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오히려 매출액 급증...저커버그 "의회 출석이 중요 계기"

[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최근 몇 달 동안 페이스북 이용자들은 밤사이 친구가 한두 명씩 소리 없이 사라지는 일을 겪었다. 사라진 사람들은 대부분 미국인으로 개인 정보보호에 민감했던 사람들이다. 정치적으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비판적인 사람들이 많았다.

한국인들은 페이스북 개인 정보의 유출 소동에 대해 대체적으로 무덤덤한 반응을 보였다. 2014년 카카오톡에 대한 감청 논란으로 외국 메신저로 옮겨가겠다고 들썩거릴 때와 달리 페이스북 소동은 남의 일로 보는 분위기였다.

개인적으로 알고 지내던 몇몇 미국 친구들이 사라진 것은 이번 일이 미국에서는 이만저만 큰 일이 아님을 실감하게 했다.

그러나 페이스북이 25일(미국시간) 발표한 매출액 49% 증가는 언제 이런 소동이 있었냐고 반문하는 듯 했다. 시장의 예상 39% 증가를 뛰어넘는 것으로 발표 후 페이스북 주가는 시간외 거래에서 7.1%나 뛰어올랐다고 로이터가 전했다.

정보 유출 소동으로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회장은 미국 의회에 이틀간 불려나가는 험난한 시간도 가졌다.

그런데 의회 증언이 저커버그 회장에게는 반전의 계기였다.

로이터에 따르면, 저커버그 회장은 컨퍼런스 콜에서 의회 출석에 대해 “회사 입장에서는 외부의 반응을 듣고, 우리가 무엇을 하고 있는 지 보여줄 수 있었던 중요한 계기였다”고 말했다.

입법부에 최대한 협조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저커버그 회장은 특유의 티셔츠 차림도 포기하고 양복 입은 모습을 드러내는 ‘개인 브랜드의 희생(?)’도 감수했다.

▲ 청문회에서 답변하는 마크 저커버그. /사진=AP, 뉴시스

한국에서는 5년 전 검찰이 재벌 3세 총수들에게 벌금 400만~700만원의 약식 기소를 했다. 이들이 국회 출석요구를 뚜렷한 까닭 없이 거부했기 때문이다. 기소된 사람 가운데 한 사람은 현재 수감 중이다.

2016년 최순실 사태가 나기 전엔, 재벌 총수를 국회로 불러내는 것이 보통 힘든 일이 아니었다.

금지옥엽 자란 사람들이 의원들의 거친 질문세례를 받기 두려워 피한다는 기색이 역력했다.

1988년, 5공 비리 청문회에서 할 말 다하고 돌아온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의 후예 기업인임을 과시하는 2세, 3세 총수는 아무도 없었다. 당시 초선 국회의원으로 정주영 회장에게 가장 매서운 질문 공세를 퍼부어 일약 유명인사가 된 사람이 노무현 전 대통령이다. 말하자면 이날의 청문회는 노 전 대통령과 정 회장 모두에게 ‘윈-윈’이 됐다.

‘국회가 재벌회장을 부르면, 피하지 말고 적극 소통하는 계기로 삼자.’

저커버그 회장이 26일 전하는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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