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와 미국 정부의 변덕...협상 타결 믿어도 되나

▲ 지난 30일에 열린 '제10차 FTA 이행 및 활용 유관기관 협의회'. /사진=뉴시스

[초이스경제 최원석 경제 칼럼] 어쩐지 이상하다 했다.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추가 협상이 전격 타결됐다고 했을 때 어째 너무 쉽게 간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쉬운 문제가 아니었는데도 한국 대표단은 개선장군처럼 전격 타결 소식을 알렸다. 트럼프도 호쾌한 반응을 보였다. 금명간 최종 서명을 할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사람들은 갸우뚱했다. 그게 그렇게 양쪽이 만족할 만한 협상 대상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처음엔 트럼프도 실리를 챙기고 한국도 실리를 챙기는 선에서 선방했구나 했다. 한국은 철강수출을 줄이고 자동차 부문을 양보하는 선에서 타결을 지었구나 했다. 미국 측은 한국의 철강 수출이 줄어든 데다 자동차 부문에서 많은 것을 얻었다며 홍보하는구나 했다.

그러나 말이 앞서기로 유명한 트럼프 정부가 비밀을 오래 감추지 않았다. “한국이 환율을 함부로 건드리지 못하게 하는 성과도 올렸다”고 했다. 한국의 치명적인 아킬레스건을 잡았음을 공표했다. 한국 협상단과 한국 정부는 “환율 문제는 FTA 추가 협상 이슈와는 별개”라고 반박했지만 미국정부의 설명은 달랐다.

하지만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지난 29일(미국시각) 트럼프 대통령이 느닷없이 “한국과 체결한 무역 협정 개정안을 북한과의 핵무기 대치가 해결될 때까지 연기시킬 수 있다”는 돌출 발언을 내놓으면서 한국과 트럼프 참모들을 아주 당혹스럽게 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목요일(미국시각 29일) 트럼프 대통령은 리치필드 연설에서 “북한과의 협상이 체결될 때까지 FTA 협상 서명을 연기시킬 수 있다”며 “그 이유를 아나? 왜냐하면 매우 강력한 카드이고, 나는 모두가 공평하게 대우받기를 원하며 우리는 북한과 매우 좋은 관계로 나아가고 있기 때문이다”고 역설했다.

이에 대해 블룸버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리더인 김정은 위원장과 회담 진행을 계획하면서 새로운 협상이 체결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핵무기 야망을 접도록 만들기 위한 협상에 있어 한국 정부의 지원이 필요할 것이다”고 분석했다.

트럼프가 한국과의 무역 협상 연기를 발표한 것은 한국 정부는 물론 백악관 관료들에게도 서프라이즈로 다가왔다. 백악관 대변인은 협상을 연기한 트럼프 대통령의 목적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즉각 답하지 못했다. 미 무역대표부 관료 또한 즉답을 피했다. 워싱턴에 위치한 한국 대사 또한 즉답을 피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그러자 한국에선 별의별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트럼프가 남-북 정상회담에서 남한이 제대로된 대응을 하도록 하기 위한 카드로 FTA 서명을 늦춘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남-북이 “그들만의 질주”를 못하도록 FTA 카드를 움켜 지고 있다면 그건 정말 큰일이다. 경제와 정치를 연계시키는 건 바람직하지 못한 행태이기 때문이다.

트럼프 측의 잦은 변덕, 미국과 한국의 협상 결과에 대한 서로 다른 발표, 이 모든 것들이 한국 국민들을 어리둥절케 하고 있다. 한쪽에선 한미FTA 이면합의설까지 유포되고 있다. 시장은 답답해한다. 자동차 회사, 철강 회사 등 한국의 기업들도 좌불안석이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소상히 협상의 진실을 밝혀야 할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저작권자 © 초이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