반기까지 실적을 제대로 내지 못했을 때가 최악이었다. 첫 번째 전기자동차인 로드스타는 ‘사상 최대의 실패작’으로 꼽혔다.

2012년에는 모델S 개발에 참여했던 중역들이 떠나면서 주가가 폭락하는 어려움을 겪었고 2015년에는 자신이 창업한 스페이스X의 로켓이 폭발하기도 했다.

머스크는 이후 전기차 모델S를 성공시키면서 부활했다. 자동차 기업들이 자율주행차 생산에 속속 뛰어들면서 머스크는 더욱 주목받기 시작했다. 화성이주사업, 솔라시티 사업 등으로 4사산업혁명을 이끈다는 찬사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의 위기는 그동안의 위기와는 비교가 어려울 정도다. 테슬라의 기업 규모가 커져서 그만큼 감당하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머스크는 올해 초 매출, 시가총액 등 목표를 달성하면 파격적인 스톡옵션, 실패하면 ‘제로(0) 보상’이라는 보상체계에 사인해서 또 다시 화제가 됐다. 현재로서는 머스크가 스톡옵션을 받기는커녕 회사의 존립을 걱정해야 할 지경이 됐다.

머스크는 이런 상황에서도 자신이 소유한 로켓 회사인 스페이스X의 위성 광대역 인터넷 서비스 계획을 밝히는 등 전혀 기죽지 않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번에도 위기를 극복하고 "실패를 통해 혁신했다"고 머스크는 말할 수 있을까. 머스크가 자율주행차 시장에서 차지하고 있는 의미만큼 그의 행보가 주목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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