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전문가 "안에서의 재벌 개혁 안되면 밖으로부터의 개혁 추진해야"

[초이스경제 최원석 경제칼럼] 최근 남북정상회담에서 우리의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여러 가지 남북관계 개선 약속을 하며 “다시는 우리의 약속이 원점으로 되돌아가지 않도록 하자”고 강조한 것이 눈길을 끈다.

제발 그렇게 되길 빈다. 또한 이번만큼은 그렇게 되리라고 또 한 번 믿어 본다. 그간 너무나 많은 약속이 깨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젠 시대가 변했고 남한 지도자나 북한 지도자 모두 이번마저 신뢰가 깨지면 더 이상 만남의 의미가 없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을 것이기에 새로운 다짐을 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그러나 “원점 회귀”가 있어서는 안 될 곳이 또 있다. 대한항공 오너를 비롯한 재벌들의 대 국민 약속이다.

최근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두 딸을 모든 경영일선에서 물러나게 했다”고 밝혔다. 전문경영인 부회장제를 신설해 오너 독단 경영의 폐해를 줄이겠다고 했다. 경영 감시기구도 둔다고 했다. 그러나 대한항공의 이런 조치에 대해 민심은 시큰둥하다. 약 3년 전에 큰 딸의 갑질 사태로 파장을 일으켰을 때도 장녀를 경영일선에서 물러나게 했지만 그 딸을 다시 경영복귀 조치한 전례가 있는 터여서 이제 조양호 회장 일가가 무슨 약속을 해도 믿지 못하겠다는 여론이 부각되기도 한다.

▲ 지난 19일, 대한항공 본사 앞에 경찰의 압수수색 차량이 서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이제 상당한 민심은 대한항공을 비롯한 한진그룹에 대해서는 “안의로의 개혁”에 큰 기대를 걸지 않고 있는 분위기다. 오히려 “밖으로부터의 개혁을 주입하기 위해 소액주주들이 뭉칠 것”이라는 소리가 들린다.

최근 필자와 만난 금융감독원 출신 한 금융전문가의 말이 뇌리에 와 닿는다. 금융감독원 출신 전문가는 “이제는 대한항공의 주요 주주인 국민연금 등이 함께 나서야 할 때가 됐다”고 강조한다. 국민연금과 소액주주가 뭉쳐 재벌 오너 중심의 경영진을 갈아치우고 유능한 전문경영인 시대를 열어야 한다고 덧붙인다. 기존의 오너가 소규모 지분을 갖고 온갖 갑질을 하는 시대는 정말 종식시켜야 한다는 게 이 전문가의 단호한 지적이다.

이 전문가는 “국민의 노후자금을 관리하는 국민연금이 더 이상 재벌한테 골탕먹는 일도 좌시해선 안된다”고 했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때 처럼, 삼성증권 배당 실수 때처럼, 이번 대한항공 3세 갑질 사태때 처럼 재벌의 잘못으로 인해 관련 주식이 타격을 받고 국민연금이 투자한 주식이 일시적이든 장기간이든 손실을 입도록 놔둬선 안된다”고 했다. 이제 국민연금도 소액주주들과 힘을 합쳐 못된 행동을 하는 재벌에 대해선 “밖에서의 개혁을 안겨줘야 할 때”가 됐다는 게 이 금융당국 출신 전문가의 지적이다.

그렇다. 이제 남북의 정상도 “더 이상의 허언은 없어져야 한다”고 강조하는 시대다. 경제 전문가는 “이제 재벌들도 국민들에게 허언해선 안된다”고 역설하는 시대다. 세상이 바뀌는 이때 재벌들의 갑질도 국민의 손으로 치유해야 할 때가 됐다는 여론이 커지고 있다. 안으로의 개혁에 실패한 재벌에 대해선 밖에서의 개혁을 시도할 때가 됐음이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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