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이 채권단 관리에서 범 현대가에 다시 넘어간 데는 여러 의미 담겨 있어

[초이스경제 최원석 경제칼럼]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님 등 현대차그룹 리더들에게 부탁 드리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계열사인 현대건설 만큼은 나쁜 짓 못하게 하고 정도경영을 하게 했으면 하는 게 그것입니다.

저는 이명박 정부 시절인 지난 2011년 현대차그룹이 현대건설을 인수할 때의 여론을 기억합니다. 당시 현대차 그룹 홍보실의 모 담당자는 기자가 몸담고 있는 언론사에서 현대차 그룹이 현대건설 인수에 나서는 것과 관련해 부정적인 내용이 담긴 기사를 썼을 때 제발 좀 빼달라고 했던 기억이 납니다. 당시 현대차 그룹 홍보실이 현대건설 인수와 관련된 부정적인 기사가 나돌까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던 것에 대해서도 기억이 생생합니다.

저는 현대그룹이 주인이었던 문화일보 시절을 거쳐 다른 신문사 경제관련 부서 기자로 근무할 때 현대그룹이 현대건설의 경영권을 왜 상실했는지도 똑똑히 봐 온 사람입니다. 현대그룹은 2001년 8월 유동성 위기를 맞아 현대건설을 채권단에 넘겨줬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 후 현대건설은 채권단의 손에 의해 정상화 되었습니다. 그리고 채권단이 현대건설의 새 주인을 찾아주기에 이른 것입니다. 그런데 그 현대건설을 범 현대가 중 하나인 현대차그룹이 인수해 간 것입니다. 저는 솔직히 현대차 그룹이 현대건설을 인수해 가는 것에 대해 “과연 그래도 되나?”하는 생각을 버리지 않았습니다. 현대그룹 시절 부실화돼 채권단으로 넘어 간 것은 누가 뭐래도 옛 현대그룹의 책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채권단이 현대건설을 건강한 회사로 만들어 놓으니까 범 현대가에서 또 인수해 가는 것은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저는 생각했습니다. 그런데도 현대건설이 정몽구 회장이 이끄는 현대차 그룹으로 넘어가는 것을 보고 많은 의문점도 가졌던 게 사실입니다. 당시 저처럼 의문을 가진 사람도 여럿 있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일부 언론이 민감한 기사를 쓰곤 했던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봅니다.

그러나 어쩌겠습니까. 현대그룹에서 일하시던 분이 대통령이던 시절 현대건설은 현대차그룹의 품으로 다시 돌아갔습니다. 필자의 맘에는 안들었지만 그래도 현대건설이 튼튼한 주인을 다시 만났으니 잘 되기만을 빌었습니다. 또한 현대차그룹이 우여곡절 끝에 현대건설의 주인이 된 만큼 정도경영을 통해 나라 경제 발전에 이바지 해주길 기대했습니다. 물론 현대건설 직원들이 열심히 일한 덕에 현대건설은 지금 그 어떤 건설회사 못지 않게 건재를 과시하고 있습니다. 참으로 좋은 일입니다.

하지만 종종 현대건설이 ‘나쁜 짓을 한 혐의로 수사를 받거나 정부로부터 징계를 받을 때’마다 현대건설 만큼은 저러면 안되는데 하고 생각했습니다. 현대건설의 주주인 현대차그룹의 정몽구 회장님 만큼은 현대건설 전문경영인에게 정도경영을 하라고 강조하길 바랐습니다. 현대차그룹이 현대건설을 인수해 간 것을 두고 알 만한 사람들은 지금도 “현대그룹이 부실화 시킨 현대건설을 채권단에서 정상화 시킨 뒤 현대관련 그룹에 돌려 준 것”에 대해 탐탁지 않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저처럼 말입니다. 그런만큼 현대건설의 주인인 현대차그룹의 경영진 만큼은 정도경영을 통해 현대건설을 재건해 준 사람들에게 도덕적인 빚을 갚아야 한다고 봅니다.

그런데 최근 현대건설의 반포 주공 1단지 재건축 수주과정 비리 의혹과 관련해 경찰이 압수수색을 벌이고 그에 이어 지난 25일 KBS 등 공신력 있는 언론이 “현대건설이 재건축 수주를 위해 조합원들에게 해서는 안될 일을 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경찰이 현대건설의 금품살포 의혹 수사에 적극 나서고 있다”는 소식을 또다시 전하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습니다.

물론 아직은 혐의일 뿐입니다. 경찰 수사가 끝나봐야 이런 의혹들에 대한 진위가 밝혀질 것입니다. 그러나 현대건설은 이번 건 말고도 그간 여러 차례 입찰 관련 노이즈를 유발시켰습니다. 그리고 이번에는 재건축 수주와 관련해 여러 좋지 않은 노이즈에 휘말려 있습니다. 다른 건설사도 그렇지만 현대차그룹은 현대건설이 나쁜짓 못하도록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래야 과거 잃었던 현대건설을 되찾을 수 있게 해 준 분들에 대한 보답이라고 봅니다.

정몽구 회장님도 아실테지만 이번 현대건설 재건축 비리 의혹은 가뜩이나 국토부 등이 ‘재건축 과열 근절’을 외칠 때 불거진 것입니다. 이는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값 안정 의지, 그리고 문재인 정부의 적폐 근절과는 동떨어진 것들입니다. 과거 현대건설을 되찾을 때의 그 우여곡절을 생각해서라도 현대건설이 더 이상은 나쁜 짓 하지 않도록 정몽구 회장님이 각별히 계열사 관리에 나서 주셨으면 하는 마음 간절합니다. 그리고 나쁜 짓을 하는 계열사 경영진이 있다면 그들에 대한 확실한 조치도 해주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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