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문제, 선거 이슈 못지 않게 서둘러 위기 가능성에 대처해야

[초이스경제 최원석 경제칼럼] 한국의 경제 상황이 다급해졌다. 미국의 국채시장이 심상치 않다. 국제 유가도 어디로 튈지 모른다. 반도체 시장도 예전만 못해졌다. 대한항공 오너 갑질 파장 확산을 비롯한 한국 재계의 악재도 사상 최악이다.

지난주 미국에서는 예기치 못했던 변수들이 쏟아졌다.

우선 미국 경제방송 CNBC의 유가 전망이 우리를 섬뜩하게 한다.

지난 18일(미국시각) CNBC는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위로 솟구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또 그 다음날에는 “국제 유가가 예기치 못한 수준으로 급등할 수 있고, 그 경우 경제는 또 다른 위기를 맞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유가 이상조짐에 트럼프 대통령도 지난 20일(미국시각) 트위터를 통해 “OPEC(석유수출국기구)이 인위적으로 유가를 끌어올리고 있다”면서 “이는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경고할 정도였다.

미국 시장전문지 마켓 워치도 CNBC와 비슷한 뉴스를 쏟아냈다. “유가를 비롯해 미국 여러 곳에서 물가 상승 움직임이 부각되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이는 미국 중앙은행인 연준으로 하여금 금리인상을 가속화하도록 부추길 수 있다고 했다.

이에 시장도 민감하게 움직였다. 지난주 마지막 거래일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다시 2.95%대로 솟구쳤다. 그러면서 지난 2월의 악몽을 떠올리게 했다. 두 달 전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2.9%를 넘어 3%로 향할 때 전세계 증시가 요동쳤었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었다. 게다가 지난 20일 한국증시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5000억원 가까운 주식을 투매한 것이 우리를 불안케 한다.

이미 한국과 미국은 금리역전이 이뤄진 상태다. 여기서 미국의 금리인상이 더 가속화될 경우 한국을 비롯한 신흥국들이 과연 견딜 수 있을지 의문이다. 돈이란 금리가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흐르는 성격이 있다. 지금도 미국보다 한국의 정책금리가 더 낮은데 미국의 시장금리가 요동치고 미국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더 가파르게 인상할 경우 한국 금융시장이 온전할 수 없다. 한국시장에서 외국인들이 이탈할 가능성이 커지고 부채로 살아가고 있는 한국의 국민들은 심각한 가계부채의 늪에서 더욱 곤궁해질 수 있다. 한국의 부실기업들도 마찬가지다.

▲ 유가 급등 등 한국 경제 위험요인 증가. /사진=뉴시스

또한 국제유가 급등 우려는 원유를 100% 수입하는 한국의 경제를 더욱 어렵게 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에게 나쁜 뉴스는 이게 다가 아니다. 반도체 경기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불거지고 있다. 지난주 세계 최대 반도체 위탁 생산업체 대만 TSMC의 실적 우려가 글로벌 반도체 시장을 긴장케 했다. 이 회사는 미국 대표 기술기업 애플에 부품을 공급한다. 그러나 TSMC는 애플 스마트폰 판매가 심상치 않을 것이라며 2분기 실적 전망을 낮췄다. 그러자 미국의 애플과 반도체 주가가 연일 곤두박질 쳤다.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는 이를 두고 “글로벌 경기 침체 신호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우리나라의 삼성전자도 애플에 많은 부품을 대고 있다.

한국은 반도체 강국이다. 단 하나 남은 세계 1등 상품이다. 그런데 이 시장마저 위험해지고 있다는 진단이 글로벌 한편에서 불거지고 있다.

게다가 한국의 재계도 사상 최악의 위기를 맞고 있다. 대한항공 오너 일가의 갑질 의혹 파장이 거세지면서 다른 재벌, 기업들의 갑질 의혹까지 대대적인 공격을 받고 있다. 삼성 노조 문제, 삼성증권 배당 파장 등 삼성을 둘러싼 동시다발적 악재와 함께 주요 재벌을 둘러싼 각종 악재의 출현은 재벌에 대한 국민 불신을 급속도로 키우고 있다.

거듭 말하지만 미국과 한국의 금리역전이 심화되면 한국 금융시장과 가계대출 시장은 일대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 국제 유가가 여기서 더 뛰면 한국의 서민 경제는 더욱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반도체마저 후퇴하면 한국 경제의 믿었던 한 구석마저 위태로워지게 된다. 한국 재계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마저 커지게 되면 글로벌 보호무역이 더욱 강화되는 상황에서 한국 기업들의 설 땅이 아예 없어질지 모른다.

더욱이 최근 급호전되고 있는 남북관계나 지방자지단체장 선거를 앞둔 정치논리 득세가 이런 경제 위기를 정책의 관심 밖으로 밀어내기라도 하면 그 또한 경계해야 할 대목이다.

남북관계 호전도 좋고, 지방자치단체장 선거 승리도 좋다. 그러나 지금 정책 당국이나 주요 경제 주체들은 다급하게 변하는 경제 문제에 좀 더 세밀하게 신경 써야 할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정치가 왜 존재하는가. 정부가 왜 존재하는가. 국민들을 보호하고 잘 살게 하기 위해 존재하다고 본다. 아무리 선거에서 이기고 아무리 남북관계가 좋아져도 국민들의 경제가 거덜 나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드루킹 파장 등과 관련해 여당 측 인사가 잘 못 한게 있으면 특검이든 뭐든 당당하게 조사 받고 야당도 우리 경제 위기 회복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 그것이 나라를 위하는 길이고 국민을 위한 길이다. 지금 한국의 경제는 소리없는 위기를 맞고 있음을 정치권이나 정부 모두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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