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일감몰아주기 근절 갈 길 멀어...일감 자유화 통해 풀뿌리 경제 강화해야

[초이스경제 최원석 경제 칼럼] 한국의 재벌 정책이 앞으로도 계속 주목받을 전망이다. 최근 일부 당국자가 “재벌정책 속도조절 가능성”을 언급했지만 재벌마다 처한 상황이 다르고 문재인 정부가 이루려는 경제민주화까지 가려면 아직도 넘어야 할 산이 많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의 주요 재벌이 처한 상황은 겉으로만 보면 극과 극이다.

우선 국내 최대 재벌 삼성그룹은 여러 불확실성에 놓여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하반기 대법원 판결을 받아야 한다. 삼성이 자랑하는 반도체 산업은 중국의 집중 견제를 받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과 관련해선 여전히 분식회계 논란 속에 있다. 삼성생명 등은 삼성전자 주식 처분 문제로 계속 고민해야 할 처지다. 삼성전자 서비스 노조 수사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삼성계열의 새로운 노조 출범도 잇따르고 있다. 이건희 회장 시절 일어났던 노이즈들 중 해결해야 할 것도 남아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재용 부회장은 나라밖에 나가 ‘삼성의 미래 먹거리 창출’에 애를 쓰고 있지만 국내 그리고 그룹 내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적해 있다.

▲ 한진家 모녀, 이명희 씨(왼쪽)와 조현아 전 부사장. /사진=뉴시스

삼성보다 어려움이 더한 재벌도 있다. 조양호 회장이 이끄는 한진그룹이다. 조양호 회장은 세금 문제로 조사를 받고 있고 그의 부인인 이명희 씨는 갑질 수사와 관련해선 구속을 면했지만 관세당국 조사 등은 계속 될 것이라고 한다. 조 회장의 아들은 편입 부정 의혹 조사를 받고 있고 갑질 논란 속의 딸들은 경영일선에서 일단 퇴출된 상황이다. 여러 수사 당국이 조양호 회장 가족에 대한 조사를 벌이고 있는 가운데 국민연금까지 나서 한진그룹에게 “어떻게 할 것인가”를 추궁하고 있다. 다른 일각에선 “오너 퇴진”의 목소리가 계속되고 있다.

롯데는 신동빈 회장이 구속 중이지만 그래도 최악의 상황은 벗어나는 듯한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외국계 투자은행들은 “롯데의 중국사업 재편이 긍정적이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소비부진이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롯데의 고민도 커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신동빈 회장이 언제 풀려날지 모르는 상황도 롯데의 ‘불확실성’이다.

현대자동차 그룹 역시 ‘여러 악재에서 벗어나는 느낌’이다. 최근 미국 등 일부에서 자동차 판매가 늘어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수소차와 관련해서도 최근 정부의 지원을 얻어냈다. 광주지역 투자도 늘리면서 정부와의 관계 호전도 노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정의선 부회장이 현 정부와 맥을 같이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지배구조개편과 관련해 여러 방면의 비판을 받긴 했어도 공정위의 지지를 받은 일은 현대차 그룹이 현 정부의 눈밖에 나지는 않았다는 증거로 읽힌다.

SK 최태원 회장의 행보도 주목받는다. 최 회장은 현정부와의 관계가 나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문재인 정부 초기 중동 문제 등을 현 정부와 호흡하며 잘 풀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중국과의 관계도 나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최 회장은 틈만 나면 중국에 가서 기업의 사회적 가치 창출을 강조하며 그쪽 사람들과 친분을 강화하고 있다. 최근 중국사업 비중도 크게 늘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LG그룹도 구광모 체제로 전환되는 과도기에 있지만 큰 잡음은 나오지 않고 있다. 장자 상속 체계에 대한 불만이 없기 때문으로 보인다. 최근 세금문제로 압수수색을 당한 적은 있지만 현 정부와의 관계가 크게 나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한화그룹도 정부와의 눈높이 맞추기에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최근 계열사 합병을 통해 일감몰아주기를 차단하려는 모습을 보인 점, 계열사 독립 경영을 강화키로 한 점 등이 눈길을 끈다.

CJ그룹과 신세계 그룹의 행보도 긍정적이다. CJ그룹은 과거 정부와의 악재에서 벗어나 글로벌 M&A 추진 등 새로운 도약을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신세계 그룹도 향후 몇 년간 매년 3조원 이상씩을 투자하고 매년 1만명 이상씩을 채용하겠다며 야심찬 계획을 추진키로 했다.

이처럼 주요 재벌들만 놓고 보면 현재 상황은 그 처지가 아주 다르다. 일부 재벌은 동시다발적 악재 속에서 새로운 판을 짜야 할 상황이고 상당수 재벌은 악재에서 벗어나 새로운 도약을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잘 나가는 것 처럼 보이는 재벌이나 그렇지 않은 재벌 모두 속내는 복잡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경제민주화 요구는 지속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일감몰아주기 근절 등에 대한 대책은 더욱 강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재벌들의 대대적인 변신은 아직 시작에 불과하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정부의 재벌정책도 변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금까지는 순환출자고리 해소에 역점을 뒀다면 앞으로는 ‘속도조절’ 속에 다른 개혁을 주문할 것으로 보인다. 이른바 일감 몰아주기 해소 등에 더 집중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 글을 쓰는 기자도 재벌 정책 중 경제민주화의 갈길이 멀다고 본다. 아직 해결해야 할 일이 산적해 있다고 본다. 그중에서도 숨어있는 재벌의 일감 몰아주기 해소는 현 정부가 사활을 걸어야 할 과제라고 본다. 그 속에 한국경제 부활 및 일자리 정책 등과 연관된 해법이 숨어있는 까닭이다.

현대차 그룹의 예를 들고 싶다. 현대차 그룹에 대해선 완성차 사업에 주력토록 하고 나머지 부품 사업 등은 과감히 시장 경쟁을 강화하는 쪽으로 유도해야 한다고 본다. 자체 부품 생산이 많지 않은 현대모비스에 대해서도 정부가 살펴봐야 할 게 많다는 의견도 있다. 현대자동차에 대한 부품 납품 구조 등을 더욱 살펴봐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순정부품 운운하지 말고 대체부품 제도를 더욱 활성화시켜 특정 재벌의 특정 계열사가 아주 큰 혜택을 입는 일은 지양해야 한다는 의견도 계속 나오고 있다. 정부가 순환출자고리 해소 못지 않게 향후 일감 몰아주기 감시를 더욱 철저히 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본다. 한국의 완성차 경쟁력은 세계 최강 수준인데 한국의 자동차 부품 사업은 경쟁력이 그다지 높지 않은 것은 그간 한국의 자동차 부품 사업이 제대로된 경쟁 환경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는 점도 정부는 주시해야 할 것이다.

이는 삼성그룹. LG그룹, SK그룹, 한진그룹, 롯데그룹 등 다른 그릅들도 마찬가지다. 중견 그룹도 마찬가지다. 재벌 규모가 크든 작든, 일감 몰아주기는 엄단 또 엄단해야 한다고 본다.

지금 일자리 문제가 화두다. 직장을 구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그냥 노는 인구가 200만명이나 된다고 한다. 신세계그룹처럼 모든 경제주체들이 일자리 창출 의지를 보여야 한다. 그러자면 일감몰아주기 엄벌이 아주 중요하다. 재벌그룹들의 일감을 시장에 공평하게 나줘 주면서 경제풀뿌리인 중소·중견 기업을 다양하게 키워야 한다. 그리고 그들로 하여금 많은 정규직 일자리를 만들어 내도록 해야 한다. 그게 대한민국 재벌의 수직계열화도 막고 일감 편중도 막고 경제 풀뿌리들을 키우면서 일자리를 두텁게 하는 요인이다. 공정위 등의 할 일이 아주 많아졌다. 정부는 지방선거가 끝나면 경제 참모나 경제장관들을 일 잘하는 사람들로 다시 앉히는 방안도 고려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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