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에서 배우는 경영 통찰력<시리즈 56>...기업경영과 사람

▲ 김병희 교수

[초이스경제 외부 기고=김병희 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한국PR학회 제15대 회장] “1645년, 올리버 크롬웰은 단 한 표 차이로 영국의 통치권을 장악했다. 1649년, 단 한 표 차이로 영국의 왕 찰스1세가 처형됐다. 1776년, 미국은 단 한 표 차이로 독일어 대신 영어를 국어로 채택했다. 1845년, 단 한 표 차이로 텍사스주가 미국에 편입되었다. 1875년, 프랑스는 단 한 표 차이로 왕정에서 공화정으로 바뀌었다. 1923년, 아돌프 히틀러는 단 한 표 차이로 나치당을 장악했다. 1941년, 미국은 진주만 공격 몇 주 전에 단 한 표 차이로 선발 징병제를 의결했다.”

여러 글에서 한 사람(one person)의 중요성 혹은 한 표(one vote)의 결정력을 강조할 때 자주 인용되는 위의 내용은 사실일까, 아니면 만들어진 신화일까? 필자가 국내외 자료를 뒤져 일일이 확인해 본 결과, 모두 다 사실이 아니었다. 근소한 차이로 결과가 뒤바뀐 것은 분명한데, 누군가 극적인 결과를 강조하기 위해 단 한 표 차이라며 가짜로 가공한 것이다. 그 후 여러 사람들이 사실 확인을 하지 않고 계속 인용한 결과 세월이 흐르면서 신화가 되어 버렸다. 경위야 어쨌든 간에 기업 경영에서든 인생 경영에서든 한 사람이 정말로 소중하다.

▲ 영국군 포스터 '로드 키치너' 편(1914)과 미군 잡지광고 '샘 윌슨' 편(1917). /사진=김병희 교수

영국군의 모병 포스터 ‘로드 키치너’ 편(1914)에서는 영국의 전쟁 영웅인 로드 키치너(Lord Kitchener)가 등장해 정면을 응시하며 손가락으로 앞을 가리키고 있다. 키치너는 1898년 아프리카 수단의 옴두르만 전투에서 승리해 명성을 얻었던 영국 육군의 원수다. 아티스트 알프레드 리트(Alfred Leete)는 제1차 세계대전 당시에 영국군의 모병 포스터를 만들며 과감한 레이아웃을 채택했다. “당신을 필요로 한다(Wants You)”는 헤드라인에서 ‘당신’을 크게 강조한 점도 인상적이다.

미군의 모병 잡지광고 ‘샘 윌슨’ 편(1917) 역시 제1차 세계대전 당시에 집행된 포스터이다. 미국의 삽화가 제임스 플래그(James Montgomery Flagg)는 고심 끝에 정육업자 샘 윌슨(Sam Wilson)을 모델로 써서 알프레드 리트처럼 정면을 응시하며 손가락을 앞으로 내밀도록 했다. “미 육군에서 당신을 필요로 한다(I want you for U.S. Army)”는 헤드라인도 거의 유사하다. 이 광고는 1917년 4월 6일 발행된 <TIME>지 특별호의 뒤표지에 실린 이후 대단한 인기를 끌었다. 미군을 대표하는 포스터로 활용되었고, 샘 윌슨은 ‘샘 아저씨(Uncle Sam)’라는 명성을 얻었다. 이 광고가 나간 다음 1918년까지 400만부 이상의 복사본이 유통되었다.

▲ 시계 방향으로 버락 오바마 후보의 대선 캠페인 포스터(2008), 미국그래픽아트협회(AIGA)의 미국 총선 포스터(2016), 인도의 총선 포스터(2014), 스웨덴 맥도날드의 인쇄광고 '개인' 편(2008). /사진=김병희 교수

버락 오바마 후보의 대선 캠페인 포스터(2008)에서는 오바마 후보의 얼굴에 자유의 여신상, 링컨 대통령, 케네디 대통령의 모습을 그려 넣은 펜화가 인상적이다. 한 눈에 알 수 있도록 선명하게 묘사한 다음, “변화에 투표하라”는 헤드라인을 붙였다. 바로 아래에 “여러분의 투표가 차이를 만듭니다”라는 보디카피를 붙여 한 사람 한 사람의 투표가 얼마나 중요한지 환기하였다.

미국그래픽아트협회(AIGA)의 미국 총선 포스터(2016)에서는 “투표하러 가라”는 헤드라인 아래, 손가락으로 여러 가지 모양을 만들며 투표를 권고하였다. 적색과 청색의 선명한 대비를 통하여 카피와 비주얼이 확연하게 부각되도록 포스터에 솜씨를 부렸다. 1914년에 설립돼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는 미국그래픽아트협회(AIGA, the American Institute of Graphic Arts)의 권위가 느껴진다. 미국 70개 도시의 지부에서 일하는 전문 디자이너 2만 5000여 명과 6만여 명의 학생 회원을 거느린 미국 최대 규모의 디자인 단체에서 선발된 디자이너들이 협업해서 만든 작품이다.

인도의 총선 포스터(2014)에서는 위쪽과 오른쪽을 가리키는 집게손가락의 방향이 흥미롭다. 손의 색깔도 백색과 적색으로 다르게 표현하면서 투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비난하지 말고” “변화를 만들라”는 헤드라인을 제시하면서 “더 나은 인도를 위해 투표하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이 포스터에서는 보다 나은 공동체를 만들려면 반드시 투표해야 한다고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촉구했다.

스웨덴 맥도날드의 인쇄광고 ‘개인’ 편(2008)에서는 부정적 소구 방법을 채택했다. “우리는 터키인, 그리스인, 폴란드인, 인도인, 에티오피아인, 베트남인, 중국인, 또는 페루인을 고용하지 않습니다”라는 헤드라인만 보면 깜짝 놀랄 수밖에 없다. 뭐 이런 광고가 있나 싶어, 지면의 왼쪽 하단을 보니 조그맣게 다음과 같은 카피가 이어진다. “스웨덴인, 한국인, 또는 노르웨이인도 아닙니다. 우리는 개인을 고용합니다. 우리는 당신의 성이 뭐라도 상관하지 않습니다. 야망과 결심은 당신의 국적과 무관하기 때문입니다. 스웨덴 맥도날드에는 95개 국적의 사람들이 함께 일하고 있습니다. 스웨덴 맥도날드로 오십시오.” 광고회사 DDB 스톡홀름 지사에서 만든 이 광고에서는 주목을 끌기 위해 충격 요법을 시도했지만, 한 사람의 개인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충분히 전달했다.

세상 모든 일에 있어서 한 사람의 개인은 정말로 중요하다. 역사의 혼란기에는 한 사람이 어떻게 판단하느냐가 특히 더 중요하다. 한 사람이 나라를 살릴 수도 있고 망하게 할 수도 있다. 과거에 영국을 세계적인 나라로 만든 두 명은 모두 여성이었다. 한 명은 빅토리아 여왕이고, 다른 한 명은 엘리자베스 여왕 1세다. 어찌 국가의 운명  뿐이겠는가?

기업의 위기 상황에서 한 사람이 기업을 살릴 수도 있고 망하게 할 수도 있다. 그 한 사람은 반드시 경영자만을 뜻하지는 않는다. 사장님 앞에만 서면 우물쭈물하는 직원 한 사람이 위기에 처한 회사를 구할 수도 있다. 그러니 경영자는 모병 광고나 선거 캠페인의 카피처럼 그 한 사람을 필요한 존재로 인식하고 그의 마음에 투표해야 한다.

일상생활에서도 마찬가지다. 쉽게 헤어지는 커플들이 너무 많다. 늘 긴장해 말도 잘 못하고 당장에 보여줄 게 없다는 이유로 내쳐진 그 사람이 어쩌면 당신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한 사람이었을 수도 있다. 결혼도 수많은 후보자 중에서 한 사람을 선택해 투표하는 것과 같다. 기업 경영에서든 인생 경영에서든 한 사람이 당신의 많은 것을 달라지게 한다. 어쩌면, 살아있는 날들의 모든 것을 결정짓기도 한다. 한 사람, 그 사람의 존재가 그래서 더 소중한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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