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도경영 추진은 잘한 일...과거 폭행 · 갑질 흔적 지우는 데도 노력했으면

▲ 2013년 항소심 재판 당시 김승연 한화 회장 모습. /사진=뉴시스

[초이스경제 최원석 경제칼럼] 지난달 31일 한화그룹이 나름 큰 뉴스를 발표했다. 한화S&C와 한화시스템을 합병해 의결권이 있는 합병법인 지분을 20% 아래로 떨어뜨린다고 했다. 한화S&C의 '일감 몰아주기' 논란을 해소하기 위한 조치로 알려졌다. 한화그룹은 또 그룹 컨트롤타워였던 경영기획실을 해체해 계열사 독립경영을 강화키로 했다. 개방형 사외이사 제도를 둬 계열사 독립경영도 강화한다고 했다.

일단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싶다. 경제민주화가 크게 중시되는 상황에서 정도경영에 나서기로 한 것은 잘 한 일이라고 본다. 특히 필자가 볼 때 김승연 회장의 건강이 나빠지기 전에 이 같은 정도경영의 틀을 잡기로 한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그간 공정위의 일감 몰아주기 조사가 있었다고 들었는데, 정부의 더 큰 간섭이 있기 전에 스스로 조치에 나선 것도 괜찮은 선택이라고 본다.

사실상 김승연 회장의 건강 이상설이 나온 것은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11년 전인 2007년, 보복폭행으로 1년 6개월 실형을 받고 복역할 때는 우울증, 신경쇠약증 등으로 아주대병원에 입원하기도 했다. 당시 보석신청을 위한 입원이 아니냐는 의혹도 일부에서 제기했지만 병원에 입원했던 것만은 사실이다.

그런가 하면 2010년부터 2014년까지 만 4년에 걸쳐 진행된 김승연 회장의 비자금 사건 재판 때도 김승연 회장의 겉모습은 중환자 그 자체였다. 김승연 회장은 1심에서 징역 4년의 실형을 받고 1년 6개월 뒤, 집행유예를 선고받으며 수감생활을 종료하게 됐지만 이 기간 그의 모습은 아주 많이 아파보였다. 그 뒤 일부 언론사에서는 그의 병환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지만 아픈 모습으로 조기 출소했다.

그 뿐이 아니다. 지난 4월에도 김승연 회장은 서울대 암병동에 입원해 주변을 깜짝 놀라게 했다. 그러나 병실이 없어 암병동에 입원했을 뿐 “감기 치료 목적이었다”고 주장했다.

감기 치료였든 아니었든 그간 수감생활에서 보여준 것만으로 보면 김승연 회장의 건강이 좋지만은 않은 것 같다. 필자는 김승연 회장이 수감 중에 아픈척 하지 않았다는 쪽으로 믿고 싶다.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 그룹의 승계구도와도 관계가 있을 법한 “정도 경영의 장치”를 마련 한 것은 잘 한 일이라고 본다.

다만 김승연 회장과 그의 가족이 다른 노력도 더 강화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해 본다. 세 아들 중 그간 폭행사건에 연루되거나 갑질 사건에 연루됐던 두 아들에 대한 “휴머니즘, 덕치”의 중요성도 서둘러 갖추게 하는 노력도 강화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든다. 경영권 승계를 하지 않을 거면 몰라도 이미 이들 아들들이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상황에서 더 이상 갑질하지 말도록 하는 장치도 함께 구축했으면 더욱 좋을 것 같다는 말을 하고 싶다.

한화그룹에 대한 글을 쓰면서 다른 한편으론 대한항공 등을 이끄는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의 처지를 떠올려 본다. 조양호 회장 자신은 형령 혐의 등으로 조사를 받고 있다. 조 회장 딸들은 갑질을 하다가 그룹 경영에서 쫓겨났다. 조 회장의 아들도 편입 의혹 등에 대한 조사를 받고 있다. 정부는 사방에서 대한항공 오너 경영진의 잘못을 파헤치고 있다.

한화그룹에 대한 글을 쓰다가 대한항공 쪽으로 잠깐이나마 화두를 옮긴 것은 한화그룹 오너 가족도 과거에 “폭행, 갑질”이라는 단어 때문에 온갖 어려움도 겪고 손가락질도 받았던 까닭이다. 필자의 한 지인이 최근 대한항공 사태가 발생하자 한화그룹 오너의 과거를 상기하며 “그래도 대한항공 오너는 사람을 직접 심하게 때리지는 않았잖아요”라는 말을 던지는 걸 들었는데 이는 결국 일부 국민이 한화그룹 오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 지를 잘 말해주는 것으로 이해된다.

한화그룹이 이왕 “정도경영”의 틀을 갖추기로 한 마당에 김승연 회장이 조금이라도 더 건강할 때 아들들에 대해 휴머니즘과 덕치의 중요성을 더욱 강하게 심어줬으면 하는 바람이 큰 데는 이토록 여러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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