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 "경기침체 예상, 장기적인 설비투자에 의구심"

[초이스경제 이영란 기자] 미국 대기업들이 최근 자본지출(CAPEX, 설비투자)을 크게 늘리고 있지만 주가 상승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장기적인 설비투자보다는 단기적으로 주주배당 강화 등을 실시하는 기업들이 증시에서 더 환영받는다는 것이다.

16일 골든브릿지 투자증권 법인영업본부 이동수 매크로 전략가, 안장현 마켓 애널리스트 등이 작성한 '골든 마켓 뉴스 데일리' 에 따르면 15일(미국시각) 나온 주요 외신 기사 중 월스트리트저널이 전한 미국 대기업 설비투자 관련 기사가 눈길을 끈다.

자료에 따르면 S&P500 기업들의 자본지출은 1분기에 24% 증가한 1660억 달러로 크레딧 스위스는 추정하고 있다. 2011년 이후 가장 빠른 상승세이며 1분기 기준 최고 기록이다. 대규모 자본지출 기업들을 보면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과 같은 IT 대기업부터 자동차회사인 GM, 석유 대기업 엑슨모빌까지 다양하다.

S&P 다우존스 인덱스의 데이터 분석에 의하면 자본지출 규모가 크고 증가 추세인 기업들의 주가는 전체 시장을 언더퍼폼(수익률 밑돎)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S&P500 기업들 중 1분기 설비투자 규모가 컸던 20개 기업들의 주가는 1분기에 0.5% 상승했는데 전체 주가지수는 1.4% 뛰었다. 이러한 추세는 더 길게 보면 훨씬 더 분명해진다. 1986년 이후로 매출 대비 설비투자 비중이 높은 기업들은 S&P 500을 연평균 2%포인트 이상 언더퍼폼했다.

자본지출을 측정하는 지표로 흔히 사용되는 GDP 대비 민간 비주거용 고정자산투자(PNFI) 비중은 1년 넘게 상승 추세다. 특히 설비투자는 IT 산업에서 더욱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알파벳(구글의 모회사)의 경우 데이터센터, 해저 케이블, 뉴욕시티 부동산 투자로 1분기에 73억 달러를 쏟아부었다. 전년 대비 3배 가량 증가한 규모로 S&P 500기업 중 가장 높은 수치다. 알파벳의 1분기 실적은 증가세를 기록했지만 주가는 실적 발표 다음 날 4.8% 하락했다. 투자자들이 알파벳의 역사상 최대 자본지출이 지속될 수 있을지 의심했기 때문이다. 알파벳의 주가는 그 이후로 반등했다.

또한 S&P500기업 중 자본지출이 두 번째로 높았던 GM의 주가는 올들어 9.9% 하락했는데 픽업트럭 개조와 관련된 비용으로 영업이익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에너지 섹터에서는 자사주 매입과 배당을 늘리는 것을 우선시 했던 기업들의 주가가 설비투자를 늘린 기업들의 주가를 아웃퍼폼(수익률 웃돎)하는 경향을 보였다. 1분기에 자본지출이 7번째로 컸던 엑슨 모빌의 주가가 2.2% 하락한 상황에서도 코노코필립스의 주가는 28% 상승했다.

자본지출 규모가 컸던 기업들이 전부 주식시장에서 고전한 것은 아니다. 전자상거래 대기업 아마존의 주가는 올들어 35% 상승하며 지난해에 이어 두 자릿수의 상승세를 이어갔다. 매출 성장이 물류 창고와 배송망 확장, 디지털 제품 확대로 늘어난 자본지출을 무색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이 설문조사 한 이코노미스트들은 미국의 경기침체가 이르면 2020년에 올 수 있다고 예상하고 있다. 일부 투자자들이 장기적인 자본지출보다는 꾸준하게 주주수익을 시현할 수 있는 기업들 쪽으로 끌리게 만드는 또 다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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