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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광고의 의제 설정...김병희 칼럼광고에서 배우는 경영 통찰력<시리즈 55>...美 UTC의 사례
김병희 서원대 교수  |  wh1463@choic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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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4.23  05:2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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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병희 교수

[초이스경제 외부 기고=김병희 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한국PR학회 제15대 회장] 기업의 경영철학을 알리는 기업 이미지 광고를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며 문의해오는 경영자들이 많다. 장기 캠페인을 생각하지 않고 단발성 광고를 생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단발성 혹은 1회성 광고를 하려면 아예 광고를 하지 말라고 권한다. 장기 캠페인을 하지 않으면 아무리 창의적인 광고를 해도 기업 이미지의 자산이 쌓이지 않기 때문이다. 기업 이미지 광고 때문에 고민하는 경영자에게 미국 유나이티드 테크놀로지사(UTC: United Technologies Corporation)의 장기 캠페인은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유나이티드 테크놀로지 그룹은 1979년 2월부터 1985년 5월까지 약 7년 동안 "개개인의 행동이 국가의 운명을 결정한다(How we perform as individuals will determine how we perform as a nation)"는 주제로 만든 75편의 광고물을 바탕으로 장기적인 기업 이미지 캠페인을 전개했다. 1975년에 유나이티드 항공 그룹(United Aircraft Corporation)에서 기업 이름을 바꾼 UTC는 생소한 그룹명 때문에 인지도를 제고할 필요가 있었다.

캠페인이 시작된 1979년에 군수 산업에 기반한 계열사나 브랜드 인지도는 높았지만 UTC 그룹 전체의 인지도와 선호도는 낮았다. UTC는 전파 매체는 제외하고 미국을 대표하는 경제 신문인 〈Wall Street Journal〉에만 광고를 게재하는 독특한 매체 전략을 선택하였다. UTC 캠페인은 사회 마케팅의 원리를 바탕으로 사회적 쟁점에 대한 의제를 설정함으로써, 공익 캠페인을 전개한 대표적인 사례이다. 

   
▲ '단순화하라' 편. /사진=김병희 교수

캠페인의 첫 번째 광고인 '단순화하라(Keep It Simple)' 편의 보디카피는 다음과 같다.

"쓰리 스트라이크.
내 무릎에서 손 떼요.
잔고가 부족하군요.
당신 말(馬)이 이겼네요.
네.
아니오.
할 일이 있잖아요.
걸어요.
걷지 마세요.
어머니가 돌아가셨어요.
기본적인 일에는
간단한 언어만 필요합니다.
자기 특유의 미사여구와
괴벽은
일을 터무니없이 난처하게 만드는
장본인이지요.
어젯밤 뭐 하셨어요?
의미심장한
낭만적 관여를
시작하거나
사랑에 빠졌나요?
오늘 아침 식사로
뭘 드셨어요?
돼지 넓적다리와
새 암컷이 낳은
딱딱한 껍질에 둘러싸인
2개의 타원형 물체나
햄과 달걀을 드셨나요?
미국의 저명한 연극 연출가
데이빗 벨라스코는
이렇게 말했지요.
"내 명함 뒷면에
당신의 아이디어를 
쓸 수 없다면,
당신은 분명한 아이디어가
없어요."

   
▲ '왜 사람들은 회의를 싫어할까요?' 편. /사진=김병희 교수

캠페인의 두 번째 광고인 '왜 사람들은 회의를 싫어할까요(Why Does Everyone Hate Meetings)?' 편의 보디카피는 다음과 같다.

"세 부류의 사람이
회의에 참석합니다.
진행을 바라는 사람,
그렇지 않은 사람,
회장에게 인상을 남기려는 사람.
98퍼센트는 쓸데없고
2퍼센트만이 안건에 관련된 말입니다.
원자로 구입에 필요한
수백만 달러를
만장일치로 의결한 이사회가
신임 농구코치가 요청한
새 칠판 구입 문제를 놓고
의견 충돌을 했다는
이야기를 생각해보세요.
아마 공기가 너무 따스했을 수 있어요.
아마 얼음 물병이
이야기의 윤활유가 되었겠지요.
그도 아니라면 의자가
앉아있기에 편했던 모양이지요.
(패스트푸드점에는
손님이 커피 잔을 놓고
오래 앉아 노닥거리지 못하게
일부러 불편한 의자를 놓습니다.)
다음 회의 때는
안락한 의자를 치우고
물병을 비우고
온도를 13도까지 내려 보세요.
서서 하는 회의가
효과적일 테니까요."

   
▲ '기분이 좋아질 것입니다' 편. /사진=김병희 교수

캠페인의 열세 번째 광고인 '기분이 좋아질 것입니다(This Will Make You Feel Better)' 편의 보디카피는 다음과 같다.

"가끔 당신이
낙담하게 될 때면
이 사람을 생각해보세요.
초등학교를 중퇴했다.
시골에서 구멍가게를 운영했다.
파산했다.
빚 갚는데
15년이 걸렸다.
결혼했다.
불행한 결혼.
하원에 입후보했다.
2회 낙선.
상원에 입후보했다.
2회 낙선.
역사에 남을 연설을 했다.
청중은 무관심했다.
신문에서
매일 얻어맞았고
반 이상의 국민들로부터
배척당했다.
이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상상해보세요.
세계의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저 A. 링컨이라고만
간단히 자기를 밝히는
이 재주 없고,
서투르며,
무뚝뚝한 사람에게
감동받았는지."

   
▲ '정해진 틀에서 벗어나세요' 편. /사진=김병희 교수

캠페인의 스물한 번째 광고인 '정해진 틀에서 벗어나세요(Get Out Of That Rut)' 편의 보디카피는 다음과 같다.

"오스카 와일드는
'불변은 상상력 없는 인간의
마지막 피난처' 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니 6시 5분 기상을 멈추고,
5시 6분에 일어나보세요.
새벽녘에 산책도 하고요.
출근길을 새로운 코스로
바꿔도 보고요.
다음 토요일엔
당신의 배우자와
집안일을 바꿔 해보세요.
중국 도자기를 사보세요.
야생화에 대해 공부해보세요.
혼자서 밤을 새워도 보고,
맹인에게 책을 읽어주기도 하고,
갈색 눈의 금발머리 여자나
그냥 금발머리 여자가
몇이나 되는지 세어보든가,
한밤중에 카누를 저어보기도 하세요.
지역구 국회의원에게
편지를 쓰지 말고,
대신에 소년단 모두와 함께
그를 만나보세요.
이탈리아어 회화를 공부해보든가,
가장 자신있는 것을
아이들에게 가르쳐주든가,
쉬지 않고 2시간 동안
모차르트를 들어보든가,
에어로빅 댄스를 시작해보든가.
정해놓은 틀에서 벗어나세요.
인생을 즐겨보세요.
인생길은 누구나 한 번밖에
지나갈 수 없음을
기억하면서 말입니다."

 이밖에도 UTC 캠페인에서는 언어, 기회, 용기, 성공, 지식, 소년, 전화, 평화, 애국, 도전, 긍지, 퇴출, 장애, 약속, 주부, 세월, 메모 같은 공공의 이익과 관련된 키워드가 75편 전체에서 중복되지 않고 골고루 반영되었다. 1979년 2월 캠페인의 첫 광고인 "Keep It Simple"을 집행하기 직전에 광고의 사본을 요청할 독자 수를 200-300명 정도로 예측했는데, 실제로 사본을 요청한 편지가 4000통이 넘었다. 소비자로부터 광고의 사본을 요청하는 반응이 뜨거웠다.

따라서 이전의 기업 광고 스타일과 다르게 표현하는 운문 형식의 광고 원칙이 계속 유지되었다. 75편의 광고를 하는 동안 70만 여 통의 편지와 400만 여 통의 사본 요청을 받았다. 조니 카슨을 비롯한 TV 프로그램 진행자들은 방송 중에 UTC 광고를 자주 소개했다. 학교와 기업 및 군대에서는 광고 카피를 수천 부씩 복사해 교육 메시지로 활용했다. 캠페인 시리즈 중 5개의 광고는 지난 10년 동안 〈Wall Street Journal〉에 게재된 광고 중 가장 인기 있는 광고 베스트 10에 선정되기도 했다.

유나이티드 테크놀로지사(UTC)의 캠페인은 장기 캠페인이 부족한 우리나라의 기업에 의미 있는 시사점을 제공한다. 기업 이미지는 기업 내부에서 형성되어 정부, 지역 사회, 소비자 같은 기업 외부로 전파되는 속성이 있다. 기업 경영자들은 너무 거창한 경영철학을 내세우려 하지 말고, 공공성이 높은 주제를 선정해 사회적 마케팅을 전개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관념의 변화를 유도하는 공공 캠페인을 전개하면 기업도 사회적 의제설정을 주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의 '무엇을 생각할 것인가(What to think)' 를 소비자에게 성급히 주입하려 하지 말고, 기업의 '무엇에 대해 생각할 것인가(What to think about)' 를 천천히 느끼게 한다면 기업 광고를 통한 의제설정이 순조롭게 이루어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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