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에는 외침과 같은 국난의 시기가 되면 국왕과 왕세자가 따로 떨어져 두 개의 조정을 운영하는 ‘분조(分朝)’ 시스템을 갖고 있었다.

 
임진왜란 때 선조와 광해군이 두 곳에서 조정을 이끌어 한 쪽에 만약의 경우가 생기는 경우를 대비했고 병자호란 때도 소현세자는 부왕에 앞서 한양을 떠나 강화도에 들어갔었다.
 
▲ 지난 4월 미국 캘리포니아 한화솔라아메리카 연구소 개관식에 참석한 김동관 한화솔라원 기획실장의 모습. /사진=뉴시스
이 뿐만 아니라 평상시에도 세자들에게 각종 상소문의 검토를 맡기면서 차기에 대한 본격적 대비에 착수했다. 성군 세종대왕의 말기가 실질적으로는 세자였던 문종의 통치기간으로 평가되고 있다.
 
한화그룹이 지난 2010년부터 이와 같은 분조의 시스템을 운영해 온 것이 김승연 회장 구속으로 초래된 비상 국면에 큰 힘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화그룹은 20일 기자간담회에서 “김승연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한화솔라원 기획실장(29)이 그룹 회의에 배석, 주요 사안을 직접 챙기고 있다”고 밝혔다. 오너의 경영권 행사에 흔들림이 없음을 밝힌 것이다.
 
김동관 실장은 하버드대 정치학과를 졸업한 뒤 귀국해 공군장교로 3년4개월의 군 복무를 마치고 지난 2010년 1월 한화그룹에 입사했다. 이때부터 그는 회장실로 올라오는 각종 보고서를 김승연 회장에 앞서 파악하면서 경영 공부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0년 서울에서 열린 G20 정상회담 때 부친을 수행하는 모습이 언론에 포착되기도 했다. 
 
한화그룹은 비록 비상경영체제이지만 김 실장이 그동안의 경험을 통해 그룹 전반에 걸친 이해를 축적했기 때문에 경영권의 행사는 흔들림이 없다고 자신하는 것이다.
 
그룹 내부에서는 수년전 엄청난 물의로 부친과 회사를 곤란에 빠뜨렸던 김 회장의 차남과는 크게 다르다고 평가하고 있다.
 
한화 그룹의 위기 상황이 오히려 탄탄한 차세대 준비로 전환될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저작권자 © 초이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