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석 전 국회의원 "금리를 올려야 할 때 올릴 수 있다는 전제조건"의 의미

[초이스경제 장경순 경제칼럼]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명언이 있다. 금리에 관한 것이다.

“금리는 올려야 할 때 올린다는 전제 조건하에, 낮을수록 좋다.”

김효석 전 국회의원이 현역의원으로 활약하던 시절, 본회의에서 한 발언이다. 그는 경제 관료도 지내보고 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도 했었다.

그의 발언에서 진짜 명언은 뒷부분 ‘낮을수록 좋다’가 아니라 앞부분의 전제조건이다. 한국의 통화정책 환경에서 너무나 중요한 얘기다.

김 전 의원이 이 발언을 한 것은 지금부터 10년은 훨씬 더 전이다. 그런데 지금의 상황에 이렇게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의 뼈마디를 강타할만한 얘기가 또 없다.
 

▲ 김효석 전 국회의원. /사진=뉴시스.


지금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1.5%로 유지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이사회의 연방기금금리는 1.50~1.75%다. 이미 한국의 기준금리보다 높다.

한국보다 투자안전성이 높은 미국이라면 금리를 한국만큼 많이 주지 않아도 투자자금을 불러들일 수 있다. 반대로 안전성이 떨어지는 곳은 이자를 더 줘서라도 투자자금을 유치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 이같은 금리의 고저관계가 뒤바뀐 것이다.

더구나 Fed는 오는 13일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미국 금리가 한국보다 0.25~0.5%포인트로 확대된다. 연말에는 이 격차가 최소 0.5~0.75%포인트로 더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몇몇 신흥국시장에서 투자자금의 이탈이 본격화되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한국은 한반도의 평화분위기가 높아지면서 지금까지 한국에 대한 투자의 발목을 잡았던 요인이 약해지고 있다. 그 덕택에 금리차 역전의 영향이 상쇄되는 면이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지정학적 요인의 변화효과가 조만간 시장에 다 반영이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한국 역시 미국과의 금리차 역전에 따른 자금이탈에 직면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물론, 미국경제가 금리만큼 높은 생산성을 갖고 있느냐에 따라 자금이탈의 규모가 왔다갔다할 수는 있다.

어떻든간에 한국이 미국보다 금리가 낮은 상태가 오래 지속된다면, 자금 이탈은 피할 길이 없을 것이다.

어쩌다가 한국의 금리가 이렇게 미국보다도 낮게 됐는지를 돌이켜볼 때, 절대적으로 책임져야 될 위치에 있는 사람이 이주열 총재다.

그의 전임자인 김중수 전 총재 재임 때만 해도 한국은행의 통화정책은 금리인하에 대해 대단히 신중했었다. 이명박 당시 대통령과 가깝다는 소위 ‘친 MB인사’라는 말을 들었던 김 전 총재지만, 정권의 금리 인하 요구에는 믿을 수 없는 뚝심으로 강하게 맞섰다.

그랬던 것이 이주열 총재로 한은의 수장이 바뀌면서 돌변했다.

이 총재는 많은 발언을 통해서 그 역시 금리인하에 대해 깐깐한 중앙은행 사람임을 과시했다. 김 전 총재와의 차이라면, 이 총재는 발언과 실제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결과가 딴판이었다는 점이다.

‘빚내서 집사라’ 정책을 펼친 것으로 지탄을 받고 있는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재임 때 이주열 총재의 한국은행은 4번 금리를 인하했고 후임인 유일호 전 부총리 때 또 한 번 내렸다.

미국과 금리 역전을 우려하게 된 지금의 상황이 집중적으로 발생한 것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통치하고 이주열 총재가 한은을 이끌던 시기였던 것이다.

김중수 전 총재가 금리인하를 거부할 때 정부와 당시 여당, 재계 일부에서는 볼멘 소리가 나왔지만 통화정책 전문가들로부터는 어려운 상황에서 힘들게 정책여력을 지켜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주열 총재가 금리를 내릴 때는 이러다가 나중에 올려야 할 때 어떻게 할 것이냐는 우려를 가져왔다. 그것이 지금의 한미 금리 역전으로 현실화됐다.

참으로 김효석 전 의원이 남긴 한마디를 실감하지 않을 수 없다. 올려야 할 때 올린다는 전제조건없이 무턱대고 내린 금리가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를 보여주는 교훈이다.

그나마 하나 다행 아닌 다행이라고 한다면, 이주열 총재 본인이 연임됨으로써 ‘결자해지’의 기회를 가졌다는 점이다.

김 전 의원이 강조한 ‘올려야 할 때 올릴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은 한국 통화정책의 금리 상방 경직성을 지적한다. 한국은행이 금리를 올리려고 할 때는 내릴 때와 비교할 수 없는 엄청난 마찰을 감수해야 한다는 점이다. 미국의 Fed가 긴축과 완화기조를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는 것과는 전혀 다른 한은의 현실이다.

이런 현실을 제대로 아는 총재라면, 누가 금리를 내리라고 하니 덮어놓고 이를 다 받아들여서는 안되는 것이었다.

Fed의 13일 회의는 점점 더 코앞으로 다가오고 있는데 한은은 현재 금융시장에 앞으로 무얼 어떻게 할 수 있는지 아무런 신호도 주지 못하고 있다.

‘결자해지’ 해야 하는 도의적 책임을 지고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한 이주열 총재가 이렇게 가만있기만 해서 될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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