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 저널 "기업가치 이외에 미국 제재조치 등 변수 고려해야"

[초이스경제 이영란 기자] 최근 러시아 증시가 출렁거리면서 밸류에이션도 크게 낮아졌다. 하지만 글로벌 전문가들은 ‘러시아 주식을 매수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무작정 싸다고 투자에 나섰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다고 지적한다.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지만 특히 러시아의 경우 기업가치 이외의 변수가 수두룩하기 때문이다.

17일 골든브릿지 투자증권 법인영업본부 이동수 매크로 전략가, 안장현 마켓 애널리스트 등이 작성한 '골든 마켓 뉴스 데일리' 에 따르면 16일(미국시각) 나온 주요 외신 기사 중 월스트리트 저널이 전한 러시아 증시 진단이 눈길을 끈다.

자료에 의하면 러시아 증시는 어떠한 도구로 측정하든지 저평가돼 있다. 지난 주 대량매도 이전에도 P/E(주가수익비율), P/B(주가순자산비율), 배당수익률 등으로 따졌을 때 가장 저평가된 2개국 가운데 하나였다.

문제는 얼마나 싼가 하는 것이다. 러시아 시장은 장부가치를 밑돌고 있다. 지난 주 러시아 증시는 미래영업이익의 6배에서 거래됐다. 이는 미국의 약 16배와 비교된다.

러시아 증시의 저평가는 단순한 ‘가치투자’ 전략의 문제점을 제시해준다는 것이 월스트리트 저널의 지적이다. 마치 미국 백화점 주식들이 S&P500 대비 저렴하다는 이유에서 이들을 매수해야 하는 것과 같은 논리라는 것이다.

러시아 경제는 원유와 천연가스에 의존하는데 현재 유가와 천연가스 가격은 셰일가스 생산과 재생에너지가 제한하고 있다. 또한 최근 미국은 러시아에 제재조치를 가했고 러시아의 동맹국인 시리아를 공격했다.

일부 투자자들이 이 같은 상황이 가치를 대변한다고 생각한다. 지난 주 러시아 증시에 큰 비중을 두고 있는 외국의 주식 펀드들에는 자금이 유입됐다. 이는 역발상 투자자들이 매수에 열을 올리고 있음을 알 수 있는 사례다.

하지만 러시아 증시는 미국이 추가 제재조치를 고려 중이라는 뉴스가 보도되자 또 다시 하락했고, 미국이 시리아에서 러시아와 대치하게 된다면 더욱 더 하락할 수 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러시아 시장이 공정가치보다 저렴하다고 평가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가정이 필요하다고 전제한다. 첫째, 기업 경영진과 정부의 주머니로 흐르는 자금이 예상보다 작아야 하며 둘째, 최근 미국의 제재조치가 러시아 경제제재의 시작이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두 가지 모두 사실일 수 있지만 러시아 증시가 무조건 싸다고 생각하는 우(憂)를 범해서는 곤란하다는 것이 월스트리트 저널의 지적이다.

 

 

저작권자 © 초이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