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와중에 삼성이 항고한 애플 재판은 오히려 배상액 늘어

▲ 지난 2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상고심의 집행유예 선고로 석방되는 모습. /사진=뉴시스.


[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이 와중에 또 다시 삼성과 애플의 소송 뉴스다. 본지가 2012년 창간한 직후 주요 뉴스로 전했던 이 소송이 여전히 진행 중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호세 연방지방법원은 24일(현지시간) 삼성전자가 특허침해에 따라 애플에 배상해야 할 금액을 5억3900만 달러로 평결했다. 원심의 배상액 3억9900만 달러가 늘어난 것이다.

삼성의 항소에 따라 진행된 소송에서 이 같은 결과가 나왔다. 삼성으로서는 항소가 과연 현명한 선택이었는지를 돌이켜 볼 필요가 있다.

최근 수 년 간 삼성과 관련된 굵직한 뉴스는 기업의 핵심 의사결정 과정에 대한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다.

이건희 회장이 건강문제로 경영일선에서 물러나 실질적으로 ‘이재용 시대’가 도래한 직후 삼성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원인이 돼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년 가까이 수감되는 수난도 겪었다.

이 합병은 정권교체를 초래한 ‘최순실 국정농단’과 관련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았다. 해외 펀드인 엘리엇의 반대로 합병이 난관에 봉착했을 때 삼성은 국민연금의 지원으로 가까스로 합병을 성사시킬 수 있었던 것이다. 국민연금의 이런 결정은 삼성이 최순실 씨를 금전적으로 지원한데 대한 댓가라는 의혹을 받았다. 1심 재판에서는 이런 의혹이 인정돼 이 부회장에게 실형이 선고됐다가 2심에서 이 부분에 대한 판결이 뒤집혔다.

판결이 어떻든 간에, 삼성같이 기업의 중대한 의사 결정이 최순실 관련 의혹을 받은 다른 재벌은 없다.  합병파문의 시작은 다른 주주들의 이해와 충돌하는 일을 추진한 데 있었다.

이런 일들로 인해 이재용 시대 삼성의 의사결정을 하는 사람들이 구시대 관습에만 젖어있고 오늘날 금융시장에서 중시하는 덕목에는 상대적으로 소홀한 것 아니냐는 우려를 사고 있다.

이건희 회장 시대에도 이런 비판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와 이른바 X파일 비자금 사건 등 새롭게 요구되는 금융시장의 기준을 못 맞추는 일이 끊이지 않고 벌어졌다. 세계적 전자회사 지분에 놀이터기업이 결부되는 지배구조의 난맥도 그 가운데 하나다.

이건희 시대, 은행을 비롯한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을 구분하는 금산분리 원칙이 논란이 됐을 때마다 삼성이 가장 먼저 거론된 것도 삼성 입장에서는 불필요한 오명이었다. 2000년대 초 이미 국채보다 낮은 이자로 회사채를 발행할 수 있게 된 삼성이 ‘여전히 은행소유에 집착하고 있다’는 오해를 살 현실적 이유가 전혀 없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삼성은 그런 오해를 해소할만한 이렇다 할 행동을 보여주지 않았다.

마침내 삼성 내에서도 금융시장의 변화된 가치기준을 받아들여 지배구조 개편에 나서게 됐다. 그 일환으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합병했다. 하지만 이 때 금융시장은 소액주주의 권익보호가 이전보다 더욱 강조되고 있었다. 삼성전자의 주요주주 가운데 하나인 국민연금의 합리적 투자결정도 무너뜨리면 안 될 원칙이 돼 있었다. 삼성 두 계열사의 합병은 이 같은 새로운 가치기준에는 별로 부응하지 못한 것으로 지적된다.

이전 세대가 겪은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는 보여도 당대 시장이 요구하는 가치를 받아들일 준비는 아직 안 돼 있다는 비판을 대를 물려가며 받고 있다.

최대 주주의 시대와 동행하는 각성뿐만 아니라, 그를 보좌하는 핵심 경영진의 구성방식도 달라져야 할 때가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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