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교황께서 유럽을 떠나겠다고 하면 그때는 뭐라고 할까

▲ 사진=외교부 홈페이지 캡처.

[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2015년 그렉시트, 2016년 브렉시트에 이어 올해는 이탈렉시트(Italexit)다.

그리스의 그렉시트는 유로존 탈퇴 여부였고, 영국의 브렉시트는 유럽연합(EU) 탈퇴다. 영국은 유로 단일통화를 쓰는 유로존에는 들어가지 않고 고유 통화인 파운드를 계속 쓰고 있다.

이탈리아의 이탈렉시트는 이런 점에서 그렉시트와 비슷하다. 그런데 이탈렉시트(Italexit)는 같은 뜻의 다른 단어가 함께 쓰이고 있다. 퀴탈리(Quitaly)다.

같은 유형의 언어반복을 특히 꺼리는 서구 언어권이다보니 이탈렉시트보다 퀴탈리가 더 흥미를 끄는 면은 있다. 그러나 의미 전달은 이탈렉시트가 더 분명하다.

구글 뉴스 검색을 해 보면,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로 두 단어가 함께 쓰이고 있다.

이탈렉시트 외에 퀴탈리가 등장한 것은 이미 수년 전이다. 해외 뉴스사이트인 쿼츠의 2016년 6월23일 기사에 벌써 이 단어가 등장했다.

그리스에 이어 영국까지 하도 유럽 국가들의 통합체에서의 탈퇴 문제가 제기되다보니 쿼츠는 아예 모든 유럽 국가들이 탈퇴할 때마다 해당하는 단어를 여러 개 만들었다.

만약 덴마크가 EU에서 탈퇴하려 한다면, 덤프마크(Dumpmark)가 새로운 시사용어가 된다. 버린다는 뜻의 Dump와 덴마크 국명의 뒷부분을 합친 것이다. 덴마크는 유로가 아닌 자체통화 크로네를 쓰기 때문에 유로존과는 무관하다.

옛 동구권을 대표하는 폴란드가 EU나 유로존을 뛰쳐나가는 것은 놀란드(Noland)다. 하지만 폴란드는 러시아의 팽창주의에 맞서 서구와의 유대를 강화하고 있기 때문에 놀란드의 가능성은 낮다.

헝가리의 탈퇴는 풀(Full)이다. 이것은 헝가리의 영어국명이 배고프다는 뜻의 헝그리(hungry)와 비슷해서 만든 언어장난에 가깝다.

루마니아의 탈퇴는 원래 국명과 비슷한 로우마니아(Roamania)다. 로움(roam)은 ‘방황하다’라는 뜻을 갖고 있다.

만약 스페인이 탈퇴하려 한다면 이 때는 ‘마드리댄스(Madriddance)’다.

덴마크처럼 자체 통화를 갖고 있는 스웨덴의 탈퇴는 스웨데저트(Swedesert)다. desert는 ‘사막’이란 명사 외에도 ‘버리다’라는 동사의 뜻을 갖고 있다.

지중해 국가인 몰타의 탈퇴는 ‘말터너티브(Malternative)’다. 대안이란 뜻의 알터너티브(alternative)를 접미사로 사용했다.

농담의 성격이 강한 이 단어들에는 유로존 또는 EU의 아직 불안정한 결속력을 시사하고 있다.

여러 탈퇴 가운데서 가장 심각할 것은 역시 베를라웃(Berlout) 또는 앙겔리브 메르켈(Angeleave Merkel)이다. 유럽 최대 경제대국인 독일의 탈퇴를 뜻한다.

그리스나 이탈리아는 자신들의 탈퇴를 강조할 때마다 ‘독일로부터 독립성을 박탈당했다’는 공세를 펼치고 있다. 만약 독일이 다른 회원국들의 이런 비판을 지긋지긋하게 여겨 유로존에서 벗어나겠다고 하면, 이는 곧바로 유로존 와해로 연결된다.

하지만 아직은 미국 중국 러시아 등 강대국들과 대등한 경쟁관계를 유지하겠다는 유럽 국가들의 명분이 존재하고 있다.

유럽인들이 통합의 대의를 망각하고 자꾸 분열하려는 행태에 실망해 만약 교황께서 유럽에서 다른 지역으로 이민을 가겠다고 한다면 그 때는 어떤 단어로 표현하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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